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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병 예방과 주의점 - 왕초보 아웃도어 SOS
고산병 예방과 주의점 - 왕초보 아웃도어 SOS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10.25 0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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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어라 산은 늘 거기에 있다

 
등산 경험이 쌓이다보면 누구나 보다 높은 산을 꿈꾼다. 특히 고산등반에 비해 위험성이 덜한 히말라야 트레킹은 이제 수많은 사람들이 다녀왔을 정도로 인기 있는 관광상품이 되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히말라야의 나라 네팔은 대한항공 직항편이 다니기 시작한 뒤로 한국에서 7시간이면 갈수 있게 돼 이제 더욱 가까운 땅으로 다가왔다.  때문에 본격적인 트레킹 시즌인 9월~3월 사이에는 늘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로 공항이 붐빈다. 우리나라에서 경험할 수 없는 2000~5000m 사이 고도를 걸어가는 고산트레킹은 하얀 설산의 파노라마와 이국의 경험 때문에 많은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곳을 다녀와 다시는 가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바로 고소에서의 어려움 때문이다.

글·사진 이영준 기자(월간 마운틴)

‘고소체질’은 없다. 무조건 천천히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압이 낮아지며 산소량이 줄어들게 된다. 모든 고산병의 원인은 바로 이 산소 부족에서 비롯되는데, 해수면에 비해 해발 3000m에서는 약 68%가, 5000m에서는 53%의 산소만이 대기 중에 있게 된다. 모든 동식물은 산소의 도움을 받아 살아가기 때문에 산소 부족은 곧 여러 가지 증상 으로 나타나며 이 중 두통, 위장장애, 호흡장애, 권태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서는 고소폐수종이나 뇌수종 등으로 옮겨갈 수 있어 심각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일반적인 트레킹 루트는 5500m 이하 고도를 지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인간이 적응할 수 있는 고도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짧은 트레킹 일정상 단기간에 그곳까지 오르는 것은 누구에게나 문제가 된다.
고산에 가보지 않은 이상 자신에게 어떤 증상으로 고산병이 나타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때문에 고산트레킹에 앞서 몇 가지 기본적인 대비를 해야 하며, 운행 중에도 자신의 몸을 잘 관찰해 변화를 감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산병 예방의 첫째는 바로 ‘천천히’이다. 우리나라에서 등산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경쟁하듯 정상을 향해 빨리 올라가는 것인데, 고산에서는 이만큼 해로운 것이 없다. 아무리 천하장사라 해도 고소적응 과정 없이 고도차 1000m 이상을 올라갔다면 다음 날 머리가 아프고 몸이 붓는 고소증세가 나타날 것이다. 라인홀트 메스너도 에베레스트 무산소 등반을 준비할 때 쿰부 지역에서 6개월간이나 오르내리며 고소적응을 했던 것을 생각하면 짧은 트레킹에서는 ‘천천히’라는 단어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하루에 500m 이상 고도를 높이지 말라고 조언한다.
대부분의 트레킹은 아침을 먹고 출발해 오후 2~3시면 하루 일정이 끝나도록 계획하는데, 이때 이동거리는 10km 내외, 고도차도 500m 내외다. 걸음은 일명 ‘히말라얀 스텝’ 또는 소 걸음(牛步) 정도의 속도로 걷는 것이 좋다. 그러나 천천히 걷는다고 해서 늘어지라는 것은 아니다. 고소증세는 졸리거나 무료한 증세로도 나타나는데, 이때 몸을 계속 처지게 놔두면 더 심해지게 된다.
일찍 목적지에 도착했더라도 바로 잘 것이 아니라 가까운 둔덕에 오른다거나 주변을 산책하는 것은 체내 산소량을 풍부하게 해 다음 날 한결 가뿐한 산행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트레킹은 정상을 오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천천히 걸으며 주변 경치를 감상하고 자연과 하나 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라.
걷는 내내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고소지대에서는 하루에 4리터 이상 물을 마시라고 권한다. 대기가 건조해 피부를 통해서도 쉽게 수분이 방출되는 한편, 체내 산소 공급을 위해서도 수분 섭취는 매우 중요하다. 고산등반가들은 하루에 마실 물을 만들기 위해 몇 시간씩 눈을 녹이는 수고를 하곤 하는데, 이 또한 고산병 예방을 위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트레킹 코스에서 로지를 만나면 지나치지 말고 들어가 차를 마시는 것도 수분섭취의 한 방법이다. ‘짜이’라고 하는 전통차는 우유가루와 설탕을 듬뿍 넣어 칼로리 보충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 돈으로 1000원 미만이니 하루 네다섯 잔을 마셔도 부담될 건 없다.

트레킹은 반드시 동행인과 함께하라

트레킹을 준비하며 꼭 동행인과 함께 하는 것도 중요하다. 대부분은 현지에서 가이드를 고용하게 되는데, 그렇지 않더라도 함께 걸을 사람이 있는 게 좋다. 낮은 지대의 트레킹은 별다른 위험이 없지만 4000m를 넘어서는 곳부터는 눈이 쌓여있을 수도 있고 인적도 드물어 만일의 사고 시 도움을 받기 힘들다.
네팔에서 일어나는 우리 국민의 사건사고의 대부분은 트레킹 중에 발생한 것이다. 작년 봄 네팔 쿰부히말라야 지역의 촐라패스(5420m)를 혼자서 넘던 모씨는 눈 속에서 실족해 다리가 부러진 상태에서 두 팔로 8일간 기어 가까스로 로지에 도착해 구조되기도 했었다. 동행인만 있었더라면 보다 신속히 구조될 수 있던 사고였다.
체온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일교차가 큰 고산지대는 한낮엔 30도 가까이 기온이 올라갔다가도 새벽이면 영하로 떨어지곤 한다. 하루의 산행이 끝나면 몸이 땀에 젖어있기 마련인데, 대부분의 로지가 ‘핫 샤워’라는 광고로 여행객들을 끌어들인다. 하지만 3000m 이상 고도에서 머리를 감거나 목욕을 하는 것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하지 않는 게 좋다. 만일 샤워를 했을 경우 즉시 머리를 건조시키고 두꺼운 옷 등으로 몸을 감싸 체온을 뺏기지 않게 하는 게 감기와 고소증 예방의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물티슈 등으로 손발과 얼굴을 닦는 정도로만 청결을 유지하라.
산행 후 음주문화가 배어있는 우리나라는 트레킹 중에도 그런 경우가 많다. 어느 코스에서나 한국 사람들이 머무는 로지에서는 저녁시간에 분위기에 취해 소주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고소에서의 음주는 심장에 부담을 주게 돼 호흡곤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흡연 또한 마찬가지다. 신선한 히말라야의 공기에 몸과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생각으로 음주와 흡연은 잠시 미루어두는 게 좋다.
고산트레킹을 가며 다이아목스나 비아그라, 아스피린 등 고산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약품들을 준비해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전적으로 약에 의존해 걷는다는 건 그만큼 트레킹의 즐거움을 반감시키는 일이다. 조금 머리가 아프거나 몸이 붓고 호흡이 가빠지는 건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증상이며, 이는 곧 적응하면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상태가 악화돼 의식이 희미해지거나 하체가 마비되는 등 증세가 나타난다면 주저 없이 내려오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 고소증에 하산만한 특효약은 없다.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하루쯤 고도를 낮췄다 올라가는 게 곧 고산병의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다.   

<고산병 예방수칙>

1. 천천히 걷되 부지런히 움직여라
2. 하루에 지나치게 높이 올라가지 마라
3. 따뜻한 물이나 차를 많이 마셔라
4. 혼자 가지 말고 꼭 동행인과 함께 하라
5. 목욕을 자제하고 체온유지를 하라
6. 술 담배를 자제하라
7. 증세가 심할 때는 즉시 고도를 낮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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