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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유감’ 문유석 판사의 체험학습법
'판사유감’ 문유석 판사의 체험학습법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11.21 13: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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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공부법

하버드에서도 통한 '나만의 영어 공부기’

 
얼마 전 <판사유감>이라는 책으로 화제가 됐던 인천지방법원 문유석 부장판사가 자신의 페이스 북에 자신의 영어공부법을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문 판사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영어공부하며 미국 하버드 법학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쳤다. 문 판사의 페이스 북에 올라온 영어공부기를 편집해 소개한다.

취재_ 이시종 기자 사진_ 매거진플러스

“언어공부에 왕도는 없고 기본이 있을 뿐이다”

인천지방법원 문유석 부장판사의 페이스 북에 얼마 전부터 재밌는 글이 올라왔다. 대학원 준비를 하며 영어와 싸워 왔던 시간들을 재치 있는 글로 풀어낸 ‘영어 공부기’다.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그의 영어 공부기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섞어가며 재미있게 풀었다. ‘나는 영어를 못한다’며 시작한 이 글은 한동안 영어를 놓고 지냈던 그가 어떻게 미국에서 강의를 듣고, 학위과정을 마쳤는지 적혀 있다. 한 마디로 문 판사의 영어공부 좌충우돌기다.

기본서 무한반복으로 어휘와 문법을 잡다

“전 영어를 잘 못해요. 중고등학교 때 대학입시를 위해 영어 공부한 것이 전부예요.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는 영어 공부를 아예 한 적이 없죠. 사실 영어의 필요성을 피부 가깝게 느끼고 살지는 않았어요. 사법고시를 볼 때 외국어 영역이 있는데, 전 영어 대신 단시간에 고효율을 낼 수 있는 불어를 선택했죠. 늦게 유학을 갈 기회가 있었어요. 법원에서 보내주는 1년짜리 석사과정의 해외연수였죠. 그때부터 벼락치기로 영어공부를 하게 됐어요.”
요즘에는 조기유학을 다녀온 사람도 흔하고, 대학이 4년제가 아니고 ‘4+1’이라고 할 만큼 어학연수가 보편화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주변에 영어 좀 한다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문 판사가 대학에 들어갈 무렵(88학번)에는 영어는 중학교에 진학해서야 접할 수 있는 과목이었다. 그 역시 당시 여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중학교 시절 처음 영어를 접했다.
“중 1때 처음 A, B, C 알파벳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당시 교재는 교과서와 자습서가 전부였어요. 그러다가 중 2때 영어 잘하는 중3형에게 안현필 선생의 <영어실력기초>라는 책을 추천받았죠. 이 책에는 저자가 영어공부 하는 법을 재치 있게 책속 구석구석에 깨알같이 정리해 놓았는데, 처음에는 본문은 안 읽고 이런 것만 끝까지 읽었어요. 이 책에서 소개한 영어 공부법을 충실하게 따랐는데, 그것으로 기본적인 문법은 잡을 수 있었어요.”
책에서 소개한 영어공부법은 이렇다. 반복을 통한 암기. 단어, 숙어를 외울 땐 일단 외운 후 뜻을 가리고 어휘를 맞춰보다가 생각 안 나는 것에는 ‘바를 정(正)’자로 하나 씩 표시하는 것이다. 나중에 다시 또 해보다가 생각 안 나면 두 개째 표시, 이렇게 다섯 번을 반복하다보면 바를 정자 다섯 획이 전부 표시될 정도로 생각 안 나는 어휘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처음 한 번에 외워지는 것은 어차피 잘 외워지는 것이므로 다음번에는 표시된 것 위주로만 다시 외우고, 이걸 반복하다 보면 결국은 취약한 어휘만 무한반복하게 된다는 것이었어요. 나중에 심리학책을 보다보니 망각곡선에 정확히 부합하는 이론이었더군요. 문제를 풀 때도 처음 풀 때 틀린 것에 표시한 후, 다음번에는 틀린 것만 다시 풀고를 반복하는 거죠. 이런 방법으로 중학교 때만 성문기본영어를 5번 정도 반복했어요. 그러다보니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이 날 정도예요.”   
망각곡선(Forgetting curve) 가설은 독일의 심리학자인 헤르만 에빙하우스가 연구한 가설로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억이 남아 있는 감소의 정도를 말하는 가설이다. 이 곡선은 기억을 유지하려는 시도가 없을 때 정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손실되는 정도를 보여준다. 기억이 강할수록 더 오랜 시간 후에도 다시 떠올릴 수 있다. 망각곡선의 전형적인 그래프는 사람이 며칠, 몇 주에 걸쳐 배운 새로운 지식이 의식적으로 학습한 지식을 복습하지 않는 한 기억한 내용이 반으로 주는 것을 보여준다. 문 판사는 중학교 때까지 성문기본영어를 5번 완독한 후 고등학교에 진학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니 또래 학생들이 성문종합영어를 보기 시작한 것을 보고 따라서 보기 시작했다.
“성문종합영어를 봐야 한다고 해서 보니 이 책은 양도 많고 뭔가 복잡하더라고요. 이제까지 봐왔던 책들은 상당히 원칙적이고, 단촐해서 체계가 머리에 잘 들어오는데, 이 책은 복잡하더라고요. 문법상 원칙은 이건데 이런 예외가 있고, 다시 예외의 예외가 또 있고…. 성미 급한 저로서는 그냥 원칙만 정확히 알고, 예외는 그때그때 시험 앞두고 벼락치기 하자고 속 편하게 정리한 후에 더 이상 보지 않았어요. 그 다음부터는 교과서와 자습서, 문제집 풀이로 대입까지 공부했어요. 좀 자랑 같지만 대입고사에서 영어는 만점을 받았어요. 성문기본영어 수준만으로도 대입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리게 됐죠.”
문 판사는 또 “나중에 뒤늦게 해외연수 준비하느라 토플시험 보고, 하버드 로스쿨에 가서 수업 듣고, 시험치고, 논문 쓰고 하며 보낸 모든 과정이 성문기본영어를 토대로 이루어졌다” 며 “영문법 및 어휘 뼈대를 잡는 것에는 성문기본영어 수준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잡지, 영화, ‘미드’로 눈과 귀가 트이다 

“독해는 워낙에 책을 좋아하다보니 빨리 늘었다고 생각하는데, 그 당시 부잣집 친구들이 학교에 가져온 플레이보이라든지 펜트하우스, 허슬러 등과 같은 잡지도 큰 역할을 했어요. 쓰기는 거의 기회가 없었는데, 중3 때 호주 금발 여학생과 펜팔을 시작한 친구의 대필을 하면서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때 영어신문반에 가입했는데, 그때 영작문을 할 기회가 3년에 딱 세 번 정도 있었어요.”
대학 시절부터 판사가 되기까지는 영어 단절의 시기였다. 영어 공부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기에, 쓰는 영어라고는 여행 가서 쓰는 단순한 기초회화 정도였다. 그마저도 아내가 대신 했기에 그가 쓰는 영어는 거의 없었다고 해도 무방했다고. 그의 말에 따르면 영어실력이 완벽하게 중2 이전으로 회귀했다. 그러다 ‘미드’에 빠지면서 귀가 열리기 시작했다.
“평생 영어 리스닝 실력이 향상된 최초이자 유일한 계기는 바로 미드 <프렌즈>라고 생각돼요. 우연히 보기 시작한 이 드라마에 부부가 모두 중독되어 그 길디 긴 시리즈를 3회독 정도 한 것 같아요. 물론 한글 자막만 뚫어지게 보면서 봤지, 영어 공부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데 워낙 집중해서 보고 여러 번 보다보니 말하는 게 들려오기 시작하고, 대사가 입에 붙기 시작했어요.”
그는 또 영화광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할리우드 영화를 많이 보게 됐고, 자연스럽게 미국 말투와 미국문화 자체에 익숙해졌다. 그는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 자체에 익숙해진다는 것이 언어 습득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팝이나 록 음악 마니아였고, 그 배경이 되는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기에 남들보다는 빨리 미국문화에 익숙해 진 면도 있다고 했다.

유학 준비 본게임, CI와 MI로 돌파

유학 기회를 얻은 것은 그가 판사 10년차가 될 무렵이다. 그는 장기해외연수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평생 처음으로 제대로 된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연수대상자로 선정은 됐지만 1년 동안 가족과 함께 타국에서 살면서 미국 학생들과 같이 수업 듣고 시험치고, 무려 석사학위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단기간에 요령을 터득해 필요한 토플점수를 얻긴 했지만, 영어 실력은 바닥이었어요. 생존을 위한 영어공부를 해야만 했어요. 영어공부를 하기 전에 공부법에 대한 책을 섭렵하기 시작했죠.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책이 <영어, 이렇게 배워야 통한다>(키출판사)였어요. 이 책은 언어공부에 왕도는 없고 기본이 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죠. 그 기본이란 CI(comprehensible input: 이해할 수 있는 영어의 저장)이며 다른 하나는 MI(meaningful interaction: 의미 있는 상호교류)라는 것이었어요.”
CI와 MI가 충분히 주어질 때 개별적 영어지식과 규칙이 아니라 이를 총체적으로 운영하는 영어 시스템이 구축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남들만큼 영어 공부를 잘하지 않고도 단기간에 영어를 잘하는 사람들은 이 두 가지가 잘 되어 있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CI란 자신의 진짜 수준에 맞는 영어에 노출되어야 얻어져요. 대체로 80% 이상의 의미를 곧바로 건질 수 있는 영어, ‘이거 너무 쉬운데? 거의 다 들리는데?’ 정도를 말해요. 이 정도가 되지 않으면 우리의 뇌가 정상적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지 못하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고, 추리하고, 찾아봐야 해요. 80% 이상 아는 수준이면 나머지도 반자동적으로 추론, 예상이 되며 아는 부분은 자기도 모르게 따라하는 등 ‘말 연습’을 하게 되죠.”
MI란 2인 이상의 사람이 의미 있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CI로 습득된 말들부터 바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써 보는 것이다. 정해진 틀에 짜인 가짜 대화(시간, 날짜, 요일 묻기 등) 따위는 MI가 아니다.
“비욘세가 더 핫한지, 제시카 알바가 더 핫한지를 아무리 단순무식한 논거를 들어서라도 영어로 말싸움 하는 것이 MI라고 할 수 있어요. 자기가 필요한 말할 거리를 영어로 만들어 상대에게 어떻게 전달하는 interlanguage(중간언어)가 작동해야지 단순암기, 패턴암기로 진정한 조어 능력은 생기지 않아요.”
그는 이 이치를 배우고 난 후 자기 실력의 수준을 넘는 타임지 수준의 고급 어휘 공부나 독해 공부 등은 일체 안 하기로 했다. 단어는 모르면 찾으면 됐고, 미드와 할리우드 영화 덕택에 아는 단어는 다 들리는 편이다. 그렇다면 가장 못하는 것은 말하기와 글쓰기라고 결론 내리고 여기에만 ‘올인’하기로 했다. CI와 MI를 단기간에 습득할 수 있는 통로를 찾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학원에서 원어민 강사와 1대 1로 토픽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프로그램을 수강했어요. 그런데 몇 번 안 가서 바로 접었어요. MI를 위해 단 둘이서 떠드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소개팅 나가 보면 단둘이 계속 이야기 나누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잖아요. 최소 3명 이상이 있어야 한 타임 쉬면서 생각도 정리하고 치고 나갈 수도 있는 법이죠. 그래서 8명 정도의 소그룹을 상대로 토론 수업하는 학원에 다니게 됐어요. 이 곳에서 작문 수업도 함께 받았는데 매우 유익했어요.”
그는 자신의 영어공부기가 영어공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썼다고 했다. 언뜻 보면 단순히 재미있게 쓴 ‘좌충우돌기’ 같지만, 이 안에는 자신이 직접 체험하고 확인한 인증된 그만의 공부 노하우가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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