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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인문학 - 조선시대 사행기록화(使行記錄畵)
미술인문학 - 조선시대 사행기록화(使行記錄畵)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10.10 0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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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중국과의 대외관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연구 분야인 조선 사행기록 강의가 겸재 정선 미술관에서 있었다. 미술사적 측면에서 사행도는 풍부한 시각자료를 제공하고 당대의 현장감을 보여주는 사료로서 가치가 큰 그림이라 할 수 있다.

글 이선용(독문학 박사, 문화칼럼니스트sunny658@hanmail.net)

 
조선시대 사행 관련 기록화는 크게 명과 청의 사행 기록이며, 조천도(朝天圖)와 연행도(燕行圖)로 구분된다. 조천도에는 천자를 뵈러 간다는 사대의 의미가, 연행도에는 북경(연경)을 방문한다는 지정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

사신 일행의 모습을 그린 사행도

명나라 사행노정은 병자호란이 발발하기 전까지를 말한다. 그 당시에는 후금이 요동지역을 점령하고 있었던 탓에 바닷길을 통한 사행길이 육로와 함께 이용되었다. 이때 포구 출항에 앞서 사신 일행의 모습을 그린 사행도가 등장한다. 사행도에는 사신의 모습 외에 고래를 어룡(魚龍)에 비유해 묘사하거나 용오름 현상도 그렸는데, 고래의 모습은 목선에 의지한 채 수십 일을 항해하는 사신들의 공포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명나라는 수도를 남경에서 북경으로 천도한 이후에는 해로보다 안전한 육로를 이용했다. 하지만 이후 후금이 요동을 점령하면서 그 지역을 지날 수가 없게 되고, 정묘호란 발발 이전까지 해로를 통한 사행 여정은 종전의 육로보다 두 배가 더 걸리는 고단한 노정이었다.

북경에 이르기까지 장소나 정경을 기행 형식으로 그린 연행도

북경을 육로로 가는 사행 일정은 체류 기간까지 약 5개월이 소요되었다. 이 시기의 연행도는 북경에 이르기까지 인상에 남는 장소나 기묘한 정경을 기행의 형식으로 그리고 있다. 한겨울에 이동하는 동지사행임을 알아볼 수 있게 가마에 표범 가죽을 덧씌우고 일행들도 보온을 위해  머리에 남바위를 쓴 모습을 그리고 있다. 1624년에 연경(지금의 북경) 전체를 그린 <연경전도>는 그 당시 연경의 모습을 지도를 그린 듯 잘 묘사한 사행기록화로 역사적 가치가 있다. 사행의 활동과 관련 있는 곳을 강조하여 묘사했는데 동악묘, 조양문, 옥하관 등, 특히 명나라 예부의 승인이 있어야만 갈 수 있는 천단이 묘사되었다.
강세황이 그린 <영대빙희도>는 사신 일행을 맞기 위한 외교 의례 행사로 만주족 복장을 한 청의 군사들이 스케이트화를 신고 빙판 위를 달리며 화살을 쏘는 의례로 사신을 영접한 그림이다.
또한 청나라 볼모로 8년의 세월을 북경에서 보내고 조선으로 귀국한 소현세자는 명나라에 집착했던 아버지 인조와의 갈등이 깊어 의문의 죽음을 당했는데 그가 머물렀던 심양관도 사행단과 관련이 깊다.

조선 후기의 연행도

조선 사절단이 조양문을 통해 북경에 들어오면 청의 예부는 동악묘에서 사절을 영접하였다. 조선 후기의 연행도에는 자금성의 태화전이나 지금은 없어진 조양문이 묘사되어 있고 사행단의 공적인 행사 모습도 사실적으로 그려져 사료로서의 가치가 높다. 연행도에 등장하는 수많은 건물들은 건물의 전체를 조감하는 평행투시법으로 그려져 있는데, 이러한 평행투시법의 사용으로 보아 사행도의 제작 시기가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임을 가늠케 한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에 등장하는 열하행궁>
열하행궁은 1703년에(강희3) 짓기 시작하여 87년에 걸쳐 완성된 청나라 황제의 피서 산장이다. 열하행궁에서 청나라 황제는 매년 3~4개월 체류하며 서장, 몽고, 영국, 조선 등 외국 사절을 접견하고 변방 소수민족의 정황을 파악하고 달라이라마를 초대하여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군사, 정치, 외교적인 의미에서 ‘열하’는 중요한 장소였다. ‘열하’는 박지원의 ‘열하일기’ 탄생의 배경이 되었다. 박지원을 비롯한 사신 일행이 북경에 도착했는데, 청의 건륭제가 북경이 아닌 열하행궁에 머물고 있어서 5일 안에 열하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여정기가 바로 <열하일기>이다.


<강의 및 자료 제공>
정은주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연구원. 주요저서로는 <조선시대 사행기록화>, <김정희의 연행과 서화교류>,<조선 후기 부경사행과 연행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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