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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25명 중 1명은 소시오패스
우리 사회에서 25명 중 1명은 소시오패스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10.28 2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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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사회적’이고 ‘성공한’ 소시오패스의 실체

몇 개월 전의 윤 일병 사망 사건 및 김해 여고생 살인 사건, 포천 빌라 살인 사건 등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들 사건의 피의자들을 ‘소시오패스’로 지칭,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에서 25명 중 1명은 소시오패스’라는 충격적인 주장이 나와 화제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소시오패스의 고백을 소개한다.

취재 이시종 기자 | 사진 매거진플러스 | 참고도서 나, 소시오패스(도서출판 푸른숲)

소시오패스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의 일종으로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죄책감이 없고 타인에 대한 동점심이 없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와 비슷하지만 잘못된 행동임을 알면서도 이런 개념 자체를 무시하고 범행을 계속한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와 구분된다. 모 대학의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쉽게 말해 사이코패스는 말 그대로 정신병질자, 소시오패스는 사회병질자라고 말할 수 있다”며 “소시오패스는 통상 정신의학에서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표현하고 사이코패스는 소시오패스 중에서도 더 정서적으로 둔감한 사람들, 그러니까 더 악질적인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최근 발간된 <나, 소시오패스(Confessions of a Sociopath)>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40%는 소시오패스라는 주장이 제기돼 화제가 되고 있다.

당신의 옆 사람이 ‘소시오패스’일 수 있다

 
소시오패스는 때론 영화나 드라마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로 표현되기도 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으로, 또 셜록 홈즈나 닥터 하우스처럼 닮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면서 비범한 능력을 가진 괴짜로 그려지기도 한다. <나, 소시오패스>의 저자 M. E. 토머스에 따르면 현실에서의 그들은 기업이나 조직의 최상층에 올라갈 확률이 높다. 이른바 ‘성공한’ 사람들 중에 소시오패스가 많다는 얘기다. 카리스마, 뛰어난 지적 능력과 집중력, 지나친 합리성 등 그들의 특성이 현대 사회가, 특히 기업과 조직이 선호하는 인간상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백만 명 이상이 방문한 블로그 ‘소시오패스월드 닷컴(www.sociopathworld.com)’의 운영자이자 현직 법학 교수이기도 한 M. E.  토머스는 제 발로 의사를 찾아가 소시오패스 검사와 진단을 요구해 본인이 ‘소시오패스’임을 알게 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어린 시절부터 학창시절, 검사와 변호사로 활동한 때 그리고 존경받는 법학 교수가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삶을 소상하게 독자들 앞에 펼쳐놓으며 소시오패스라는 다르면서도 특별한 인간형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돕는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소시오패스는 정말로 위험하다. 그들은 공감을 모르며 충동에 따라 행동한다. 또 사람들을 조종하고 파멸시킬 수 있으며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반적이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명확히 인식하고 보통 사람들 틈에 섞여 살아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사회적 규범을 학습한다. 부단한 연습을 통해 타인들의 감정에 공감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 이 책은 위험한 소시오패스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보통 사람들에게 보내는 ‘경고’이자 자신이 다른 존재임을 인정해달라는 수줍은 ‘말 걸기’다. 소시오패스들을 위한 ‘변명’이자 그들을 대표한 ‘고백’이다. 위험하지만 치명적인 매력의 소유자 소시오패스, 그들은 자기 자신을 이렇게 인식하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소시오패스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세상을 더욱 다채롭고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 25명 중 1명꼴로 소시오패스가 있다고 하니(이는 우울증이나 식이 장애 환자들보다 더 많은 수치다), 우리는 좋든 싫든 이들의 영향력 안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들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소시오패스를 이해하는 키워드, ‘충동과 무공감’·‘성공’

소시오패스는 “잠재적 위험, 정신적 충격, 스트레스가 높은 상황에 대해 자연스러운 불안감이나 공포심이 적기” 때문에 난폭 운전, 소소한 절도, 찻길에서 자전거 타기 등 일상생활에서도 충동 욕구를 충족하는 위협적인 행동들을 벌인다. 또한 인생의 중대사인 진로를 즉흥적으로 결정한다. 가진 돈을 몽땅 털어 고위험 옵션 상품에 투자했다가 모조리 날리기도 한다. 더욱 의아한 것은 이러한 일에 전혀 충격을 받거나 동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시오패스인 저자는 “끊임없이 장밋빛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볼 만큼 낙천적이고 자부심이 극단적으로 넘치는 사람”으로 자신을 설명한다.
충동에 충실한 결과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기도 하는데, 이는 선천적으로 공감 능력이 결여되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이들은 사회에서 도덕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지만 이를 꼭 지켜야 한다는 의무적인 압박감이 없다.
또 소시오패스 중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이 많다. 이것은 소시오패스가 성공을 추구해서라기보다 본성에 충실하다 보니 성공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소시오패스의 특질은 그들이 기업이나 조직의 리더일 때 빛을 발한다.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에 관한 연구에서 최상층 관리자는 ‘훌륭한 의사전달자, 뛰어난 전략적 사색가, 창의성이 뛰어난 사람’으로 보인다고 밝혀졌다. 동시에 이들은 소시오패스 특질 평가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소시오패스는 사회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는다. 도덕적 판단보다 그저 자신의 위치에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는 데만 집중한다.
소시오패스가 성공의 사다리 꼭대기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경쟁이 치열하고 결과 중심적인지를 말해준다. 타인을 존중하며 진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보다 다른 사람은 무시하고 자기만을 위해 행동하는 이들이 성공하는 사회는 ‘소시오패스형’ 사회의 단면이다. 한편으로는 소시오패스는 가끔씩 돌변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포용할 때 사회는 한 걸음 전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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