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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리더십-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조미진 상무
우리 시대 리더십-현대자동차그룹 인재개발원 조미진 상무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10.21 22: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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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직장 문화의 ‘낀 세대’를 말하다

 
한국과 중국, 미국에서 글로벌 인사 및 육성 전문가로 활동한 현대차그룹 조미진 상무는 60년 압축성장 속에서 이루어진 한국 특유의 비즈니스 현장에 주목했다. 그 결과 3세대가 함께 일하는 현대 조직에서 위아래 세대에 끼어 갈팡질팡하는 ‘샌드위치 세대’ 리더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조 상무에게 이 시대 ‘낀 세대’에게 필요한 리더십과 자질을 물었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이용관

조미진 상무는 최근 <낀 세대의 반란>이라는 책을 냈다. 세대 리더십에 관한 내용으로 우리나라의 직장문화를 냉철하게 파헤쳐 많은 직장인들의 공감을 낳았다. 조 상무가 한국의 직장문화를 제3자의 입장에서 분석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기간 외국에서 직장생활을 한 경험 때문이다. 11년간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한 조 상무는 너무나도 다른 한국의 조직문화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1996년부터 미국 모토로라에서 일하다가 2007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11년간 떠나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와서 다시 직장생활을 한 거죠. 그런데 한국에서 일을 해 보니 생각보다 문화적인 충격이 크더라고요. 제가 한국에서 태어나고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직장생활에 적응하는데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는데 말이죠. 미국에서 쌓은 커리어나 경험들이 한국 직장문화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갖게 했어요.”

3세대를 연결하는 낀 세대 리더십의 중요성

평등의식을 강조한 미국 문화의 특성은 직장생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상명하복, 즉 하향식 명령 체계가 강조되는 우리나라 직장문화와 달리, 미국에서는 직책과 관계없이 자유로운 의견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 상무는 한국에서 팀원들과 회의를 할 때 자신의 이야기에 대한 피드백을 구하면 아무도 선뜻 나서지 않는 모습에 어려움과 혼란을 겪었다고 언급했다.
“단적으로 말하면 미국에서는 호칭도 자유롭고 존댓말도 쓰지 않잖아요. 그러한 문화 영역의 잣대에서 보면 한국의 많은 부분의 직장문화가 미국과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죠. 특히 제가 피드백을 구하면 아무도 말을 하지 않으려는 모습 때문에 너무 힘들었어요. 물론 문화적 차이이기도 하겠지만, 그 안을 더 깊숙이 들여다보니 세대 간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죠.”
조 상무는 현 직장 사회를 3세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에 비유했다. 조부모, 부모, 자녀가 함께 있는 것이 직장생활의 가장 큰 고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라온 환경과 교육 방식 등이 각각 다른 3세대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중간 관리자인 ‘낀 세대’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들이 중간 다리 역할을 잘 해야 중역을 맡고 있는 윗세대와 이제 막 회사 생활을 시작한 아랫세대의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
“3세대가 한 조직에서 일하다 보니 ‘낀 세대’가 생겨났어요. 윗세대, 중간세대, 아랫세대가 공존하는 것이죠. 윗세대는 말 그대로 1960년대 압축 성장을 이끌어온 베이비부머 세대이고, 낀 세대는 <응답하라 1994>를 잘 이해하는 나이로 그 당시 20대를 보낸 세대죠. 아랫세대가 바로 2000년대 이후에 대학생활을 하고 디지털 기기 조작에 익숙한 M 세대(MobileGeneration)이죠.”
조 상무는 낀 세대의 낀 세대에게 필요한 해답은 기성세대와 M 세대의 세대적인 특성을 이해하고, 직장생활에서 변화를 추구하는 ‘내적인 반란’에 있다고 조언했다. 지금과는 다른 리더십 모델을 구축하지 않으면 변화하는 시대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직언이었다.
“직장 내에서 낀 세대는 윗세대에 대한 존중과 더불어 직장에서 전승할 가치를 다음 세대에게 이어줘야 해요. 물론 위에서 배운 것이라도 아래로 내려서는 안 될 것은 과감히 단절시키는 결단력도 있어야 하고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리더십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윗세대의 경험과 M 세대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리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M 세대의 영향으로 조직 내에서 암묵적으로 강요됐던 문화들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직장과 면담 문화다. 과거에는 상사의 선택을 따르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요즘에는 퇴근 이후 개인적인 사생활을 요구하면서 회식이나 면담 일정을 사전에 잡는 경우가 많아졌다.
“요즘 팀 회식을 할 때 금요일 저녁에 약속을 잡으면 직원들이 너무 싫어합니다. 불가피하게 회식 일정을 잡더라도 몇 주 전에 알려주는 문화가 점점 확산되고 있고요. 그러한 젊은 세대의 특성과 개성을 말로만 존중해 준다고 할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자신의 리더십이 M 세대로부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또 조 상무는 직장 내에서 권위는 필요하지만, 권위주의는 과감히 탈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계질서를 앞세워 단절된 리더십을 발휘하기보다 프로페셔널다운 파트너십을 통해 소통하는 리더십으로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는 것이다.
“낀 세대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안고 있어요. 낀 세대라는 말은 어떻게 보면 위기 요소를 담고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양 세대를 누구보다 잘 접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죠. 무엇보다 팀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파트너십을 실행하는 리더, 차세대들의 부정적인 면보다는 그들의 능력과 잠재력을 인정해 주는 리더가 된다면 조직 내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특히 리더는 전문성과 실력은 물론, 지식과 경험을 공유해 팀원들의 성장을 조력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게 조 상무의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기준으로 책임을 부여하고 그에 대한 상벌 기준을 확실히 해야 한다.
“실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팀원들의 성장을 위해 조력하는 것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또 객관적인 기준으로 책임을 부여하고 그에 대한 상벌 기준을 확실히 해야 합니다. 혼을 낼 때는 혼을 내고, 포상을 해야 할 때는 포상을 하는 진정성 있는 리더가 우리 시대에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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