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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죽 - 어머니의 마음을 담은 한 그릇
전복죽 - 어머니의 마음을 담은 한 그릇
  • 전미희
  • 승인 2014.11.01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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食 이야기를 담다

 
바다의 우유, 패류의 황제. 별명만큼이나 조상 대대로 한국인의 사랑을 받아 온 귀한 음식 전복. 쫑쫑 썰어 쑤어낸 전복죽 한 그릇에는 가족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전복죽을 ‘어머니의 마음’이라고 부르고 싶은 이유다.

진행 도수라 기자 | 사진 및 자료제공 맛있고 재미있는 한식 이야기(한식재단 www.koreanfood.net)

미역과 다시마 등 해초를 뜯어 먹고 사는 전복은 바다의 생명력을 그대로 담고 있는 식품이다. 불로장생을 꿈꾸던 진시황이 강장제로 즐겨 먹었음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워낙 귀하다 보니 임금에게 바치는 진상품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올랐을 정도다.

주린 배 달래주던 바다의 보물

흰쌀과 전복만으로 만드는 전복죽은 뽀얀 국물과 쫄깃쫄깃하게 씹히는 전복살이 어우러져 고소하고 진한 특유의 향과 함께 입에 감기는 맛이 기막히다.
‘가웃’, ‘게우’라고 부르는 진한 녹빛 또는 노란빛을 띠는 내장을 함께 넣어 죽을 끓이면 초록빛 바다색이 나는 것은 물론 전복의 진한 향과 맛이 배가된다. 그러니 전복 맛 좀 안다는 사람들은 이 내장까지 모두 요리에 활용해 버리는 것이 없다.
이처럼 특유의 향과 맛, 영양까지 고루 갖춘 전복은 조선시대 학자 정약전이 저술한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어류학서 <자산어보>에도 자세히 그리고 있을 만큼 대대로 사랑받아 온 바다의 보물이다.

‘살코기는 맛이 달아서 날로 먹어도 좋고 익혀 먹어도 좋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말려서 포를 만들어 먹는 것이다. 그 내장은 익혀 먹어도 좋고 젓갈을 담가 먹어도 좋다.’

전복 내장으로 만든 젓갈은 귀한 손님에게만 내놓는 별미이며, 소주를 담은 주전자에 생전복을 통째로 넣어 한참을 우려내는 초록빛 전복주는 애주가들이 사랑하는 술이다. 이처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리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제대로인 전복회와 전복구이는 누구나 좋아하는 특별한 요리이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전복죽이야말로 한국인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음식이 아닐까. 배곯던 그 시절 전복 하나만 있어도 잘게 썰어 죽으로 쑤면 가족이 모두 둘러앉아 배불리 먹던 추억의 맛이 떠오른다. 양식 전복이 흔한 요즘도 사람들이 전복에 남다른 애착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쌀쌀한 가을바람이 부는 오늘 저녁에는 따끈한 전복죽 한 그릇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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