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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진솔함의 균형을 찾다
'힐링캠프' 진솔함의 균형을 찾다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10.20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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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프로그램

 
반딧불이가 함께 있는 풍경, 두런두런 모여 앉은 얼굴, 유쾌한 이야기들. 첫선을 보이던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모두를 위한 푸근한 치유를 말했었다. 국내에 ‘힐링’이라는 단어를 본격적으로 돌게 하기도 한 이 방송은 방송인들을 비롯해 종교인, 문학인 등 다양한 인물들을 초대해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울리기도 했다. 그들을 만나니, 기쁘지 아니한가.

취재 이윤지 기자 사진 SBS 힐링캠프 방송 캡처

최근 힐링캠프는 본격적으로 ‘아픔’을 묻고 ‘고백’을 들어주는 시간을 늘렸다. 배우 이지아, 방송인 홍진경 편은 연이어 이슈가 됐다. 항간에서는 부정적 의미로, ‘무릎팍 도사’와 다를 바 없다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힐링’의 농도가 더 짙어진 월요일 밤 <힐링캠프>.

초대와 경청, 조용하지만 풍성한

 
 
베테랑 방송인 이경규, 산뜻한 여배우 한혜진, 속 깊은 지식인 김제동. 어울리는 듯 아닌 듯 아리송한 세 사람이 푸른 배경을 두고 모였다. <힐링캠프>는 처음부터 큰 기대를 몰고 왔던 프로그램은 아니다. 토크 프로그램 경험이 많지 않은 한혜진은 어떤 연유로 캐스팅 된 건지 많은 시청자들이 궁금해 했고, 이경규와 김제동의 조합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힐링캠프’를 떠나보니, 캠프를 이끈 것이 누구인가는 주된 요소가 아니었다. 어떤 토크쇼보다 한가롭고, 곳곳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외성이 터져 나왔다. 청량한 시작부터 지금까지, 누군가를 초대하고 많은 질문 대신 사려 깊은 경청으로 이 프로그램은 이어져 왔다. 토크쇼라는 포맷이, 앞다퉈 신나게 자기 이야기를 하며 웃음을 줄 수도 있겠지만 아주 사적이고 소소한 것들까지 털어놓고 흘러가듯 그 자리에서 짧은 역사를 써본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사뭇 밝혀 주기도 했다.
‘요즘 우리가, 요즘 여러분이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라는 기준은 다소 애매하다.
하지만 초창기 <힐링캠프>를 통해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꼭 그런 사람을 만난 기분이 들었다. 특별한 기점을 맞이한 배우들을 비롯해 뮤지션 김태원, YB, 옥주현 등이 출연했고 최경주, 추성훈 선수 등 방송을 통한 ‘긴 대화’를 보여준 적 없었던 이들이 초대되기도 했다. G드래곤, 아이유, 수지 같은 아이돌 가수까지 영광의 자리에 앉았다. 연예계 인사들뿐 아니라 정목스님, 신경숙 작가 등 문화예술계 인물들까지 시청자들과 만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캐스팅부터 남달랐던 덕에 여느 토크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진귀한 이야기들, 놀랄 만한 사실들이 발굴됐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크고 작은 변화를 겪고 다양한 인물들을 이야기한 <힐링캠프>를 높이 사는 것은 아마 높은 인기와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들뜨거나 과한 분위기로 흐르지 않는 담담함 때문일 것이다. 더불어 진행자와 출연자 모두가 때로 주인공이 되고 때로 방청객이 되며 서로를 공감하고 눈물을 감추지 않는 인간적인 풍경은 오랫동안 변함이 없었다.
한혜진의 사랑스러운 매력, 이경규의 바래지 않는 입담, 김제동의 오묘한 감각이 또한 활력이 됐다. 서구적이면서 도회적인 외모가 매력인 한혜진의 MC로서의 얼굴은 완전히 달랐다. 얄미울 만큼 솔직하게 시청자들이 던지고 싶은 질문들을 자처하고, 순진한 듯 툭 던지는 호기심 섞인 말은 속에 뼈가 있었다.
누가 나오든 대단히 열광하지도 않고 과장 섞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수장 이경규의 진행 솜씨는 프로그램 전반을 독특하게 이끈다. 유머러스하게 대처하면서도 사람의 핵심을 볼 줄 아는 김제동까지, 세 사람은 <힐링캠프>만의 매뉴얼을 만들어 왔다.

회고와 고백이 선사하는 ‘모두의 치유’

 
톱스타 위주이거나 이슈에만 연연하지 않았음에도, <힐링캠프>에는 큼지막한 일들이 자주 일어났다. 먼저 한혜진의 결혼소식. ‘기성용 편’이 방송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성용-한혜진 커플이 공식 연애를 선언했고 곧 결혼까지 골인했다. 안타깝게도 MC 한혜진을 더 이상 매주 만날 수 없게 됐지만, 늘 출연자 곁에서 깨알 같은 진행 멘트로 프로그램을 짊어지던 배우 한혜진을 가운데 두고 그간 못 다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고 두 사람의 열애가 성사되는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한 <힐링캠프>는 한 번 더 빛났다.
토크쇼를 즐겨 보는 까닭은 아마도 그 날의 주인공에게 궁금했던, ‘항간의 소문들’, ‘솔직한 심정’ 같은 것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의 ‘만들어낸 고백과 눈물, 그에 이은 호소’의 자리라는 비난도 역시 이 요소들을 많은 이들이 원하고 있는 데에서 비롯된다.
<힐링캠프>가 좀 달랐던 것은 출연자들의 고백과 해명의 투명도가 어느 정도이든, 다각도에서 이야기하도록 유도하며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배우 윤여정이 출연했던 것은 녹화 때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결혼과 이혼 이야기, 오래 묵었던 마음들과 달라진 지금의 마음들을 털어놓으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설경구의 출연분 역시 크게 이슈가 됐다. 무성한 소문들, 가족들과 전 부인에 관한 본인의 실토 아닌 실토는 어떤 연예정보 프로그램보다 집중도가 높았다.
최근 출연했던 배우 이지아는 오랫동안 감춰 왔던 비밀에 관해 처음 입을 뗐다. 작품 밖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지아의 조근조근한 어투며 지긋한 눈길은, 긴 시간 말로 할 수 없었던 지난 이야기들만큼이나 신선했다.
출연자들이 소개되고 나서 하는 ‘힐링받기 위해 왔다’는 말은 가벼운 인사말 정도로 들리지만 아마 그 문장은 각자에게 조금씩 다르게 실현됐을 것이다. 소통을 통한 치유는 들어주는 이와 말하는 이가 함께 얻을 수 있는 축복이므로. 세 번의 기념일을 맞이한 <힐링캠프>는 여전히 무궁무진한 만남을 앞두고 그 격을 더욱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폭넓은 이야깃거리를 재미나게 녹여 함께 나눌 줄 알고, 어디에든 있는 좋은 사람들을 초대할 준비가 돼 있는 한가로운 밤의 캠프를 지켜보는 것은 정말이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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