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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이 더 두려운 전세난
내년이 더 두려운 전세난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10.27 10: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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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이수 수요 급증·저금리·홀수 해 효과 등 3중 악재 덮쳐
 

전세난에 세입자들의 고통이 극에 달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이보다 더 무서운 전세대란이 몰아칠 거라는 예상이 있어 서민들의 시름의 더욱 깊어지고 있다.

재건축 이주 수요 급증, 본격적인 저금리 기조에 따른 월세 전환 가속화, 그리고 짝수 해보다 전셋값이 더 뛰는 이른바 ‘홀수 해’ 효과까지 전셋값 고공행진을 부추길 ‘3중 악재’가 도사리고 있는 탓이다. 이렇게 여러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전세시장을 짓누르는 것은 지금까지 유례가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정부 대책은 “빚 내서 집을 사라”는 매매 활성화에 집중돼 있을 뿐, 전월세 문제는 외면하고 있다. 정부가 지금이라도 서둘러 세입자 주거 안정책 마련에 팔을 걷어부치지 않는다면 감당하기 힘든 전세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10월 26일 주택산업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2016년까지 서울시 내 재건축으로 인해 이주가 예정된 가구는 내년에만 8천763세대가 몰려 있다. 올해(3천355세대)의 2.6배 수준이다. 특히 강남 4구(강남 서초 송파 강동구)에 무려 92.6%(8천144세대)가 집중돼 있다. 강남 4구 등 서울의 재건축 이주 수요가 올 하반기 전세난을 주도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의 두 배 이상으로 예상되는 내년 재건축 이주 규모는 전세시장에 엄청난 화약고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울시가 거론하는 이주 시기 조정은 실효성이 낮아 보인다. 올해도 이주 시기 조정을 내세웠지만 전셋값 고공행진을 막지 못했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강남에 신규 공급되는 주택은 9,000가구인 반면, 같은 기간 이주 규모는 1만2천가구가 넘는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이주 시기가 늦어질수록 조합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늘어나 조정에는 한계가 있다”라며 “전세 물량 확보가 치열해지면 당연히 전셋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강남의 재건축 이주 수요로 불거진 전세난은 도미노처럼 주변 지역으로 퍼진다는 점이다. 올해도 강남 재건축 이주 수요가 늘어나면서 경기 하남 성남 화성시 등의 전셋값을 덩달아 끌어올렸다.

내년 전세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는 또 다른 요인은 본격적인 저금리 기조다. 한국은행이 올 들어 8월과 10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하면서 시중은행 예금 금리는 연 1%대까지 낮아졌다. 이런 유례없는 초저금리가 올해는 두 달 남짓이지만, 내년에는 연중 내내 이어질 공산이 크다. 더구나 일각에선 내년 초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전망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지금의 금리 수준에서는 이자소득세를 제하고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전세금을 받아서 은행에 넣어둬 봐야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당연히 전세 계약 만기 시 월세나 반(半)전세(전셋값 상승 분만큼 월세로 받는 방식)로 전환하려는 집주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전세금(보증금)을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이율인 전월세전환율은 올 들어 1%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6.4% 수준이지만 여전히 예금 금리보다 3배 정도 높다. 이 때문에 1995년 30%에 달했던 주거형태 중 전세 비율은 2012년 21.7%로 떨어진 반면, 이 기간 월세는 10%포인트 가까이 늘어 전세 비율과 비슷한 점유율(21.6%)을 기록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더 심해지는 내년에는 월세 전환이 더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른바 ‘홀수 해’ 효과가 내년 전세대란을 가중시킬 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전세 계약이 2년 주기로 갱신되기 때문에 끝자리가 홀수인 해에 전세난이 심화하는 경향이 있어왔다”며 “홀수 해가 되는 내년에 전셋값이 더 많이 오를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한다.

전셋값 홀짝 효과는 1990년 전세기간을 최소 2년으로 규정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등장했다. 원래 법 개정 직후 집주인들이 2년치 전세금을 한번에 올리면서 짝수 해마다 전셋값이 급등해 ‘짝수 해’ 효과로 불렸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잠시 역(逆)전세 현상이 나타나면서 홀수 해에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더 오르는 홀수 해 효과로 추세가 뒤바뀌었다.

전문가들은 홀수 해 효과는 좀더 검증을 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준공(입주) 물량이 2011년 33만9,000호, 2012년 35만2,000호, 2013년 35만5,000호로 소폭이지만 오히려 꾸준히 늘고 있고, 전세 거래량의 연도별 차이가 도드라지지 않는 등 다른 변수들이 전셋값에 미치는 제한적인 영향을 감안하면 홀수 해 효과를 무작정 무시할 수도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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