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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만장한 이야기로 사로잡다 - '왔다! 장보리'
파란만장한 이야기로 사로잡다 - '왔다! 장보리'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10.20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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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뷰

 
꾸준히 안방극장 30% 시청률로 주말극 순위를 장악하고 있는 ‘장보리’. 친딸과 양딸이 뒤바뀐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그리는 이 드라마는 이제 막바지에 달하며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자신이 명문 비술채의 손녀딸임을 알아채게 된 주인공 보리(오연서 분)와 그간 갖은 수로 그 사실을 은폐하려 들었던 민정(이유리 분)의 대치가 관건. 잃어버린 기억의 파장과 ‘출생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방식이 남다른 드라마 ‘왔다 장보리’를 보다.

취재 이윤지 기자 사진 MBC <왔다! 장보리> 캡처

‘장보리’ 열풍이 대단하다. 지난 봄부터 시작된 가족 드라마 <왔다! 장보리>는 오연서와 김지훈을 주축으로, 청춘 남녀의 사랑과 믿음을 말하는 동시에 복잡하게 얽힌 가정사를 다룬다. 친딸과 양딸의 신분이 뒤바뀜에 따라 진실을 알고 있는 이와 모르는 주인공 사이의 극도의 갈등 상황이 주된 볼거리다. 두 딸과 두 어머니에게 벌어진 황당하면서도 안타까운 사실은 현실로 존재하기 쉽지 않은 상황임에도 이 드라마에 대한 집중도는 상당히 높았다.

굳센 소녀, 장보리의 인생

 
엄마와 딸이 화해하고 진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어렵고 힘든 나날들을 살아왔던 주인공 보리는 우여곡절 끝, 친부모를 찾게 되지만 ‘반갑다, 미안하다’ 같은 말 대신 ‘왜 그렇게밖에 못 살았느냐’, ‘천한 사람’이라는 말을 친엄마에게 듣게 된다. 중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하고, 미혼모로 살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
보리는 전형적으로 너무 착해서 답답한 여주인공 캐릭터다. 사실을 따지자면 보리의 딸 비단이(김지영 분)를 낳은 것은 민정이(이유리)가 낳은 아이이다. 보리는 연민정의 딸 비단이를 업둥이로만 알고 있었고, 기어코 제 호적에 올려 미혼모가 됐다. 사정이 어떠했든 보리는 중졸에 미혼모라는 프로필로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뒷말들을 들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담담하게 자신의 처지를 인정하며 씩씩하게 살아가는 것이 보리가 택한 해결책.
보리를 싫어하고 경멸했던, 보리가 은비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며 억지를 썼던 친엄마 인화에게, 보리는 인화에게 “부모가 자식이라고 하면 자식이고, 자식이 아니라고 하면 자식이 아닌 것”이라 담담히 여긴다.
늘 굳세게 참고 넘기며 살아온 보리에게 희망의 빛은 쉽게 보이지 않았다. 따뜻한 성정에 야무진 생활력으로 베풀며 사는 젊은 주인공 앞은 늘 시련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필연적인 불행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온전히 공감을 살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게다가 정상을 벗어난 악행을 저지르는 캐릭터 민정의 상황 또한 그렇다. 보리와 아주 대조적인, 극 곳곳의 갈등 상황 중심에서 악랄한 모습을 보이는 민정은 보리 캐릭터를 보다 뚜렷하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쓰러지지 않는 보리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은 지금까지 여러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들고 있다. 곱기만 했던 심성으로 살아왔지만, 조금씩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보리가 더 이상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 단순하지만 선한 자의 마지막이 결국은 큰 행복일 것이라는 진의에 기대, 천천히 만족스러운 결말을 향해 함께 가고 있는 것이다.

‘침선장’ 내세운 흥미로운 대결이 왔다

<왔다! 장보리> 주인공들의 욕망은 하나. 전통한복기능 전수자(침선장)가 되고자 하는 것이다. 갈등의 원인을 모아 보면 이 침선장을 향한 네 여자의 대를 이은 대결을 담고 있다.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위해 제작진은 서울 사직동 모 재단의 사옥과 삼청각을 택해 ‘비술채’라는 상징적인 한복명가를 선정했다.
첫 회에서부터 국도에서 벌어진 자동차 추격신과 교통사고로, 다소 충격적인 도입부를 만들어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이어 무형문화재 박수미(김용림 분)가 운영하는 한복 명가 비술채의 후보 전수자이자 수미의 며느리인 옥수(양미경 분)와 인화(김혜옥 분)가 경합을 통해 후계자를 뽑겠다는 수미의 계획에 각자의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 그려진다. 한복 짓기 경합이라는 특별한 씬은 근래 보기 힘들었던 신선하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다. 야욕을 가진 인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인물들이 각자의 목적으로 양보 없는 경합을 펼치는 장면은 극적 긴장감을 최대로 높였다.
특히 이야기의 시작을 맡고 있는 중년 연기자들과 중심인물들의 아역 연기자들이 등장했던 초반부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비술채를 물려받아야겠다는 욕심에 사로잡힌 인화가 극 초반부 갈등의 큰 원인이 되면서, 비술채의 후계자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전통 한복을 소재로 한 이야기가 참신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한복 염색천이 봄바람에 살랑이는 삼청각 한옥 마당에서의 경합은 엄격하게 이뤄졌다. 심사위원들에게 “매서운 눈으로 옥석을 가려 달라”는 비술채 수장의 당부와 함께 두 후보의 경합에는 세 가지 과제가 주어진다.
서로에게 가장 만들어주고 싶은 옷, 30년 후에 입고 싶은 옷, 그리고 바느질이 마지막 과제. 서울 삼청각에서 촬영된 경합 장면은 드라마 구성상 초반 갈등을 빚어내는 요인이 되는 만큼 촬영이 시작되기 전부터 스태프들은 무대와 소품 하나하나에 공을 들였다.
무형문화재 김수미 역의 김용림, 김혜옥, 양미경 등이 선과 색이 고운 한복을 입고 촬영에 임했고 염색마당에서 휘날리는 천연염색 비단원단, 비술채 직원들의 한복 등도 함께 돋보였다. 사극에서나 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한옥과 눈부신 한복의 자태 등은 주말 극에서의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특히 <왔다! 장보리> 등장인물들이 입은 한복은 한복인 박술녀 원장의 장인정신이 깃든 작품들로, 박술녀 원장은 촬영장에 꼬박 대기하면서 출연자 한복을 일일이 체크하고 연기자들의 연기를 지켜보는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연기자들이 극찬한 ‘장보리 한복’의 맵시와 박술녀 장인의 열정이 또한 극의 전반에 묻어나 더욱 특별하다.
해당 회차의 경합이 끝나고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장면부터는 21%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경합에서 이기기 위해 ‘옥수’의 경합 과제작을 몰래 불태우거나 숨기고, 옥수의 형부가 다시 새살림을 차린다는 소식을 흘려 옥수를 심적으로 흔든 ‘인화’의 숨 막히는 대결은 앞으로의 일들을 예견할 수 있게 하는 주요 에피소드다.
보리의 친모인 인화는, 지난날 수미(김용림)의 며느리가 되기 위해 수봉(안내상) 방의 구들장을 가위로 깨어 연탄가스를 마시게 하고 이 때문에 정신을 잃은 수봉을 구하는 자작극을 벌이기도 했으며 수미를 속여 비술채 한복을 빼돌리기도 했다.

 
의붓자매인 보리와 민정의 비술채와 작품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 역시 볼 만하다. 과거 연민정은 비술채의 장학금을 받기 위해 고아라고 거짓말하며 모친인 도혜옥을 버렸다. 그러나 필요할 때마다 도혜옥에게 의지해왔고, 도보리를 경계하기 위해서 “주워다 키워 준 엄마와 나에게 이런 식으로 보답하냐”는 막말도 서슴지 않는다.
보리는 모친 혜옥과 언니의 말을 외면할 수 없어 번번이 두 사람의 말에 따라 움직여 온 상황. 그러나 지금은, 과거 보리의 그림을 훔쳐 비술채 장학생이 된 연민정의 악행을 보리가 알게 되면서 사건의 실마리가 풀렸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보리의 실력이 드러나길 바라는 시청자들이 이 회차를 기점으로 극적인 반전을 기대해 왔지만 지겹도록 이어지는 연민정의 악행은 우연인 듯 아닌 듯 매번 성공을 이어가고 있다. 과연 어떤 결말이 나오게 될지는 아직도 미지수.

서서히 나타나는 장보리의 진가

45회와 46회에서는 보리와 민정이 피할 수 없는 침선장 경합을 앞두고 엄마 인화와 스승 옥수를 모두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친 엄마의 편에 서서 엄마를 지키게 될지, 스승님이자 큰엄마인 옥수의 억울함을 풀어주게 될지 궁금증을 증폭시키는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보는 이들을 한껏 고조시킨 것.
특히 보리는 극중 매번 ‘민정’의 계략에 당하기만 하던 착한 모습을 벗어나 다시 만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당차고 똑 부러지는 태도로 변한 보리의 심리를 극명하게 연기해 시청자들의 몰입을 높이고 있다. 한편으로는 연민정의 몰락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암시하고 있어 보리가 진실을 어떻게 밝혀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왔다! 장보리>를 책임지는 김순옥 작가는 <아내의 유혹>(2008), <천사의 유혹>(2009),  <다섯 손가락>(2012) 등의 작품을 통해 파격적인 설정과 스피디한 전개로 집필한 작품마다 화제를 불러일으켜 왔다. 상처를 보듬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휴머니즘을 그렸던 그는 이번 드라마 준비 단계에서부터 “밝고 따뜻한 드라마를 쓰고 싶다”고 여러 번 의지를 밝혔다는 후문이다.
작가의 말대로 장보리의 이야기는 따뜻하게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겹으로 얽혀 있는 가족들, 위험하게 꼬인 인생들이 여러 과정을 거치며 진실로 화합하는 모습이 조금씩 그려지고 있는 상황. 아마 강도가 높은 시련을 지속적으로 겪은 주인공을 통해 어려움을 이겨가는 현명함을 말하고, 아픔 속에서만 볼 수 있는 희망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장보리’의 과제이고 사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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