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09:20 (금)
 실시간뉴스
영화 '용의자'를 통해 본 범인 추격 도중 발생한 범죄 및 손해 처리 문제
영화 '용의자'를 통해 본 범인 추격 도중 발생한 범죄 및 손해 처리 문제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10.13 11: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활 속 법률

글_ 강신범 변호사(법무법인 청람)

영화 <용의자>에서 지동철(공유 분)은 북한 최정예 특수부대원이었으나 남한으로 망명한다. 그러던 중 살인 누명을 쓰고 쫓기는 신세가 되는데 이 사건의 수사를 지휘하는 것은 피도 눈물도 없이 타깃을 쫓는 사냥개 민대령(박희순 분). 민대령은 지동철을 쫓던 중 드디어 마주치게 된다. 해외영화, 한국영화 할 것 없이 첩보·액션영화에서라면 빠질 수 없는 단골손님인 자동차 추격신이 벌어진다. 이 과정에서 교통 장애를 초래하였음은 물론이거니와 도로를 주행하던 선량한 시민들의 여러 차동차가 파손되었고 그 안에 타고 있던 운전자들 및 동승자들 또한 여럿 다쳤을 것이다. 그렇다면 범죄수사를 하던 중 대인·대물 사고를 내고도 현장을 이탈해버린 민대령에게 민·형사상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일까.

1. 형사상의 책임 유무

민대령은 용의자 지동철을 쫓는 과정에서 자동차를 파손하고 그 안에 탄 운전자들 및 동승자들을 다치게 하였다. 이는 도로교통법 위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등 여러 범죄에 해당한다. 즉 범죄성립의 3요소 중 구성요건해당성은 충족하고 있다. 그런데 형법 제20조는 “법령에 의한 행위 또는 업무로 인한 행위 기타 사회상규(社會常規)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용의자를 검거하기 위한 민대령의 행위는 공무로서 사회상규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형법 제20조에 의거 위법성이 없다. 따라서  민대령이 지동철을 검거하기 위한 과정에서 행한 온갖 형법 및 형사특별법 위반의 행위들은 위법성이 없어 처벌받지 않을 것이다.

2. 민사상의 책임 유무

헌법 제29조 제1항에 근거하여 제정된 국가배상법에 의하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할 때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는 국가에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민대령이 지동철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에게 피해를 입힌 것은 ‘공무원이 그 직무를 집행할 때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에 해당되므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은 국가배상을 청구하여 그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다. 한편 직접적으로 손해를 입힌 민대령에게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와 관련하여서는 아래 대법원 판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 등이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하는 외에 공무원 개인도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할 것이지만, 공무원에게 경과실이 있을 뿐인 경우에는 공무원 개인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6. 2. 15. 선고 95다38677 전원합의체 판결 참조) 즉 민대령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면 민대령 또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고 경미한 과실만 있었다고 볼 경우엔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지동철은 특수훈련까지 받은 최정예 부대원이어서 검거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은 상식에 부합하고 누명이긴 하였지만 살인죄라는 강력범죄의 용의자였기 때문에 다소 무리하여 추격을 하였다 해도 중대한 과실까지는 인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 공무원이 아닌 사인이 추격을 하다가 범죄 및 손해가 발생한 경우라면

수사공무원 뿐 아니라 일반 사인도 현행범은 체포할 수 있다. 영화 ‘추격자’에서 김윤석이 하정우를 쫓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에서는 물론 자동차를 이용하지도 않았고 손해가 발생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만약 영화 <용의자>에서와 같이 자동차 추격신을 벌이다가 손해를 끼쳤다고 가정한다면 이 경우에도 김윤석은 책임을 면할 수 있었을까. 사인의 현행범 체포가 합법이라도 국가에서 사인에게 그 정도까지의 권한을 부여했다고 볼 수는 없다.

 
글 강신범(법무법인 청람 구성원변호사)

2004년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 2005년 2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북부지방법원 소속 국선전담변호사 등을 거치면서 1천500건 이상의 소송을 수행하였고, 현재는 법무법인 청람에서 구성원변호사로 재직 중.

이메일 volkisadad@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