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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영석 PD와 이서진 '유쾌한 만남'
나영석 PD와 이서진 '유쾌한 만남'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11.26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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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시리즈에 이은 두 번째 ‘애증 동행’

방송사 이적 이후 '꽃보다' 시리즈로 명불허전이라는 평가를 받은 나영석 PD가 두 번째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한다. <삼시세끼>라는 제목으로 여행이 아닌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를 표방하는 요리 프로그램으로, 강원도 시골 마을에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이서진과 옥택연의 좌충우돌 야생 극복기를 다룬다. <꽃보다 할배> 이후 나영석과 이서진의 조합이 예능계에 또 한 번의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을까.

취재 박천국 기자 사진 맹석호

“나 PD와 일을 같이 하면서 예능 프로그램을 찍는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냥 저의 평소 모습을 보여준다고만 여겼죠. 매번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지만, 웃겨야 된다는 부담감은 없습니다. 앞으로 같이 좋게 지냈으면 합니다” (이서진)

 
<삼세세끼> 기자 간담회장에 등장한 이서진은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는 옥택연에 비해 다소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스스로를 “도심에서 살고 싶은 강원도 정선의 농부"”라고 소개한 이서진은 “평소에는 잘 웃는 편인데 나영석 PD랑 일을 할 때는 잘 안 웃게 된다”며 “특히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웃을 일보다 화낼 일이 더 많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하자, 장내에 일순간 웃음이 번졌다.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두 사람의 묘한 신경전은 연출이 아닌, 실제 이들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 PD는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힘들고 싫어하는 상황에서 가장 열심히 하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라며 “정성을 다해서 소중한 사람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마음만 봐도 진정성이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서진이 제작진과 노예 계약을 맺은 이유

 
<꽃보다  할배> 시리즈에서 기대 이상의 요리 실력을 발휘했던 이서진은 실제로 요리를 많이 해본 적 없는 '요리 초보'에 가깝다. 하지만 집에 찾아온 귀한 손님들을 위해 자연에서 요리 재료를 구하고, 음식을 준비하는 모습은 요리가 맛도 중요하지만, 하나의 요리를 만들기 위한 정성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해준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나영석 PD는 있는 그대로의 이서진을 기대하고 있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이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해서 녹화를 하면서 개념을 정립했어요. 사실 이서진 씨와 옛날부터 요리를 키워드로 프로그램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야 비로소 시작을 하게 된 거죠. <삼시세끼>라는 프로그램 자체가 갈등이나 극적인 장치가 화려한 것은 아니지만 음식을 만들고 대접하는 과정을 통해 마음과 정성이 느껴지는 프로그램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합니다.”
하지만 이서진은 나 PD의 말과 달리, 억울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 PD의 '쉬어가는 프로그램'이라는 말만 믿고 새 예능 프로그램에 합류했는데, 뚜껑을 열어 보니 그 어떤 야생 버라아이티보다 힘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서진은 일반 농가보다 열악한 장비로 음식을 장만해야 하는 환경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일반 농가보다 뒤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어요. 촬영 당시 배우 선배님들이 와서 커피 대접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원두밖에 없어서 맷돌로 원두를 갈아서 한약 달이는 천으로 커피를 내려 대접을 했을 정도죠.”
특히 <1박 2일> 시절부터 제작진과 출연진 사이에 계약 조건을 내걸었던 나 PD 특유의 연출 성향은 이번 프로그램에서도 반영됐다. 자급자족 요리 프로그램을 표방한 이상 출연진 스스로 음식 재료를 구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할 경우 제작진에게 빚을 져야 하는 것. 이를 테면, 고기 한 근을 구하려면 인근의 수수밭에서 수수 한 가마를 수확하는 중노동을 감수해야 한다. 이서진은 긴 한숨을 내쉬며 나 PD의 노예계약 설정에 대해 다소 무미건조하게 이야기했다.
“집 앞에 엄청나게 큰 수수밭이 있습니다. 손님을 대접하게 되면 먹을 것이 없기 때문에 제작진에게 빚을 지게 되어 있죠. 그러다 보면 시간이 나는 대로 수수를 수확해도 빚만 쌓여가게 돼요. 노예처럼 일만 해도 그곳에 살면 살수록 빚만 커지게 되는 거죠.”
하지만 나 PD의 욕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빚을 탕감하지 못하면 프로그램을 끝내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두 사람은 이 부분에 관해 방송에서처럼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이며 웃음을 유발했다.
“빚이 없어질 때까지 절대 프로그램을 끝내지 않을 겁니다. 약속을 안 지키면 과도한 빚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드릴 거니까요(웃음).”(나영석)
“노예의 해방 역사를 보면, 그 마지막은 전쟁 아니면 탈출이라고 생각합니다.”(이서진)
두 사람의 답변 속에 제작진과 출연진을 대변하는 뼈 있는 말들이 오고 갔다. 과도한 고생을 요구하는 무리한 설정에 볼멘소리를 내는 이서진과 출연을 결정한 이상 프로그램의 룰에 따라야 한다는 나 PD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다. 나 PD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이서진이 이번 프로그램 촬영으로 고생을 예견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사실 저도 이 프로그램을 한다는 것을 기사를 보고 처음 알았어요. 어떤 프로그램인지 궁금해서 나 PD와 통화를 한 적이 있는데, 진심 어리게 '제가 그동안 고생을 많이 했으니 힐링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다'며 제가 좋아할 거라고 말을 했죠. 그동안 저와 해외를 많이 다니고 해서 거짓말을 할 거라고 생각을 못한 겁니다. 저는 힐링 여행이나 농촌의 한가로운 생활을 즐기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사전 미팅을 차일피일 미루다 녹화 며칠 전에 만났을 때도 농촌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마음 편하게 시작을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별 생각 없이 시작했다가 지금 후회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평가하는 상대방의 매력

나영석 PD는 ‘꽃보다’ 시리즈로 자신이 선호하는 스타를 중용했다. 이서진과 이승기가 대표적인 예. 특히 이서진은 과거 <1박2일> 게스트로 출연한 적은 있지만, 나 PD와 오랜 기간 일을 함께 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PD는 복귀작 <꽃보다 할배>의 성패를 결정짓는 ‘짐꾼’ 역할에 이서진을 캐스팅했고, 요리 프로그램을 표방하는 이번 프로그램에도 그를 선택했다. 나 PD는 배우 이서진이 가진 예능인으로서의 매력을 이렇게 말했다.
“이번 프로그램에 여성 출연자가 없는 것은 조금 서툴더라도 조금 고생하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서진 씨나 옥택연 씨 모두 도시에서 자라고 미국 유학파라 도회적인 이미지가 강한데, 그런 이미지와 다르게 시골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재밌을 것 같아서 캐스팅하게 된 겁니다. 특히 이서진 씨는 제가 좋아하는 형이기도 해요. 예능인으로서의 가진 매력은 꾸미지 않은 모습 그대로예요. 카메라 앞이나 뒤에 관계없이 일관된 모습, 그리고 제가 보는 '서진이형'의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같이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굳이 따지면, 제 페르소냐는 아니에요. 승기처럼 반듯하고 성실한 이미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죠. 잠시 외도하고 있는 것뿐입니다.”
이서진은 나 PD의 매력에 대해 예능 프로그램을 성공시키는 능력에 있다고 답했다. 그는 3차례 여행을 함께 동행하는 과정에서 PD와 출연진 이상의 친분과 신뢰 관계를 구축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는 나 PD를 믿고 출연한 프로그램에서 고생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나 PD의 매력은 보시면 알겠지만, 무슨 매력이 있습니까(웃음). 사실 '꽃보다' 시리즈도 속아서 출연한 건데, 사실 여행을 다녀와서 프로그램이 잘 안 될 줄 알았어요. 그런데 너무 잘 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 친구가 능력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됐죠. 저랑 여행을 3번이나 같이 다니다 보니 촬영 마무리 하고 술을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니까, 아무래도 가까워진 부분이 있어요. 그래서 나 PD를 믿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번 프로그램의 경우 섣불리 믿은 저의 잘못이 큽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나영석 페르소냐’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 말은 썩 기분 좋지 않은 말이에요.”
두터운 친분에서 비롯된 농담 섞인 비난과 불만 섞인 이야기들이 오고 갔지만,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두 사람이 바라는 점은 일치했다. 분명 다른 방식으로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지만, 프로그램을 함께 할 때면 같은 지점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만은 분명해 보였다.
“기존 요리 프로그램을 보면 음식이 얼마나 예쁜지, 맛있는지를 봐달라는 게 주요 포인트잖아요. 하지만 <삼시세끼>는 못 생기고 비루한 음식을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 있고, 그 요리를 어떤 마음을 가지고 요리하는지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어떤 경로로 식탁에 음식이 오르는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죠.”(나영석)
“사실 이 프로그램의 의도를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나 PD가 이야기하는 대로 따를 뿐이죠. 나 PD의 말대로 이 프로그램을 보고 마음이 따뜻해지고 작은 텃밭 하나 정도 기르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이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와 맞는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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