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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다래와 곤드레로 유명한 영월 샘말농원
토종 다래와 곤드레로 유명한 영월 샘말농원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10.29 1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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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농장 탐방

 
탄성이 나올 만큼 수려한 산세를 쉽게 볼 수 있는 강원도. 지역 특유의 기후 조건으로 고랭지 농업이 발달했지만 최근 들어 강원도 지역의 여름 기온이 상승하면서 고랭지 재배에 걸맞은 작물을 길러내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최근 강원도 지역의 '스타 팜'으로 부상한 샘말농원은 고랭지 재배의 어려움을 아이디어로 극복했다. 바로 청정 자연을 자랑하는 강원도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파워 블로거를 활용한 체험형 농장 등 적극적인 마케팅 기법을 결합시킨 것이 성공 요소였다. 국내 유일의 토종 다래 산지이기도 한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의 샘말농원을 찾았다.

취재 | 박천국 기자 사진 | 양우영 기자

물 맑고 공기 좋은 곳으로 잘 알려진 강원도는 청정 자연의 보고다. 이곳의 농작물은 깨끗한 자연 환경에서 자라나고 있어 도시 공해에 찌들지 않은 자연의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오래된 수묵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빼어난 산세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위치한 샘말농원은 곤드레와 고사리 등 각종 산나물과 토종 다래의 생산지로 유명한 농장이다. 대형 유통 업체에 농산물을 납품하지 않지만,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직거래로만 1억원대의 연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2010년에는 농촌진흥청에서 선정하는 우수 농업경영체로 뽑혀 농가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일종의 '성공 모델' 농장으로도 인정받은 바 있다. 특히 샘말농원은 농장 체험 프로그램을 활용해 기다리는 마케팅이 아닌, 찾아가는 마케팅 전략을 통해 효율적으로 농장을 홍보해 나가고 있다.

숱한 시행착오 끝에 발견한 귀농인의 길

샘말농원의 곽미옥 대표는 올해로 귀농 13년을 맞았다. 곽 대표는 종갓집 종손인 남편을 따라 13년 전 강원도 영월군 중동면에 정착하게 됐다. 공무원을 그만두고 20년간 전업주부로 살던 곽 대표에게 귀농은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시아버지를 여의고 시어머니 홀로 고향을 지키기가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곽 대표는 남편의 귀향 의사를 존중했다.
"강원도 영월군 석항면에 위치한 아주 소박한 시골 농가 종갓집인데, 시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지역적 특성상 유교 사상이 강한 집안이라 제사 문화가 발달해 있어 시어머니께서 혼자 하기에는 벅찰 수밖에 없었죠. 남편이 어머니를 모시고 집안을 돌봐야 한다는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편 뜻에 따라 귀농을 결심한 것이지요."
하지만 처음부터 귀농생활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곽 대표는 대대로 이어져온 고랭지 재배를 그대로 따르기로 결정하고 배추, 무 등을 기르기 시작했다. 예상치 못했던 귀농으로 준비가 다소 미흡했기 때문에, 농장 운영에 따른 어려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요즘에는 귀농할 때 철저하게 준비를 하신다고 들었는데, 남편과 저는 급하게 귀향해서 농사를 지어야 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어요. 남편이 한우 방목장을 운영하고 싶어 했고, 산나물을 재배하면 좋겠다는 생각 정도만 갖고 있었죠. 농업은 그동안 전혀 해보지 않았던 분야라서 시어머니께서 대대로 해왔던 고랭지 배추나 무를 3년간 재배했죠. 하지만 온난화 현상 때문에 7월 말에서 8월 중순에 출하되는 작목들이 무더운 한여름 날씨에 녹아버려서 가격 폭락으로 농사가 실패할 수밖에 없었어요. 농사 수입이 거의 없던 시기이기도 했죠."
당시 직장을 다니고 있었던 남편을 대신해 농장 대표로서 실질적인 농장 경영을 맡아야 했던 곽 대표는 강원도 특성에 맞는 작물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유행을 타지 않고 꾸준하게 소비가 일어날 뿐만 아니라, 청정 자연을 자랑하는 강원도에서 나는 작물이라는 사실을 어필할 수 있는 아이템이 필요했던 것이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 곽 대표가 떠올린 것은 곤드레와 토종 다래였다.
"2003년부터 강원도 농산물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격 경쟁 안 하고 소비자들에게 어필 수 있는 작목을 생각해봤어요. 그러다 2007년도에 산나물과 토종 다래를 드디어 찾은 것이죠. 특히 산나물 중에서 곤드레는 강원도에서 워낙 유명한 작물이어서 어느 정도 알려지기 시작할 즈음에 231.4㎡(약 70평) 일대의 농지에 곤드레를 재배하기 시작했어요. 그것이 나중에 1487,6㎡(약 450평), 4958.6㎡(약 1천500평)으로 이어졌고, 지금은 11570.2㎡(약 3천500평)에 달하는 땅에 곤드레 농사를 짓고 있어요."
곤드레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농지를 확대해 나갔지만 물과 인력 부족 문제에 봉착해야 했다. 곽 대표는 지역적 특성상 곤드레 재배의 한계를 인식하고 곤드레 수확 비중을 줄이기 시작했고, 그것을 대체할 작물로 토종 다래를 선택했다. 우연한 기회를 통해 토종 다래를 알게 된 것이 그 출발점이었다.
"너무 많은 양의 곤드레를 산악 지형에서 하다 보니 물이 부족했어요. 더구나 잡초 제거나 곤드레 수확에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도 쉽지가 않았고요. 그래서 곤드레 재배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2008년도에 산채 교육을 받으면서 우연히 알게 된 토종 다래를 재배하기 시작했어요. 당시 강원도 농업기술원에서 보급하기 시작해 전국에서 유일하게 토종 다래를 재배할 수 있어 경쟁력 면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있었죠."

시대 흐름 읽은 '곤드레 냉동 소포장'으로 유명세

 
곽 대표가 한창 곤드레 판매에 주력할 당시, 때마침 '곤드레 붐'이 일면서 곤드레 판매에 호기를 맞기도 했다. 심지어 직거래를 미리 신청한 예약자의 절반 이상이 불가피하게 곤드레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을 정도. 그 비결은 건강한 먹을거리를 찾는 소비자들의 증가와 더불어 일하는 워킹맘의 증가, 그리고 1인 가정 등 핵가족화된 요즘 세태를 효과적으로 읽어낸 곽 대표의 탁월한 안목에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5년 전부터 곤드레 붐이 조금씩 일기 시작하면서 저희 농장에서는 수확한 곤드레를 냉동 소포장으로 판매했어요. 젊은 워킹맘들이 간편하면서도 건강식으로 즐길 수 있도록 4인 가족이 한 끼에 먹을 수 있는 500g 정도의 양으로 냉동 소포장을 한 것이죠. 인근 지역에서 곤드레를 재배하는 65곳 농가 중에서 소포장은 저희 농장이 유일했어요. 그러한 차별화된 요소를 기반으로 매년 수확한 곤드레 전량을 판매하고 있지요."
2009년에 파워 블로거(음식이나 요리 등 각 분야에서 언론사 못지않은 영향력을 지닌 블로그 운영자를 칭함)를 대상으로 냉동 소포장한 곤드레를 선보인 것이 또 다른 성공 비결 중 하나다. 파워 블로거들이 남긴 글이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샘말농원을 알리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하면서 곤드레뿐만 아니라 샘말농원이라는 하나의 농업 브랜드가 본격적으로 알려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냉동 소포장한 곤드레가 블로그를 통해 조금씩 알려지면서 입소문으로 샘말농원을 듣고 직접 찾아주시는 고객들도 점차 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곤드레뿐만 아니라 각종 산나물과 저희 농장에서 첫 시도했던 토종 다래도 자연스레 유명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키위의 모체인 것으로 알려진 토종 다래는 농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곽 대표가 구상한 전략 작물이다. 맛과 영양 면에서 일반 키위보다 뛰어나 한 번 맛본 이들은 키위 대신 토종 다래를 찾을 만큼 잠재 수요도 상당하다. 특히 곽 대표는 토종 다래 판매가 원활하지 않더라도 다래순을 채취해 판매해도 좋을 것이라는 선견지명도 오늘의 샘말농원을 있게 한 원동력 중 하나다.
"토종 다래는 맛도 뛰어나지만 무엇보다 기능성이 뛰어난 과일이에요. 요즘에는 각종 공해로 인해 비염이나 아토피 환자들이 늘고 있는데 다래는 그런 증상을 가진 분들에게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거든요. 그 덕분인지 토종 다래는 저장 기간이 짧아서 미리 예약을 받아 판매하는데 얼마 전 수확한 토종 다래의 경우, 거의 다 판매가 이뤄진 상태예요."

 
토종 다래는 과거 강원도 산골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과일이다. 나무를 땔감으로 사용했던 시절에는 산에 적당한 나무가 우거져 있어 토종 다래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이 자연스레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벌목이 줄어들면서 산에 나무가 무성하게 자리기 시작하자 토종 다래가 점차 사라져 갔고, 강원도 토속민들 사이에서도 토종 다래가 기억 속에 잊힐 수밖에 없었다. 곽 대표는 토종 다래를 항아리에 담아놓고 숙성시켜 겨우내 먹었던 동네 어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토종 다래 재배가 뒤늦게 시작된 배경을 설명했다.
"예전에는 토종 다래가 너무 흔해서 재배할 필요성을 못 느꼈어요. 강원도 어느 산에 가도 얼마든지 채취해서 먹을 수 있는 정도였으니까요. 강원도 사람들은 후숙 과일(수확 후 충분한 숙성 기간을 거쳐야 제 맛이 나는 과일)인 토종 다래를 항아리에 넣어두고 겨우내 먹기도 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산에서 토종 다래를 보기 힘들어진 데다 직접 수확하러 가는 사람들도 없어지면서 재배의 필요성이 생긴 것이죠."
다른 농가보다 앞서 시작한 토종 다래 재배로 샘말농원의 매출은 빠르게 증가할 수 있었다. 전국적으로 토종 다래 산지로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은 단연 재배기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샘말농원의 토종 다래 재배기술은 전국적으로도 으뜸에 속한다. 이곳이 전국 최초 재배 지역이어서 농사 초반에는 부족한 기술력 때문에 시행착오도 겪어야 했지만, 재배 6년차가 된 지금은 토종 다래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상당 수준의 재배기술을 확보한 상태다.
"토종 다래는 정립된 재배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부족한 기술을 배워 가면서 재배하느라 힘이 들었어요. 그런 과정을 하나둘씩 몸으로 익히고 머리로 이해해 나가면서 지금은 어느 정도 토종 다래를 알만한 수준에 이른 것 같아요."
대표 작물인 토종 다래와 곤드레를 내세워 샘말농장은 한해 1억원에 달하는 매출고를 올릴 수 있었다. 주요 판로는 인터넷 홈페이지다. 곽 대표는 인터넷 홈페이지 직거래를 통해 수확량의 약 80%를 판매하고 있다.
그 외에는 강원도 영월지역의 축제 장터나 영월 군청에서 조직한 유통사업단을 통해 서울 등 대도시 직거래 장터에서 농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정성으로 농사지어 체험 농장으로 가꾸고 싶다

▲ 곤드레를 그대로 말린 제품
곽 대표는 샘말농장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장기적인 계획을 세웠다. 그중 하나가 토종 다래의 가공품 라인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다. 영월군 농업기술센터에서는 이미 새로운 소득 작물로 부상한 토종 다래의 기술 지도는 물론, 토종 다래 초콜릿과 비누를 가공할 수 있는 기술을 지원해주기도 했다. 곽 대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내년부터 머릿속으로 그렸던 토종 다래 가공품을 완성시켜 많은 소비자들에게 토종 다래의 우수성을 알리겠다는 각오다.
“토종 다래로 가공할 수 있는 상품이 상당히 많아요. 효소나 잼, 반건조 제품을 중심으로 개발해 나가면 다양한 가공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결과가 어떨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내년부터 이 계획을 하나둘씩 이뤄나가고 싶죠.”
특히 곽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샘말농원을 개방형 체험 농장으로 가꾸고픈 바람도 지니고 있다. 이는 곽 대표가 그간 품평회와 팜 투어 등을 진행한 경험에서 비롯됐다. 주로 파워 블로거를 초대한 팜 투어 행사 참가자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며, 곽 대표는 농장 운영의 최종 목표로 개방형 체험 농장을 떠올린 것이다.
“품평회나 팜 투어 같은 행사를 진행하면 주로 파워 블로거들을 초대해요. 그러면 그분들이 가족 단위로 찾아오셔서 제가 직접 기획한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죠. 보통 점심에는 곤드레밥과 곤드레 된장국을 만들어서 함께 먹는 시간을 갖고, 이후에 토종 다래잼이나 주스를 만드는 모습을 시연해 드리고 있죠. 40~50대의 경우 토종 다래에 대한 향수가 있어서인지 상당히 좋아하시더라고요. 특히 그분들이 토종 다래를 통해 자녀와 함께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 교육적으로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더욱이 토종 다래를 직접 수확하는 경험도 해볼 수 있는데, 아이들이 땅에 떨어진 토종 다래를 줍고 직접 먹어보면서 체험하는 즐거움이 더 클 수밖에 없어요.”
물론 파워 블로거를 품평회나 팜 투어 초대함으로써 얻는 홍보 효과는 ‘덤’이다. 체험 행사에 참여한 파워 블로거들은 행사를 마치자마자 자신의 SNS나 블로그에 샘말농원에서 체험한 내용과 소감들을 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제가 앞으로 샘말농장을 체험 농장으로 만들고 싶은 이유는 농부로서 돈을 많이 벌겠다는 목적은 절대 아니에요. 농부가 과하게 돈을 추구하게 되면 농사가 더욱 힘들어지기 마련이거든요. 지금처럼 직거래 방식을 유지하면서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중요해요. 3년째 곤드레를 구입해 주시는 분이 계신데, 그분이 얼마 전에 복숭아를 보내주셨더라고요. '정성스럽게 지은 농산물을 잘 보내줘서 감사하다'고 하시면서요. 진짜 피와 땀으로 농사를 짓는데 그렇게 고마워하시는 분들을 보면 참 뿌듯하고 행복할 수밖에 없죠.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제가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고 싶어요."
인터뷰를 마치자 샘말농원 앞에 펼쳐진 그림 같은 강원도의 어느 산에서 늦여름 더위를 식혀줄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왔다. 한여름 찌는 듯한 더위를 식혀주는 시원한 산바람처럼, 샘말농원의 건강한 농산물은 많은 이들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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