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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에 주목하라 - 감당 어려운 ‘중2병’의 실체
15세에 주목하라 - 감당 어려운 ‘중2병’의 실체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10.27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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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이슈

전문가가 제시하는 현명한 학부모 대처법

올해 3월 5부작으로 방영된 <EBS 다큐프라임_ 교육혁명, 15세에 주목하라>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른 바 ‘중2병’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춘기의 정점에 이르는 15세 자녀들이 왜 반항적인 태도와 허세, 자기만의 세계를 가지려고 하는지에 관한 근본적인 원인을 밝혀, 그 시기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대처법을 효과적으로 보여줬다. 이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한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한영주 교수를 통해 ‘중2병’이 아닌, ‘중2혁명’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최선책을 알아봤다.

취재 박천국 기자 사진 이용관 참고서적 중2혁명(예담)

“중2는 뇌를 리모델링하는 시기, 자아 정체감의 올바른 완성 기회”

<EBS 다큐프라임_ 교육혁명, 15세에 주목하라>는 공진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1년간 진행한 실험적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상담 전문가가 기획하고 개발한 프로그램을 매주 2시간 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해 1년 동안 적용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의 상담 전문가로 참여한 한영주 교수는 “방송을 위한 프로젝트가 아닌 실제 공교육 시스템에 우리가 기획한 교육 프로젝트가 적용되기를 바라는 의도를 가지고 기획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방송에서는 극적인 장치와 효과 없이, 있는 그대로의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모습을 담았고,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과 결과를 여과 없이 보여줬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이후, ‘중2병’을 대하는 사회적 시선에도 변화가 생긴 것은 물론, 방송에서 공개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적용하려는 중학교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통과의례처럼 여기며 쉬쉬했던 사춘기의 절정, ‘중2병’을 이제는 외면하지 말고 맞닥뜨려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이전의 가치관을 부정하고 새 자아를 형성하는 중2

‘중2병’은 학교 일선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에게도 최고의 이슈다. 심지어 중학교 2학년을 맡은 교사들은 앞으로 겪을 상처와 고충을 미리 예감하고 크게 낙담할 정도라고 한다. 사춘기를 중학교 2학년생만 겪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갓 들어온 중학교 1학년이나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중학교 3학년생들보다 학업 긴장감이 덜한 중학교 2학년들에게 사춘기의 증상들이 쉽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영주 교수는 “예전부터 초등학생과 고등학생보다 중학생들이 가장 다루기 힘들었다”며 “아무래도 다소 느슨하게 풀어져 있는 중학교 2학년들에게 ‘중2병’이라 일컫는 증상들이 많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사춘기에 들어가면 심리적인 갈등을 굉장히 많이 겪어요. 사실은 프로그램 기획 단계에서 중학교 전반에 걸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었는데, 중학교 1학년이나 입시에 가까워진 중학교 3학년에 비해 긴장감이 덜한 시기가 중학교 2학년이어서 프로젝트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시스템적으로 조금은 자유로운 중학교 2학년들에게서 ‘중2병’이 발견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중2병’이라는 단어는 일본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처음 사용했다. 국내에서는 한 웹툰(웹상에서 볼 수 있는 만화)에서 ‘중2병’을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하고 각종 방송에서 ‘중2병’을 희화화하면서 급작스럽게 유행어가 됐다.
한 교수는 “‘중2병’이라는 말이 빠르게 퍼지기 시작하면서 코미디 소재로 많이 사용돼 여러 사람들에게 회자되기는 했지만, 그동안 ‘중2병’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했다”고 언급했다.
“현재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자신의 중학교 2학년 시절을 떠올리면 특정 사건이나 독특한 경험들이 기억이 날 겁니다. 그 시기에는 자기 세계 안에서 중요한 경험들을 하게 되니까요. 각종 연구 자료를 보면, 15세의 뇌는 유아기를 거치면서 뇌가 급격히 발달했다가 주춤하면서 일종의 리모델링을 한다고 해요. 10대 즈음해서 뇌가 급격히 커지다가 15세 전후로 뇌 크기가 다시 작아져서 성인의 뇌 크기가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이 시기에는 뇌를 쓰지 않고, 경험되지 않은 것들을 정리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뇌의 가소성이 사라지는 시기라고 말합니다. 게다가 2차 성징이라는 신체적인 변화까지 겪으면서 나름대로 자기 삶의 신체, 심리적인 구조를 만들어가는 시기인 거죠.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시험을 하는 거예요. 이전의 것들은 전부 부정할 뿐만 아니라 당연했던 생각들도 부정하면서 자기 것들을 새로 만들어 나가는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사춘기를 겪는 중학생들에게만 ‘사춘기의 무게’를 짊어지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춘기 자녀의 고민에 귀 기울이는 학부모들도, 그들의 갈등과 혼란들을 정리하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정신적 멘토도, 그러한 과정들을 유도하는 교육 시스템도 없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중학교 2학년들의 고민을 무시한 채 입시 문제만을 쫓다 보면 ‘중2병’이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사실 아이들이 가장 기대는 대상들을 보면 주변의 친구들이나 연예인들이잖아요. 이전에 자신들이 가졌던 가치관을 부정하면서 찾게 되는 대상을 새로운 창조 집단이라고 하는데, 그 집단에 소속되고 의지하려는 성향이 있죠. 하지만 그들 스스로도 그러한 집단들이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고민을 들어주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 집단에 더욱 몰입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전과 다른 행동을 비난하지 말고 지켜봐야

‘중2병’은 정식 병명이나 학술적 용어가 아니다. 15세를 전후로 중학생들에게 쉽게 발견되는 행동 양상들을 부르기 쉽게 ‘중2병’으로 일컬을 뿐이다. 따라서 ‘중2병’은 한 가지로 규정되지 않으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물론 그 시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특성 중 하나는 ‘감정 기복이 심하다’는 점이다. 한 교수는 “뇌 발달 시기에 따라 전두엽 부분이 한창 정리 중인 상태여서 감성이 이성을 지배하기 때문에 이성이 해야 할 일을 감성이 감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15세 정도 되면 굉장히 작은 일에 크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 기복도 심하고요. 아무래도 이전에 살아왔던 삶의 가치관이나 사고방식 등 이전의 자기중심을 모두 부정하고 새로운 중심을 만들려다보니 굉장히 불안한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고, 또 성 호르몬의 역할까지 더해져 이성보다는 감성에 이끌려 행동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 시기 학생들을 보면, 아침에는 우울했다가 점심에는 활짝 웃고 있고, 저녁에는 또 세상을 다 산 것처럼 울상을 짓는 경우를 쉽게 목격하게 되죠. 하지만 그것이 그 시기를 거치는 과정이니 만큼, 부모님들께서 너무 강압적으로 훈육하지 않은 것이 중요해요.”
신체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만큼, 내적인 성장도 빠르게 이뤄진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자아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정서적으로 굉장한 작업을 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스스로 완성되기까지 기다려주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내적인 성숙을 이루기 위해 내부적으로 굉장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시기가 바로 15세 전후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니까 ‘공사 중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상태인 거죠. 교사나 학부모들이 보통 ‘갑자기 아이가 이상해졌다’고 말씀하시는데, 사실은 이상한 게 아니라 자기 자아를 리모델링하는 ‘공사 시기’에 들어갔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일부 학부모들께서 ‘중2병’이라고 하니까 일종의 병으로 여기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거니, 라고 방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아이들이 자신이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일탈 행위를 할 수 있습니다. 방치하는 기다림이 아니라, 언제든 자녀가 기댈 수 있는 기다림이 필요한 시기라고 강조하고 싶네요.”

일정한 거리를 두되, 언제든 부모에게 기댈 수 있도록 마음의 문 열어두어야

사춘기를 겪는 학생들은 문을 닫고 부모와의 대화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태도가 부모에 대한 반감이나 무시에서 발현되는 것은 되는 것은 아니다. 어린 아이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서 자기만의 공간과 경계를 세우겠다는 의지를 표출하려는 행동 양식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한 교수는 “그동안 살아왔던 삶의 패턴에 의문을 갖고 무조건 뒤집어보는 시기여서 불평과 불만을 쉽게 내놓을 수 있다”며 “그 과정을 통해 독립된 개체로 살아가는 기반을 닦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춘기 자녀가 문을 닫고 들어가는 것은 일종의 수동적인 거부입니다. 지금은 부모님과 이야기하지 않겠다는 신호인 것이죠. 이 시기의 아이들은 작은 자극에도 쉽게 흔들리게 되고, 새로운 자아 형성이 이뤄져 새 자아의 씨앗이 발현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군소리 없이 하던 것에도 불평과 불만을 달기 시작하죠. 이럴 때 부모들이 자녀가 반항한다고 여기시면 비난과 훈계가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중2병’을 해결하는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가 깨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부모들도 스스로 ‘나의 사춘기 시절은 어떠했나’를 떠올려 보면서, 자녀와 일정 거리를 두면서도 언제든지 돌아와서 상의하고 기댈 수 있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물론 상당수의 부모들은 여전히 ‘왜 우리 아이는 유독 반항심이 심한 거야?’라며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정체감 혼란을 갖는 것이 ‘유예된 정체감’보다 더욱 건강하다는 한 교수의 조언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즉, 사춘기의 고민을 미루다가 성인이 된 이후 유예된 정체감으로 인해 때 늦은 사춘기를 맞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정체감 혼란을 갖는다는 건 심리학에서 중요한 이론입니다. 자신의 정체감을 찾기 위한 혼란 과정을 심리 발달의 발달 과업이라고 합니다. 자아 정체감이라고 하는 나의 감각, 나다운 것들이 생기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하는데, 그것을 위한 과업인 셈이죠. 이 때 이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못하면 정체감 혼미가 발생해요. 혼돈 가운데 살게 되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대학에 진학해서 정체감 혼미가 오는 경우도 있는데, 사춘기에 해야 했을 과업을 미뤘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정체감 유예라고 표현하는데, 유예된 정체감으로 살다 보면 심지어 40대 중년에 이르러서 혼란을 겪는 분들도 있어요. 그러니까 ‘중2병’은 자녀 스스로 표현하고 그것을 부모가 다룰 수 있으면 건강한 겁니다. 자녀가 스스로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고, 언제든 상의하고 기다려주는 부모님이 되어준다면, 이것은 병이 아니라 뇌도 풍성하게 리모델링되고 자아 정체감도 좋은 재료를 가지고 구조가 완성될 수 있는 기회인 거죠.”

<‘중2병’에 대처하는 몇 가지 Tip>

1. 어린 아이처럼 간섭하지 마라
이 시기의 자녀를 두었다면, 먼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것이 좋다. 어린 아이를 대하듯이 깊이 간섭하거나 행동을 강요하면, 오히려 반항심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중2병’ 증상을 보인다면, 부모와 자녀 인생을 분리해서 자녀가 독립해 가는 신호라고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동안 자녀 양육에 ‘올인’했다면, 이제는 자기 인생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기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2. 자녀에게 보상심리를 갖지 말라
일부 학부모들은 부부관계가 좋지 않은 이유로 아이에게 모든 애정을 쏟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보상심리가 생겨 자녀에게 큰 기대를 가질 수밖에 없다. 사춘기를 겪는 상당수의 학생들을 보면, 이전에는 순종적인 성향을 가진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의 변화가 달갑지는 않겠지만, 멀리서 지켜보고 믿어주면서 ‘백업’해준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좋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자녀가 먼저 부모에게 손을 내밀게 될 것이다.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한영주 교수는 우리나라 중학생들을 위한 ‘15세 상담연구소’를 발족했다. 교육방송 연구원과 교육학 전문가들과 함께 국내 중학생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경험 중심의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일선 학교에 적용하고 있다. 한 교수는 “현재 7개 학교에서 ‘좋은 남자 좋은 여자 되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중학생들이 사춘기를 잘 거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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