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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소믈리에 석혜림의 건강한 밥상 이야기
채소 소믈리에 석혜림의 건강한 밥상 이야기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10.29 0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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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혜림 씨는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을 가진 국내 쇼핑호스트 1호다. 석 씨는 채소와 과일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건강 도우미이자 우리 농산물 지킴이인 석혜림 씨를 만났다.

취재 | 김수석 기자 사진 | 양우영 기자, 석혜림 제공

채소와 과일이 몸에 이롭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어떤 채소를 어떻게 조리해서 먹어야 몸에 좋은지를 묻는다면, 쉽게 답이 떠오르지 않는다. 게다가 바쁜 생활에 쫓겨 살다 보면 그나마도 채소와 과일을 제대로 챙겨 먹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현대인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생긴 신종 직업이 ‘채소 소믈리에’이다. 채소 소믈리에 과정은 식품 관련 전문직에 종사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 질 높은 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일반 주부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채소·과일 전문가

1세대 채소 소믈리에인 석혜림 씨는 농수산물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ns홈쇼핑에서 쇼핑호스트로 일하고 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일을 시작한 그녀는 ns홈쇼핑을 대표하는 경력 8년 차의 베타랑 쇼핑호스트이다. 쇼핑호스트는 누구에게나 친숙한 직업이지만 채소 소믈리에는 아직은 생소한 직업이다. 채소 소믈리에는 어떤 일을 하며, 석 씨는 어떤 계기로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게 된 것일까.
“채소 소믈리에는 채소와 과일에 대한 풍부한 지식을 바탕으로 생산과정은 물론 영양과 맛에 대한 정보까지 전달하는 채소·과일 전문가예요. 쇼핑호스트로서 소비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2010년에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을 땄어요. 회사가 식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방송채널이기 때문에 식품에 관한 전문지식은 항상 필요하거든요.”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은 식품업체 메뉴개발자, 요리연구가 등에게 인기가 높고 유통업체나 레스토랑의 식자재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효용성이 크다. 더불어 최근에는 농민이나 영양사, 푸드마케터, 식품 관련 방송인에게도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이 필수코스처럼 여겨지는 추세다. 이러한 ‘채소 소믈리에’는 2002년에 일본에서 처음 탄생했는데, 일본에서는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이 3만여 명이 넘는다.
“현재 국내에는 300여 명의 채소 소믈리에가 활동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중 절반은 일반 주부님들이세요. 일본에서도 채소 소믈리에 과정은 주부와 일반인들에게 더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채소 소믈리에 과정이 밥상과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라고 인식한 것이죠.”
석 씨는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한 후 판매자이기보다는 정보 전달자로서 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동시에 홈쇼핑 고객들의 반응도 좋아졌고 시청률 역시 올라갔다.

가을은 생선과 과일의 계절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채소와 과일은 우리 몸에 중요한 영양소를 공급하는 자연의 선물이다. 우리가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채소와 과일의 섭취가 필수다. 그렇다면 채소 소믈리에 석 씨가 추천하는 영양 만점 과일·채소 섭취법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제철에 먹는 신선한 과일과 채소가 가장 좋죠. 가을에는 식품 중에서도 생선과 과일이 풍성한 계절이에요. 특히 9월에는 감이 먹음직하죠. 폭염으로 수확량은 줄었지만, 맛은 더 달콤해지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가 돼요. 감은 비타민C가 풍부해서 환절기에 많이 드시는데, 요즘처럼 외부와 내부 온도 차이가 심한 계절에도 영양 만점 과일이죠. 감꼭지는 딸꾹질을 멎게 한다고 해서 달여 먹기도 하고, 감잎차는 비타민C뿐만 아니라 칼슘도 풍부해서 빈혈에 취약한 임산부들의 건강 지킴이 역할을 하기도 해요. 그리고 감을 발효시킨 감식초는 구연산, 사과산 등의 유기산이 풍부해서 피부가 좋아지고 다이어트 효과도 있어요.”
석 씨는 쇼핑호스트 출신 채소 소믈리에답게 막힘없이 먹을거리에 대한 지식을 쏟아냈다. 그리고 감을 먹을 때 도토리묵과 함께 먹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둘 다 타닌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변비로 고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단감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는 착즙기에 단감과 배를 함께 갈아서 주스로 만들어주라는 노하우도 귀띔해주었다. 배가 감의 떫은맛을 상쇄시키며 맛을 더 좋게 만들기 때문이다.

농민의 마음을 전하는 일

▲ 석혜림 씨는 홈쇼핑을 통해 농작물에 관한 정보는 물론 조리법까지 알려주고 있다
30분의 방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몇 배의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석 씨는 방송 시작 전에 판매될 농산물의 생산지와 특성 등을 일일이 확인하면서 필요한 사항들을 꼼꼼히 메모해둔다. 농산물의 기본 정보 외에도 영양소와 조리법 등 소비자들이 궁금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점검한다.
“농민분들께는 방송하는 30분이 정말 간절하고 소중한 시간이에요. 그래서 방송 전에 최대한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농민분들과 조금이라도 더 많은 것을 공유하려고 노력해요. 오디 판매방송을 하기 위해 현지에서 농민분들이 오디 따시는 모습을 봤는데, 폭염 속에서 너무 힘들게 일하시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떠올리면 집에서 편히 못 쉬지요. 한시라도 빨리 회사에 나가서 방송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만 들어요. 그리고 실제로 방송 전에 확인해야 할 것들이 무척 많아요. 식품 상태는 물론이고 포장이나 무대세트 그리고 화면에서 식품이 어떻게 보일지도 일일이 확인해야 해요. 그렇게 노력해도 매출이 좋지 못할 때가 무척 많아요. 그렇게 방송을 끝내고 힘없이 돌아가시는 농민분의 뒷모습은 온종일 눈가에 남아요. ‘더 잘 팔아 드렸어야 하는데…’라는 자책감이 들지요.”
석 씨는 단순히 농산물만을 파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농산물에 담긴 숨은 이야기를 전한다. 그 이야기 속에는 농민들의 땀과 노고가 담겨 있다. 그리고 그 농산물을 먹고 가족들 모두가 건강하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이 녹아 있다.
“그럴싸한 말들로 구매를 자극한다는 홈쇼핑에 대한 안 좋은 인식들도 있지만, 저는 식품 전문 쇼핑호스트로서의 자긍심을 가지고 있어요. 식품 쇼핑호스트는 농민의 땀과 정성을 헤아려서 그에 걸맞은 가치를 인정받게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와 같은 유통채널이 없었다면 많은 농민분이 어렵게 별도의 유통망을 찾거나 직접 팔기 위해 돌아다니셔야 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리고 소비자분들께는 철저한 검증을 거친 식품들을 거품을 뺀 가격에 전달할 수 있으니 더욱 좋지요.”
석 씨는 생산자와 소비자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건강한 먹을거리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에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 석 씨는 채소 소믈리에의 활동이 활발한 일본의 예를 들며 건강한 먹을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본에는 채소소믈리에협회가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채소가게가 있으며 공신력 높은 인증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또한, 매년 8월 30일을 ‘채소의 날’로 지정해 행사와 할인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고 나서 일본의 북해도에 다녀온 적이 있어요. 북해도가 일본 농업의 핵심이라고 하더라고요. 그에 걸맞게 공항에서부터 채소와 그에 관련된 가공품들을 잔뜩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채소전문 음식점이 정말 많더군요. 그러한 음식점에서는 채소의 조리를 강하게 하지 않아요. 살짝만 데쳐서 최소한의 양념만 가미하지요. 맵고 짠 첨가물로 채소 본연의 맛을 감추지 않는 거예요. 영양소의 파괴도 최소화시키고요. 결국, 채소나 과일을 가장 잘 먹는 방법은 많이 조리하지 않고 그 자체로 먹는 거라고 생각해요.”
채소 소믈리에가 되고 나서 채소와 과일을 접하는 석 씨의 안목은 크게 달라졌다. 무대세트를 벗어나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만나는 것이 석 씨의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이번 주는 제주도로 여행을 갈 생각이에요. 이 폭염 속에서 제주도의 과일과 채소는 어떤 맛으로 숙성되었을지 궁금하거든요. 집과 직장만 오가다 보면 정작 중요한 산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게 돼요. 채소와 과일은 산지에서 맛보고 확인하는 게 가장 좋아요. 그리고 돌아올 때는 양손 가득 맛있는 채소와 과일을 사 들고 와야지요.”

엄마의 마음으로

꽃이 과실이라는 새로운 생명으로 익어가는 계절, 석혜림 씨에게도 소중한 생명이 커가고 있다. 5개월 후면 석혜림 씨는 건강한 남자아이의 엄마가 된다. 첫아이인 만큼 태교부터 출산준비까지 이것저것 신경 쓸 것이 많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특별한 건강관리법이라도 있는 것일까.
“뭘 따로 챙겨 먹기보다는 오히려 먹는 걸 줄이려고 노력해요. 식품방송은 식품을 파는 것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서 레시피도 알려 드리고 실제 먹는 것도 보여 드려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너무 잘 먹어서 문제지요. 게다가 소개하는 식품들이 지역 특산물이다 보니 한우, 장어, 삼계탕, 인삼 등 온갖 보양식이 총출동해요. 저 오늘도 전복 방송하러 가요. 주위 분들이 저처럼 온갖 보양식으로 태교하는 사람도 드물 거라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석 씨는 엄마의 건강한 식습관이 가족의 건강을 좌우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부모의 잘못된 식습관은 아이의 아토피나 소화비만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채소와 과일을 멀리한 채 육류와 인스턴트 위주의 식단을 지속하다 보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기 어렵다.
“엄마는 가족의 건강을 책임져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좋은 먹을거리, 건강을 지키는 식단을 찾으려고 노력하죠. 엄마의 선택이 가족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도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은 큰 의미가 있어요. 제가 채소 소믈리에가 되고 나서 우리 가족들의 식단에도 큰 변화가 생겼거든요. 저희 친정엄마는 무조건 싼 게 최고라는 생각을 하시는 분이셨는데, 지금은 친환경과 유기농에 눈을 뜨셨어요. 그래서 친정에 가족 텃밭을 마련해서 대부분의 채소를 거기서 가져오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 신랑은 탈모와 피부염 고민이 있었는데, 제가 채소 소믈리에 자격증을 따며 배운 지식으로 식단을 맞춰주고 나서는 그런 고민도 많이 줄었지요.”
석 씨는 채소 소믈리에로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과 실제 체험해서 효과를 본 경험들을 종합해 더 나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건을 파는 홈쇼핑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홈쇼핑으로의 변화를 이끌어온 석 씨는 더 나아가 소비자 맞춤형 방송을 만드는 것을 다음 단계의 목표로 삼고 있다.
“좀 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방송을 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제가 해온 일이 농민분들의 이야기를 전달해 드리고, 농작물의 효능을 말하는 데 중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조리법에 대해서도 더욱 풍부한 정보를 전해 드리고 싶어요. 재료를 사놓고도 조리법을 몰라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시더라고요. 실제 구입하시게 될 재료들로 다양한 조리방법을 알려 드리면, 선택에도 도움이 되고 사고 나서도 재료가 남는 낭비를 줄이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런 방송을 하기 위해서 한식조리사 자격증에 도전 중이에요. 이미 필기까지는 합격해 놓았어요. 그리고 ‘건강한 먹을거리 쇼핑 노하우’를 담은 책도 펴내고 싶어요. 물건만을 파는 쇼핑호스트가 아닌 건강과 행복을 전해 드리는 쇼핑호스트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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