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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왕토란 전문 재배지-경기도 용인시 일등농장
국내 첫 왕토란 전문 재배지-경기도 용인시 일등농장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10.23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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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농장

 
아열대 기후인 동남아시아 지역이 원산지로 알려진 왕토란은 중국과 대만, 인도 등지에서 주요 식량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일반 토란에 비해 크기가 최대 50배 이상 커서 미래 식량 자원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왕토란을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곳으로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일등농장이 유명하다. 얼마 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왕토란 재배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고소득 작물인 왕토란 종근을 일반 농가에 보급해 왕토란 확산에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귀농 3년 만에 대한민국 1호 왕토란 전문 농장을 성공적으로 일군 일등농장 정인구 대표를 만나 농장 성공담과 그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어 봤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의 한 한적한 길가에는 ‘일등농장’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왕토란 재배에 성공한 ‘대한민국 왕토란 1호 농장’다운 자신감과 자부심이 느껴졌다. 농장 안으로 들어서니 묵묵히 농장 일을 하는 정인구 대표 부부가 눈에 띄었다. 정인구 대표는 땀에 절은 옷을 입은 채 작업에 한창이었고, 남편과 함께 농장 일을 돕고 있는 아내 박미서 씨는 살갑게 기자를 반겼다.
자리에 앉자마자 정 대표의 아내는 자랑스럽게 농장의 왕토란 이야기를 꺼냈다. 냉장고에 보관해 둔 작년 시범적으로 재배한 왕토란의 실물을 보여주며, 농장 맞은편에 있는 용인 농업기술원에서도 주목하는 재배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왕토란은 중국에서 종근(種根)을 수출 금지 품목으로 지정해 놓았을 정도로 중요한 유전자 자원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농업의 6차 산업화에 적합한 왕토란을 국내 소비자에게 널리 알리고, 특히 재배를 원하는 농가에도 재배 비법을 지속적으로 전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농업 경쟁력 강화는 물론, 식량 자원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 온 이들 부부의 일등농장 곳곳이 생명력과 활기로 가득했다.

오랜 도시 생활 끝에 결정한 귀촌과 귀농

▲ 용인 일등농장 정인구 대표
정 대표는 도시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던 사업가였다. 여행사 운영도 제법 잘된 편이지만 2011년 그는 가족과 함께 귀향을 결정했다. 고향에서 농업에 도전해 농업인으로 성공하기 위해 무작정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50세를 목전에 두고 농사를 배우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는 작물 선택을 할 때 사업가 특유의 기질을 발휘했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고 부가가치가 낮은 작물보다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주목받는 삼채를 재배 작물로 선택한 것이다.
“도시 생활을 접고 맨몸으로 농사일에 뛰어든다는 것이 정말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어요. 하지만 일반 고추나 오이, 마늘 같은 손도 많이 가고 특화되지 않은 작물을 뒤늦게 하고 싶지는 않았죠. 대신 요즘 많은 분들이 건강에 관심이 높은데, 청정 먹을거리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삼채였는데, 적절한 홍보와 소비자와의 직거래 방식으로 억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죠.”
성공 농업인의 반열에 올랐지만 그는 도전에 나섰다. 작년에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왕토란으로 성공한 농부이자 농장 경영인으로서 강하게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작년부터 미얀마산 왕토란 종근을 구입해 시험 재배를 실시한 결과,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이에 현재 약 33,000㎡(약 1만 평) 규모로 왕토란을 재배 중이다.
“지인의 소개로 지난해 미얀마산 왕토란 종근을 구입해 직접 시범포에서 실증 재배한 결과 일반 토란에 비해 크기는 20~30배(성인 남자의 신발 크기 정도), 무게는 100~200배에 달하는 등 왕토란 재배의 성공 가능성을 눈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더구나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재배할 수 있는 데다 뿌리가 지상으로 반 가까이 올라와 자라기 때문에 농사 초보자도 쉽게 수확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죠.”

▲ 왕토란은 일반 토란에 비해 크기는 20~30배 정도 크고, 무게는 100~200배 정도 더 무겁다. 보통 성인 남자의 신발 정도 크기여서 성인 남성이 한손으로 들기에도 무겁게 느껴진다.
이처럼 병충해에 강하고 하나의 구근 형태로 되어 있어 수확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왕토란은 벼농사의 대체 작물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수분이 많은 습지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왕토란은 밭보다는 논에 어울리는 작물이다.
“왕토란은 다습한 환경을 좋아해 물만 잘 공급해 주면 토양을 가리지 않고 퇴비와 비료만으로도 잘 자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또 수확할 때쯤에는 토란의 절반 이상이 땅 밖으로 나와 있어서 생산비도 적게 들고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33,000㎡ 규모로 왕토란을 키우고 있는데, 워낙 활용도가 높고 부가가치가 크다 보니 왕토란이 농장의 ‘효자 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구의 온난화 현상으로 우리나라도 점차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작물 재배가 가능해진 점도 주효했다. 아열대 지역의 기후 특성인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는 왕토란은 기온이 낮으면 생육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사실 요즘 우리나라의 여름을 보면 아열대 기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잖아요. 저도 반신반의하며 시범 재배한 건데, 제 바람대로 첫 해부터 결실을 이룰줄은 몰랐죠. 국내에서도 왕토란 재배가 가능해지면서 앞으로 왕토란과 같은 기능성 아열대 작물에 대한 연구와 재배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변비와 불면증 해소에 도움을 주는 건강식

토란은 본래 싹을 늦게 틔우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한 달 보름 정도 지나면 싹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파종 이후에는 발아를 촉진시키기 위해 27~30℃ 정도로 최적의 생육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발아한 이후에도 온도를 25~37℃ 정도, 야간에는 18~20℃ 정도로 유지하고 충분한 햇빛을 보게 해야 한다. 정 대표는 “토란은 짚 등으로 피복을 해 수분 유지를 해주면 건조한 밭에서도 재배할 수 있을 만큼 햇빛이 잘 드는 곳이라면 어디서라도 수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한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받으며 건강하게 자라는 왕토란 줄기와 잎의 모습. 왕토란은 10a당 3,000㎞ 이상의 뿌리를 수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산물인 토란 줄기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토란은 파종 후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싹이 나옵니다. 그래서 씨앗을 심고 잊을 만하면 싹이 나오는 셈이죠. 보통 4월 중순 이후에 파종하는데 일찍 새싹을 보기 위해서는 집 안에 해가 드는 따뜻한 곳이나 비닐하우스 속 포트에서 싹을 미리 틔운 상태에서 심는 방법도 있습니다. 특히 왕토란을 파종할 때는 생장 환경을 고려해야 해요. 키가 1m 이상 자라고 줄기가 여러 갈래로 퍼지면 주위 식물이 햇볕을 쬐지 못해 다른 작물의 성장 속도를 저해할 수 있으니까요. 특히 아무래도 아열대 작물이다 보니 물과 온도, 햇빛의 양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분만 잘 관리해 주면 큰 어려움 없이 재배할 수 있는 작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토란은 보통 10월 중순(또는 10월 말 첫 서리 내리기 전)쯤 수확을 한다. 토란을 수확할 때는 포기 밑으로 삽을 집어넣어 파 올리면 된다. 왕토란은 10a당 3,000㎞ 이상의 뿌리를 수확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산물인 토란 줄기도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 현재 적지 않은 농업 전문가들이 왕토란을 1석 2조의 고소득 작물이라고 평가하며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0월 중순 정도가 되면 토란을 수확합니다. 수확한 토란의 줄기는 껍질을 벗기고 건조시켜 저장하고, 토란은 10일 정도 그늘에 말린 후 5~8도 정도 저온에서 저장하는 것이 좋다고 해요. 저 역시 올해 그 결실이 어느 정도일지 궁금한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재배에 성공한 만큼 수확량도 늘어나길 바라고 있습니다.”
왕토란은 감자류에 속해 당질과 단백질 성분으로 이뤄져 있고 칼륨 성분은 감자보다 더욱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또 풍부한 섬유소로 인해 장운동을 활발하게 만들어 변비에 특효를 발휘한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왕토란은 고구마나 감자에 비해 다양한 영양소가 함유되어 있고, 칼로리는 낮아 비만을 걱정하는 현대인들에게 다이어트 식품으로 제격입니다. 더구나 맛 자체가 군밤이나 고구마 맛과 비슷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기도 하죠. 왕토란을 먹으면 면역 체계가 강화와 대장암 예방 외에도 노화 방지 효과가 큽니다. 무엇보다 소화와 배변 활동을 원활하게 하는 건강식입니다. 실제로 제 아내도 왕토란으로 변비가 싹 사라졌으니까요. 게다가 토란에 들어 있는 천연 멜라토닌 성분은 불면증 완화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수시로 섭취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겁니다.”

우수한 종근 보급으로 미래 식량 자원 개발

▲ ‘100년에 한 번에 핀다’는 속설이 있는 왕토란 꽃이다. 그만큼 왕토란이 꽃을 피우는 모습은 희귀하다. 일등농장 정인구 대표의 아내인 박미서 씨는 “예로부터 민간요법으로 왕토란 꽃이 불임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현재 왕토란의 전국 재배 면적은 약 5~6만 평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정 대표가 운영하는 일등농장이 농업인들 사이에서 유명해지면서 최근 1년간 왕토란의 보급률이 급속하게 높아진 결과이다. 실제로 일능농장에서는 전문 농업인이나 귀농인들을 대상으로 이미 8차례 재배 설명회를 개최해 왕토란 전문 농장으로서 왕토란 재배 지역 확대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올해 왕토란의 재배 면적을 5~6만 평 정도로 보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보다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좋은 종근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이 수입 종근으로 농사를 지었다면 내년에는 순수 국내에서 생산된 종근으로 왕토란을 재배하고 싶습니다.”
정 대표가 이렇게 왕토란 재배지 확대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왕토란의 산업적 가치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식, 중식, 양식뿐만 등 거의 대부분의 식재료로 활용이 가능한 데다 각종 과자류나 음료 제품 등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이미 중국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패스트푸드 브랜드에서 왕토란 파이를 상품화하여 인기리에 판매 중에 있다”며 “왕토란이 대중화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그러한 제품 개발이 충분한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왕토란에 대한 높은 관세 때문에 원료를 수입하여 제품으로 개발하기가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왕토란 재배가 더욱 확대된다면 수확량이 늘 것이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음료나 과자, 빵 등을 개발하는 식품 업체에서 관심을 보일 것이 분명합니다. 식품 업체들은 늘 건강하면서도 맛이 있는 새로운 재료를 찾아야 하니까요. 현재 왕토란으로 만든 국수도 개발돼 있는 상태이고, 올 연말에는 왕토란 붕어빵을 만들어 전국에 보급하는 것도 계획 중에 있어요.”
도시에서 오랜 시간 기업체를 운영한 사업가답게 일등농장 정 대표의 꿈은 한 가지로 규정하기 힘들어 보였다. 왕토란을 먹는 식품으로만 활용하는 것을 넘어 농장 자체를 체험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고자 하는 비전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를 통해 현대 농업을 6차 산업으로 부르는 이유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왕토란은 논 면적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논에 심을 수 있는 대체 작물이고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는 식품으로서의 장점 외에 관광 상품이나 관상용 화분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입니다. 예를 들어 체험 농장 형태로 체험 관광 상품을 판매할 수도 있고, 관상용 화분을 개발해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농장 운영에 따른 부가 가치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왕토란은 미래 식량 자원으로 전 세계 학자들이 주목하는 작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미얀마에서는 정부 차원에서 왕토란을 자국의 농민들에게 적극 권장하고 있을 만큼 미래 식량 자원으로 급부상할 왕토란 보급에 남다른 관심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미래 식량 자원의 수출뿐만 아니라 지구의 온난화 현상에 따른 기후 변화로 쌀 생산성 저하가 예상되는 만큼 미래 식량 자원에 대한 대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미래 식량 자원을 주제로 한 포럼에서 이런 말이 나왔어요. ‘온도가 1℃ 올라갈 때마다 저품질의 쌀이 10% 정도 생산되고 온도 상승과 강수량 증가, 일조시간 변화에 의한 곡물 세대교체는 시뮬레이션에 의해 추정치보다 심각하다’고 말이죠. 우리나라가 점차 고온다습한 날이 길어진다면, 그에 맞는 작물을 심어 식량 자급률을 높여야 합니다. 더구나 재배 효율성도 높은 만큼 많은 농가에서 왕토란 재배에 관심을 가져 주길 당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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