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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문학에 나타난 역사적 실존 인물
설화문학에 나타난 역사적 실존 인물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10.23 0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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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희 정승 사진=서울신문
지난 달 겸재 정선 미술관에서 ‘조선시대 설화인물’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우리가 어렸을 적 할머니로부터 들었음직한 설화는 우리 조상들의 해학과 유머에 숨겨진 의미를 새삼 느끼게 해주었다. 강의는 설화를 중심으로 우리 민간에 전해 내려오는 옛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글 이선용 (독문학박사, 문학칼럼니스트 sunny658@hanmail.net)  강의 최래옥 교수(한양대학교 명예교수·한약대학교 전 박물관장) 

설화 속 인물은 과거의 인물이지만 또한 현재 인물과 같으며, 설화는 다름 아닌 인간 이야기이다. 과거의 그때나 지금은 동일하다. 따라서 설화문학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와 미래에 ‘사람답게 사는 길과 그 길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암행어사 ‘박문수’ 이야기

우리가 ‘암행어사’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박문수다. 그렇다면 실존인물 박문수와 만화로, 드라마로, 소설로 알고 있는 암행어사 박문수는 과연 일치하는 삶을 살았을까?
암행어사 박문수라는 설화 속 인물은 단순히 백성의 실태를 파악하는 직무 수행 업적보다는, 서민의 애환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이를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 그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다. 따라서 ‘박문수’는 실존인물로서의 박문수보다 우리에게 전해지는 암행어사 박문수로서 이해되고 있는 것 이다.
박문수가 암행어사 업무 수행 중 마을에서 혼기를 놓친 처녀 다섯 명의 혼인을 성사시킨 설화는 우리에게 인간 이야기를 강조한 설화문학의 의미를 깨닫게 한다.

의병장 사명대사 이야기

역사 속에서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으로 이름을 떨친 사명대사의 경우, 설화 속 에서는 사명당이 승려가 되기까지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임진왜 란의 의병장이라는 실존적 인물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사명대사의 비석이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는 사명대사가 죽어서도 이 나라를 지킨 애국 충절 의 마음으로 기억되며, 그것의 객관성은 중요치 않은 것이다.
이처럼 설화문학은 역사적 사실보다 인간상을 더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백리의 상징, 황희 정승 이야기

실제의 황희는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4대의 왕을 섬겨 89세까지 장수한 정승으로 그의 집은 비가 오면
지붕에 물이 샜고 옷은 한 벌뿐이었다는 설화가 전해지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사실 여부보다 천하의 고위 공무원이라 할 황희가 청렴하여 재물을 탐하지 않았다는 의미이다.
또 세종이 가난한 황희에게 주라고 한 달걀마저 부화 직전의 유골 달걀이었다는 사실은 참말일까? 이 또한 사실의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황희 정승이 청백리임을 강조하기 위한 설화이니까. 황희 정승이 아들 황수신의 방탕한 생활태도를 고치기 위해 기생집에 머문 아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설화는 유명하다.

부부애의 지덕을 보인 서성 설화

조선 중기, 서거정의 손자이며 달성 부원군인 서성은 눈이 먼 아내를 맞이하고도 내치지 않았다. 이에 주변에서는 서성의 인덕으로 이 가문에서 삼대 내에 정승이 나오리라는 축원이 이어졌고 사실대로 이루어졌다는 설화가 있다.
서성의 아내 고성 이씨는 음식에 뛰어난 재주를 발휘하여 오늘날의 약과, 약식, 약주가 모두 고성 이씨의 뛰어난 음식 솜씨에서 비롯되었는데, 고성 이씨가 바로 서성의 아내라고 전해진다.
이처럼 설화문학은 역사적 인물을 통해 우리네 인간상과 우리의 살아갈 길을 제시하고 있으며, 한국인의 삶의 진면목을 담고 있다.

강의 및 자료제공 : 최래옥 한양대학교 명예교수, 한양대학교 박물관장 역임
저서로는 <한국구비문학론>, <되는 집안은 가지나무에 수박 열린다>,<우리 신화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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