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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희, 경찰조사 후 본지에 단독 고백
서정희, 경찰조사 후 본지에 단독 고백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10.23 11: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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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날에도, 그리고 경찰 조사 때에도 수많은 기자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그녀는 간단한 심정만 밝힌 채 말을 아껴야 했다.
사기 혐의로 고소를 당한 것과 관련해 이미 한차례 조사를 받았던 서정희. 결혼한 딸이 살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에 줄곧 머물렀던 그녀는 모든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한국에 머물며, 당당하게 맞설 계획이라는 다소 단호한 입장이다. 하지만 세상의 갖가지 추측과 시선까지 거두기에 아직은 약하고 작은 여자일 뿐이다. 애써 마음을 다지다가도 순간 무너지는 지금의 현실. 아프고 슬프다는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 했다.

취재 김재우(프리랜서) | 사진 이용관
 
지난 5월, 남편 서세원을 폭행혐의로 신고한 후 7월 이혼 소송을 제기했던 그녀는 같은 달 남편의 지인으로부터 5억원을 빌렸다가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고소인의 주장은 2011년과 2013년, 각각 2억원과 3억원을 빌려줬다는 것. 하지만 그녀는 ‘고소인은 남편과 매일 전화하는 가까운 친구로서 굳이 내가 금전 관계까지 있을 이유가 없다. 정말 돈을 빌렸다면 남편과의 문제이다. 한데 나에게만 고소한 자체가 이혼에 대한 협박이다’라는 일관된 반응을 보여 왔다. 이혼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진 후, 가압류와 사기죄 고소로 압박을 받아온 자체가 더욱 가슴 아프다던 그녀. 여자 문제로 인한 남편과의 다툼, 그리고 폭행. 사기죄와 별개로 이혼소송까지 치러야 하는 그녀는 지금, 인생에서 큰 혼란과 위기를 한번에 겪고 있다. 한데도 세상은 여느 부부의 진흙탕 싸움쯤으로 생각하는 건 아닌지 때로는 그 부분이 더 야속하고 억울해질 때가 있다. 32년간 가족과 남편을 내조하며 살아온 것이 전부인 여자로서 그 삐뚤어진 시선까지 감내하기엔 너무도 지치고 약해져 있을 뿐이다. 남편의 구치소 수감 시절, 그를 위해 금식하며 새벽기도를 올리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탄원서까지 썼던 자신이 지금은 그 남편과 이렇게 싸우게 될 줄이야. 하지만 두 아이를 위해 결백함만은 꼭 밝히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지금을 버티고 있다. 거창하게 강한 엄마의 모성애가 아니다. 그저 두 아이에게만큼은 진실 된 엄마의 모습이고 싶은 작은 소망뿐이다.
본지 8월호를 통해 자신의 메시지가 세상에 공개되자 “제가 한 말이니, 솔직한 게 좋다”라고 담담한 마음을 드러낸 그녀. 이후에도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는 날이면 여러 이야기들을 계속해 보내왔다.

엄마의 긴 그늘을 가슴 아파했던 딸과의 여행

▲ 건강이 좋지 않던 엄마를 위해 멕시코 여행을 준비한 딸과 사위.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고 샌프란시스코에 돌아온 후에는 산책도 하며 마음까지 가다듬기 시작했다.
 
“엄마가 어떻게 될 것 같았는지 딸이 여행을 제안해왔어요. 골방에서 기도도 묵상도 잠시 멈추고 세상 밖으로 나가려 합니다. 이번 여행은 딸이 권한 것이지만 이미 제 속에서는 늘 바라던 것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용기 내어 가보려 합니다.”
딸과 사위와 함께한 멕시코 여행은 오랜만에 말 그대로 힐링이었다. 몸무게 2kg을 단번에 회복할 정도로 그 순간만큼은 위경련도 잠시 멈추고, 감기도 낫고, 잠까지 잘 이루었다. 단 며칠의 여행! 그간의 악몽에서 벗어나 정말이지 아무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엄마의 긴 그늘을 가슴 아파했던 딸은 모처럼 밝은 곳에 놓인 엄마의 그 순간을 휴대폰 사진으로 담아내기 바빴을 정도. 가족의 소중함을 얼마 만에 느껴보는 건가. 또 한 번 울컥해져 왔다. 어느새 든든하게 버팀이 되어주는 아이들. 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엄마의 결단이 필요할 때가 온 것이다. 안타깝지만 두 아이마저 엄마의 이혼을 강하게 원한다. 조폭도 아내한테 그렇게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울부짖기까지 했으니. 이혼하지 않으면 엄마도 보지 않을 거라는 아이들도 그간의 분노가 폭발한 셈이다. 폭행을 당하면서, 이혼소송을 하면서, 사기죄에 피소되면서까지 한편으론 남편의 변화를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적도 있다. 사과를 받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까지 온 것 같다. 대신 담대한 용기가 필요해진다. 믿음과 진실이 반드시 동반된 용기.
“어느새 날씨가 제일 중요한 나이가 됐습니다. 다시 샌프란시스코에 오니 감기에 걸리고 온몸에 담이 오고 또 결리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여행 후 건강을 회복 중이고 체중도 42kg까지 회복했습니다. 오늘은 동네 공원을 5시간이나 걸었습니다. 좋은 공기 마시며 이 환경을 걷는 이 순간이 그저 감사했습니다.”

‘억장이 무너지고, 죽고 싶단 생각을 겨우 누르고 또 누르고 있습니다’

두 아이의 위로와 격려, 그리고 짧은 여행. 너무도 적절한 처방전과도 같았다. 감당할 수 없던 그 고통에서 잠시나마 자유로울 수 있었기에. 하지만 안타깝게도 긴 결혼생활을 되돌아보면, 이 고통은 영원히 회복될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다 보니 순간순간 혼자 놓일 때 다시 깊은 괴로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겨우 붙잡고 있던 용기마저 무너질 때가 여러 번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귀국하던 날부터 경찰조사 직전과 직후 보내온 메시지들을 보면 그녀의 복잡한 심경이 고스란히 전해온다.

9월 6일
공항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단 생각을 하긴 했지만 기자들 때문에 힘들었어요. 또 인터넷이 시끄럽다네요. 제가 입은 옷은 그냥 티셔츠이고, 가방도 원래 들던 것이고, 선글라스는 미국 자바시장에서 5달러 주고 산 것이에요. 반지는 공항에서 팬이 힘내라고 주신 거 감사한 마음으로 낀 건데… 하나에서 열까지가 말이 많아지니 제가 뭘 모르는 건가요? 세상이 저와 다른 건지 조언 좀 해주세요. 적응하기 너무 힘드네요. 이제 작은 것 하나에도 심장이 뛰네요. 원래 안 그랬는데 이상한 증상이 생겼어요. 안정제 먹고 자야겠어요. 내일 다시 정신을 차려야지요.

9월 7일
오늘 컨디션이 너무 좋지 않네요. 한국 오자마자 또 위경련이 왔어요. 많이 힘들긴 하지만 오후에 괜찮아지면 뵐게요. 조사는 원래 11일 오전 9시였는데, 기자들이 눈치 채서 저녁으로 바꾸었어요!

9월 10일
11일 강남경찰서에서 오후 5시에 조사받아요. 진리가 반드시 이길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9월 11일
경찰 조사, 지금 끝났어요. 진실을 차분히 전했고, 앞으로 대질신문이 있다고 했어요. 대질신문에선 더 확실하게 그 진실이 수면 위로 오르겠지요. 하지만 너무 힘든 하루였어요. 무슨 정신으로 사는지 모르겠어요.

9월 13일
내려놓으라는 말! 저처럼 많이 듣는 사람 또 있을까요? 집도 없고, 차도 없고 하늘아래 갈 데가 없는 기분 아시나요? 한강물에라도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누르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말로 표현 못합니다. 경험하지 않으면 설명이 어렵습니다. 원하지 않아도 기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지금 이 상황. 어떤 분들은 택시 타고 가라고 합니다. 또 내려놓으라는 거지요. 경찰에서 모든 서류를 접하니 기가 막히고 또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옵니다. 남편이 너무 잔인하네요. 현금보관증이라고 쓴 3억원과 2억원은 조사받고 혐의가 인정되면 바로 구속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 외에도 이름도 본 적 없는 분의 가압류, 1억원의 또 다른 빚. 차용증이 무엇인지, 현금보관증이 무엇인지도 구분 못 하는데…. 이제야 처음 알았습니다. 제 인감으로 온갖 것을 다해놓은 남편. 현재도 제 인감, 통장, 딸 동주의 통장과 도장 등 남편은 모든 걸 가지고 있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저를 대신해 남편이 관리하는 게 편하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는데, 이제야 알았습니다. 저를 굴복시키려는 걸 이제 알았습니다. 핸드폰 전화요금도 끊어 버렸습니다. 자동이체였으니까요. 추석이 지났는데도 저는 아무것도 해결 못합니다. 와이파이에만 의지합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세상에 쉽게 말하겠어요.

▲ 예전 매니저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인 서정희에게 먼저 연락을 해와 강남경찰서 동행을 자청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저를 두고 공항에서의 모습에서부터 경찰 조사하러 온 모습까지 아직도 정신 못 차린다고 합니다. 예전 매니저가 동행한 것뿐인데 말입니다. 옷도 튀지 않게 입었을 뿐입니다. 트렁크 뒤져 가장 얌전한 원피스를 골라 입곤, 차속에서부터 식은땀을 흘리며 경찰서로 향했더랬습니다. 뛰어 들어갈까? 한데 이 몸으로 그 많은 기자들은 어떻게 피하겠습니까. 어제도 수면제와 안정제를 먹고서야 겨우 2시간 잠을 잤습니다. 수없이 많은 생각이 저를 점령하고 혼미해지기도 합니다. 주님 살려주세요! 저를 도와주세요! 불쌍히 여겨 주세요! 심장이 조여 옵니다. 대질신문 끝나면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멀리 떠날 것입니다. 그곳에 가면 안부 전할게요. 치유와 회복이 필요합니다. 이 메시지를 보내면서 또 웁니다. 글이 안 보이고 가슴이 너무 아파 제 심정을 표현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당당하게 때론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닙니다. 울고 있습니다. 부디 저를 그냥 있는 그대로 불쌍히 여겨 주세요! 그 사랑 잊지 않겠습니다.

9월 15일
잠을 잘 수 없습니다. 생각만 하면 억장이 무너집니다. 대질신문 빨리 잡아 달라고 계속 요구했어요. 토요일 11시가 어떠냐고 물어서 하겠다고 했더니 저를 고소한 사람이 안 나오고 대리인이 나온다고 하더라고요. 고소한 사람의 대리인과 무슨 이야기를 하겠어요? 다시 기일 잡기로 했습니다.

9월 17일
심리적으로 힘들어요. 병원에 입원해야 하나 봐요. 우는 것도 지쳤어요. 억지로 살겠다고 먹는 것도 힘들고, 제 마음 전하는 것 또한 지쳤습니다. 밤에 잠 못 자는 거야 수면제 먹고 잠깐씩 자는 것으로 대신하겠지만 순간순간 경찰서에까지 저를 보낸 남편을 생각하면 심장이 조여 오는 기분입니다. 죽고 싶단 생각을 겨우 누르고 또 누르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아내였나? 32년 긴 시간이 이거였다니.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스스로가 한심하고 밉습니다. 감정 컨트롤이 안 되네요.

9월 18일
10월 1일은 이혼 형사조정기일이 지정되었어요. 아직 모든 것들이 진행 중인데, 사람들은 진흙탕 싸움쯤으로 보겠지요? 기다려 주세요. 모든 게 정리되고, 진실이 밝혀지면 정말 하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다 전할게요. 지금은 뼈가 녹아드는 것 같아요, 아파요. 언제까지 이렇게 아파야 할까요?

사진캡션
1P 예전 매니저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인 서정희에게 먼저 연락을 해와 강남경찰서 동행을 자청한 것.
2P 건강이 좋지 않던 엄마를 위해 멕시코 여행을 준비한 딸과 사위. 조금씩 건강을 회복하고 샌프란시스코에 돌아온 후에는 산책도 하며 마음까지 가다듬기 시작했다.   
3P 한국으로 다시 돌아오는 날에도, 그리고 경찰 조사 때에도 수많은 기자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그녀는 간단한 심정만 밝힌 채 말을 아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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