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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팝 피아니스트, 신지호
국내 첫 팝 피아니스트, 신지호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10.09 1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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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신보 발표한 ‘꽃미남 뮤지션’

 
SBS <스타킹>에 혜성처럼 등장해 현란한 연주 동작으로 관중을 사로잡았던 팝 피아니스트 신지호가 4년 만에 새 앨범을 공개했다. 그는 그동안 뮤지컬과 드라마를 통해 피아니스트가 아닌, 음악 감독이나 연기자로 실력파 엔터테이너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해 왔다. 본연의 자리에 돌아온 그는 때로는 아름답고, 때로는 격정적인 피아노 선율을 통해 눈에 담긴 우리의 감정과 이야기를 들려준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이용관


새 앨범이 나오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신예 아티스트로서 직무 유기라 할 수 있는 4년간의 무작(無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뮤지컬과 영화, 그리고 드라마를 통해 작곡과 음악 감독, 그리고 연기자의 역할을 소화하면서도 피아노 연주와 자신의 음악을 작곡하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숨 가쁘게 이어져 온 바쁜 일정들이 정리되면서 그동안 준비해 왔던 음악을 가지고 본연의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텔레비전을 통해 대중의 주목을 받고 일약 스타가 된 후 발표한 1집과 달리, 2집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쌓인 내공을 표출하듯 한층 성숙하고 성장한 느낌이었다. 이번 음악에 밴 그의 감성은 더욱 부드럽고 깊어진 듯했다.


두 눈에 담긴 만감(萬感)을 표현한 앨범

이번 앨범의 제목은 ‘아이모션(Eyemotion)’이다. 신지호는 앨범을 통해 매 순간 다른 감정을 발산하는 두 눈에 주목하고자 했다. ‘눈만 보아도 그 사람의 기분을 알 수 있다’는 말처럼 인간의 눈에 모든 감정이 축약되어 있다고 본 것이다.
“전체적인 앨범의 콘셉트는 눈 더하기 감정이에요. 두 눈 안에 감정들을 표현한 앨범을 만들고 싶어서 제가 일종의 신조어를 만들어 봤죠. 원래 제가 눈을 되게 좋아해요. 사람의 눈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타인의 눈에 담긴 추억, 사랑, 행복, 슬픔 등의 감정과 제 두 눈 안에 담긴 감정을 작곡한 겁니다. 제가 표현하고자 했던 ‘아이모션’이 앨범을 듣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음악 전공을 결심하고 진로를 변경한 경우다. 그래서 그는 항상 클래식에 대한 아쉬움을 품고 있었다. 팝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지만, 클래식이 모든 현대 음악의 시초라는 것을 알기에 한층 성숙해진 음악을 쓰려면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했다.
“저는 클래식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아쉬움이 늘 있었어요. 그래서 팝 피아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지만 클래식 공부를 많이 했죠. 클래식은 모든 현대 음악의 시초이고 원조이니까요. 드라마 <밀회>도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됐어요. 성숙해진 음악을 표현하고 싶어서 한 번 작곡한 곡도 여러 번 편곡을 거쳐서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려고 했죠. 그래서 저에게는 1집보다 더 소중한 앨범이에요.”
그가 공개한 이번 앨범의 감상 포인트는 앨범에 수록된 5곡을 순서대로 듣는 것이다. 미리 작곡해 놓은 100곡 가운데 이번 앨범의 콘셉트와 잘 어울리는 5곡을 선정했고, 곡이 수록된 순서에도 나름의 의미와 이야기를 담았다.
“제가 작곡해 놓은 100곡 중 5곡을 엄선해 새 앨범에 수록했어요. 아무래도 이번 앨범 콘셉트인 두 눈 안에 감정들에 가장 잘 맞는 곡들을 선정했는데, 5곡이 걸러진 거죠. 앨범을 듣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건 앨범의 순서에 유의해서 감상해 주셨으면 하는 점이에요. 저 나름대로 순서를 의미 있게 정했고, 거기에 담긴 스토리도 있거든요. 곡을 순서대로 들어보면서 의미와 이야기를 스스로 생각해 보는 것도 음악 듣는 재미를 키우는 방법이 될 거예요.”
특히 이번 앨범에는 화제작 <밀회>에 출연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작곡한 곡이 수록돼 있다. 이 곡은 첼로와 듀엣을 이뤄 남성과 여성이 격정적인 사랑으로 치닫는 상황을 표현해 쉽게 <밀회>를 떠올리게 만든다. 워낙 드라마의 이미지가 각인돼 있어 다른 제목을 떠올려봤지만, 그 역시 ‘밀회’라는 단어 외에는 음악과 어울리는 단어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곡을 작곡하고 나서 다른 제목을 떠올리려고 해도 ‘밀회’ 두 글자만큼 강력하고 분위기에 맞는 단어가 없었어요. 드라마 <밀회>처럼 사랑의 끝이 불행할 것을 알면서도 불을 향해 돌진하는 불나방처럼 격정적인 사랑을 표현한 곡이에요. 이 곡만 첼로와 듀엣을 이뤘는데 피아노는 여성을 상징하고 첼로는 남성을 상징해서 외줄타기를 하듯이 밀고 당기며 격정적인 감정으로 치닫는 느낌을 담았죠.”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피아니스트를 꿈꾸다

 
피아노와 함께한 그의 인생은 어쩌면 숙명처럼 시작됐는지도 모른다. 네 살 때 할머니가 선물한 피아노를 만지고 놀다가, 우연히 ‘절대음감’이라는 천부적인 재능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가족 중 그 누구도 음악에 조예가 깊지가 않았기에 피아노 연주에 대한 천재적 기질은 음악에 대한 열정을 품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4살 때 할머니께서 피아노를 사주셨는데 그때만 해도 피아노를 어떻게 연주하는지도 몰랐어요. 텔레비전 만화를 보다가 좋은 음악이 나와서 연주를 하고 싶은데 무작정 앉았죠. 소리를 내는 도구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생각했던 음대로 쳤더니 연주가 가능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음악을 듣고 치는 것을 시작하게 된 거죠.”
하지만 본격적인 피아니스트의 길로 들어서려고 하자 집안의 반대가 시작됐다. 그는 예술중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피아노는 취미로만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깊이 있게 음악을 배우고 싶었던 강한 열망이 집안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히자 그는 고민 끝에 유학길에 오르기로 결심했다.
“부모님께서 피아노 연주를 취미로만 하길 바라셨어요. 음악가로 산다는 것 자체가 어려운 길이고 현실적으로도 힘들다는 생각 때문에 부모님께서는 예술중학교 입학은 절대 안 된다고 하셨죠. 저는 당연히 낙심했고, 대신 더 큰 세상에서 공부할 있도록 유학을 보내달라고 부모님을 졸랐어요. 그렇게 한국에서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죠.”
유학생활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익숙지가 않아 교우 관계에 어려움이 찾아온 것이다. 방과 후면 그는 학교 강당에 홀로 남아 피아노를 연주했다. 유일한 친구가 되어준 피아노를 통해 타지 생활의 외로움을 달랬고, 그러던 어느 날 인생의 전환점이 된 특별한 기회가 찾아왔다.
“어느 날 학교 오케스트라를 담당하시는 선생님께서 제가 혼자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시고는 ‘오케스트라에 피아노 자리는 없지만 너를 위해 만들어 줄게’라며 오케스트라에 들어올 것을 권유해 주셨어요. 저에게 오케스트라 리더이자 피아니스트를 맡겨주셨고, 그 이후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죠. 정원이 1천 명도 안 되는 작은 학교의 오케스트라가 각종 대회에 나가서 1등을 하기 시작했거든요. 그러면서 저는 오케스트라를 리드해서 피아노 협연 무대를 통해 이름을 알렸죠. 부시 전 대통령이 주는 대통령상도 받고, 50개 주지사가 모인 만찬장에서 연주를 하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부모님의 마음도 점점 움직일 수밖에 없었죠. 결국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 음악대학 진학을 승낙받을 수 있었어요.”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개성파 연주자’

피아노 연주 동영상이 담긴 UCC를 통해 SBS <스타킹>에 출연했던 신지호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국내 유일의 팝 피아니스트로 주목을 받으며 잘생긴 외모로 여성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특히 팝 피아니스트로서 클래식부터 재즈, 록, 힙합까지 다양한 음악 장르를 소화해 내면서 연주자로서의 실력도 인정받았다.
“데뷔하기 전에 팝 피아니스트라는 단어를 놓고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렇지만 제 음악 스타일을 클래식이나 재즈 등 특정 장르로 묶어놓고 싶지는 않았죠. 피아노만이 할 수 있는 고정 관념을 깨고 싶었으니까요. 록이나 헤비메탈, 힙합 등 다른 연주자들이 도전해 보지 않은 분야를 택하고 싶어 팝 피아니스트가 된 거죠.”
그의 연주를 보면 가장 먼저 현란한 연주 기술에 매료된다. 서서 피아노를 치거나 눈을 가리고 연주하는 등 묘기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것이 음악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음악 장르를 한 가지로 규정하지 않은 것처럼 신기에 가까운 퍼포먼스를 피아노 연주에 가미한 것은 많은 대중들과 호흡하기 위해서였다.
“클래식 연주자들 중에는 ‘묘기인지 연주인지 모르겠다’며 제 연주 스타일을 안 좋게 보는 분도 있어요. 쇼나 퍼포먼스를 위한 공연은 아니에요. 단지 제가 신나서 제 음악을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 그리고 아직 나이가 어리지만 음악가로서 다양한 도전을 하며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듣는 피아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는 피아노’가 공존하는 피아니스트로서의 개성을 앞으로도 지향할 거예요.”

▲ 신지호는 인디아나 주립대학과 버클리 음대 실용음악과를 거쳐 UCC를 통해 유명해졌다. 잘 생긴 외모로 많은 여성 팬을 보유한 그는 1년 전 연애를 끝으로 현재 ‘솔로’ 상태라고 고백했다. 마음에 드는 여성을 위해 작곡한 곡을 연주하면 여성의 마음을 100% 사로잡는 마성의 소유자로, 그의 이상형은 예의 바르고 이해심이 많은 착한 사람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서울에서 가장 먼 부산 바닷가로 떠나 모든 일상을 훌훌 털어버리고 낭만을 즐기는 ‘낭만파 사나이’이기도 하다.
뛰어난 재능과 끼를 가진 만큼 그는 욕심이 많은 편이다. 나이가 들어 후회하지 않으려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양한 도전을 즐겨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실제로 그는 얼마 전 배우 활동은 물론 뮤지컬과 영화의 음악 감독으로도 활약하는 등 음악과 연관된 일이라면 주저 없이 도전을 자처하고 있다.
“욕심이 많다는 게 좋은 것일 수도, 나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욕심을 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것 같아요. 물론 제가 도전했던 새로운 분야 역시 예술과 관련이 있죠. 한 번도 음악과 연관되지 않은 도전을 해 본 적이 없으니까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는 그림도 그리고 싶고, 영화 시나리오도 써 보고 싶습니다.”
그가 꿈꾸는 이상향은 음악가로서 영화 연출과 주연을 동시에 맡는 것이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만든 중국 스타 주걸륜을 그의 롤 모델로 삼은 이유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중화권 배우인 주걸륜 씨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어요. 영화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으면서 주인공을 연기할 수 있는 날을 항상 준비하고 있죠. 요즘에는 새로 쓰고 있는 뮤지컬이 있는데, 그것을 완성시켜서 무대에도 올려보고 싶고요. 그리고 드라마 출연도 준비 중이에요.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 확실히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곧 드라마에서도 제 모습을 비춰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콘서트 계획도 있고요. 저의 이런 욕심들은 결국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호흡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은 마음의 표현이에요. 제 진심이 대중에게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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