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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독’ 두 아들 명문대 보낸 기적의 공부법
‘게임 중독’ 두 아들 명문대 보낸 기적의 공부법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11.28 0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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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의지 키우기

난독증 극복한 노태권 씨의 ‘공부 정도(正道)’ 

시험 성적이 좋지 않거나 대학 입시에 만족하지 못한 사람들은 저마다의 핑계로 결과를 합리화한다. 하지만 ‘중졸’ 학력에 일용직 근로자로 생계를 책임지는 상황에서도 자신은 물론, 두 아들을 위해 공부를 멈추지 않은 사람이 있다. 바로 <공부의 힘> 저자 노태권 씨다. 그는 사회생활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만큼 독서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아내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공부한 끝에 두 아들을 명문대에 보낼 수 있었다.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는 단순한 진리가 그와 두 아들의 인생을 통해 증명됐다.

취재 박천국 기자 사진제공 노태권 참고서적 공부의 힘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어떤 조건과 환경에서도 원하는 공부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두 아들을 서울대와 한양대에 입학시킨 노태권 씨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랐다. 하지만 공무원 생활을 하던 아버지의 실직으로 급격히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변두리 단칸방에 홀로 남아 막노동과 행상에 나간 부모를 기다리는 나날이 계속되면서, 어린 시절 영특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자란 그에게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경제적인 문제로 적기 교육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초등학교 시절 그의 언어 인지 및 구사 능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한 것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저는 글자를 그려야 하는지 써야 하는지를 몰랐습니다. 그 당시는 단어를 보고 그것을 소리로 연결하지 못했으며 비슷한 소리를 구분하고 발음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글씨를 쓸 때는 좌우상하 방향이 헷갈렸습니다. 한 달이 지났을 무렵, 국어 받아쓰기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개나리 노래 가사인 ‘나리~나리~개나리~입에 따다 물고요’를 불러 주셨는데 단 한 자도 적어내지 못했습니다. 그 당시는 단어를 떠올려 글로 나타내는 데에 서툴렀기 때문이었죠.”
이러한 결과에 자식에 희망을 기댄 채 살아가던 그의 아버지는 충격과 절망, 분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술에 의존한 채 살았다. 그때부터 그는 마음에 상처를 입고 글을 못 쓰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적인 대화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말을 심하게 더듬거렸다. 중학교를 겨우 마친 그는 언어와 의사소통이 어느 시대보다 중요시되는 현대사회에서 취업조차 생각할 수 없는 멸시와 냉대 속에서 살아야 했다.

난독증 극복하고 ‘수능 만점’을 이루다

결혼 후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지만 중학교 졸업 학력과 난독증은 생계를 꾸려나가는데 큰 장애물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수능 공부를 시작하게 만든 일종의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큰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해 ‘장래 희망이 무엇인가?’라는 과제를 받아온 것. 당시 43세였던 그는 막노동을 하고 있던 시기였다. 큰아들이 어떻게 써야 좋은지 그에게 물었지만, 그는 금방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머뭇거려야 했다. 그 스스로도 꿈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기 때문이었다.
“아이가 갑자기 ‘아빠 꿈은 뭐예요?’라 물었습니다. 그 질문은 저를 아주 당황하게 만들고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했지요. 몇 날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내 꿈이 뭘까?’라며 며칠 동안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중졸 학력인 제가 무슨 놈의 꿈이 있었단 말인가, 되는 대로 살지’라는 생각으로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1학기를 마칠 무렵 읽기와 쓰기를 제법 잘했어요. 글을 배운지 6개월도 되지 않은 조그마한 녀석이 읽고 쓰기를 하다니 참으로 신기했고 기특하게 생각했습니다. 바로 그때 ‘배우면 된다’라는 생각이 번개처럼 떠올랐죠. 그리고 아내에게 공부하겠다는 의사를 말했습니다. 아내는 뛸 듯이 기뻐하며 저를 뒷바라지하겠다고 했습니다. 아내의 가상한 마음이 고마웠던 기억이 납니다.”
그는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공부에 몰입했다. 난독증으로 일반인들보다 더 공부하는 시간이 더 필요했지만, 주유원으로 일을 하며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을 쉴 새 없이 중얼거렸다. 집과 회사를 오고 가는 길도 그에게는 공부하기에 적합한 시간이었다. 아내가 만들어준 공부 노트를 들여다보며, ‘길거리 공부’에 매진하다 넘어져 손가락이 부러지거나 이가 깨지는 일도 적지 않았다. 공부에 몰입한 지 5년이 지나자 그는 공부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수능 기출문제를 풀 때도 막힘이 없을 정도로 학업 성취도가 일취월장했다. 그 결과 6차례 모의고사에서 만점을 받으며, 노력의 결실을 맛봤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이 그의 공부를 가로막았다. 바로 등교를 거부한 채 게임 중독에 빠진 두 아들에게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당시 두 아이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아토피 피부염은 물론, 게임 중독에 빠져 방황의 길을 걷고 있었다.
“당시 중학교에 다니던 두 아들이 성적표를 위조해 그동안 부모를 속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사실이 발각되자 두 아들은 집을 나갔죠. 그날 학교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아이들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아이를 교문 앞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반가운 나머지 볼을 만지려고 손을 내미는 순간 아이는 제 손을 툭 치며 그냥 지나치더라고요. 공부할 시간이 없어서 노숙 공부를 하느라 근 3년을 집에 들어오지 못한 혹독한 대가를 치른 셈이죠. 그러자 ‘아이들을 살려야겠다’는 제 결심이 확고해졌습니다. 아내에게 ‘반드시 아이들을 가르쳐서 대학에 보내겠다’고 약속을 한 것도 그때쯤이었죠.”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기에 앞서 아이와의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자신을 ‘아버지’라 부르지 않는 두 아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장거리 행군에 나서며, 그는 두 아들과의 거리를 좁혀 나갔다. 행군으로 관계의 물꼬를 튼 그는 두 아들에게 본격적으로 공부를 가르쳤다. 그는 “그동안 엄마가 만들어준 공부 노트를 두 아들에게 보여주며 아버지의 공부가 가족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자, 두 아들도 조금씩 공부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

‘하는 바보’가 ‘척하는 천재’보다 낫다

▲ 노태권 씨가 공부할 때 활용한 참고서와 주유소에서 일을 하며 사용했던 이어폰의 모습
그는 아내의 눈물겨운 가르침과 경제적인 지원을 항상 고마워했다. 그 마음이 공부에 대한 놀라운 집중력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공부는 집중력이다’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 그는 오랜 기간 공부에서 손을 뗀 아들을 위해 ‘포모도로 학습법’을 적용했다. 포모도로 학습법은 25분 간 타이머를 맞춰 놓고 오직 한 가지 일에 완벽히 집중한 후 5분 간 휴식을 반복하는 시간 관리법이다.
“이 학습법은 일종의 심리학적 속임수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정해진 시간 내에 주어진 일을 처리해야 한다는 ‘승부욕’을 이용하는 것이죠. 앉아는 있지만 공부하지 않고 허투루 보내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이 공부법을 활용했습니다. 게다가 이 학습법은 짧은 시간에 여러 과목을 한 번에 공부할 수 있게 해줘, 모든 과목을 다시 공부해야 하는 동주에게 알맞은 공부법이었어요.”
그는 두 아들에게 시간 안배를 통한 공부의 효율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공부의 기본인 ‘많이 보는 것’과 ‘제대로 아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난독증을 극복하기 위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까지 동일한 참고서를 100번 이상 정독한 적도 있다.
“동주와 희주에게 새로 배운 내용을 오래 기억시키기 위해 반복하여 복습하도록 했어요. 확실하게 알지 못하는 것은 아예 모르는 것보다 위험하기 때문이죠. 문제를 약간 변형해도 쉽게 틀리니까요. 아이들 컴퓨터 바탕화면에 ‘공부 쓰레기통’이라는 폴더를 만들게 했어요. 아이들이 외운 부분 중 확실히 기억하는 정보를 지워 이 폴더 안에 버리게 했죠. 그러다 이 폴더 안에 충분히 안다고 장담했던 것들을 다시 꺼내 테스트해 보면 꼭 한두 문제는 헷갈려 했어요. 이렇게 아리송한 문제는 다시 자신감이 들 때까지 타이핑하면서 암기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암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그가 가르친 내용을 확인하는 시간도 가졌다. 이를 테면, 그가 15분 간 가르친 내용에 대해 두 아들이 직접 말해보는 것이다. 책상에 앉아 자기주도적인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공부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는 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저는 아이들과 공부하면서 ‘공부 맞짱’을 떴습니다. 공부 맞짱이란 제가 15분 강의하면 반드시 아이들에게 들은 내용을 말해보라고 해요.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될 때까지 하는 방식인 겁니다. 제 아내가 저를 가르칠 때 사용한 방법이기도 해서, 저를 통해 어느 정도 검증된 방법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일반적인 공부 노하우에 반하는 공부법도 활용했다. ‘오답 노트를 버리라’고 주문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는 아들에게 노트 필기는 가급적 하지 말라고 지도했다. 노트 필기에 집중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정보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답 노트도 마찬가지 논리였다. 오답 노트를 만들 시간에 더 공부하고, 그 자리에서 틀린 이유를 정확히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에 노트 필기를 해야 한다면 핵심 요점만 최소한 정리하라고 했어요. 중요한 것은 노트 필기를 잘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바로 이해하는 것이니까요. 오답 노트의 중요성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데, 저는 오답 노트를 과감하게 버리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틀린 답을 다시 보지 말라는 의미는 아니지만, 틀린 것을 ‘나중에 다시 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해요.”

통제와 간섭 대신 자신감을 심어주길

그는 성적이 안 좋아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라면 ‘시간 도치법’을 꼭 시도해보길 권장했다. 누구에게나 좋은 성적을 유지했던 때, 혹은 엄청난 폭으로 성장한 때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그게 초등학교 1학년 시절의 이야기여도 즐겁게 들어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동주에게 영광의 순간은 중학교 1학년 때 17등을 한 일입니다. 지금 367등을 한다는 사실보다 최고 성공 경험을 이뤘을 때의 나를 기억시킴으로써 지금의 순간이 내가 영원히 머물러야 할 순간이 아닌, 최고의 순간에서 잠깐 떨어졌다는 생각을 갖게 하여 자신감을 잃지 않게 할 수 있었어요. 과거에 집착하라는 말이 아니라,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고, 도약의 수준을 정하는 데 사용하라는 의미입니다. 공부는 재능과 지능에 관계가 없어요. IQ 평균 이하에 난독증 환자인 제가 수능시험의 달인이 되었잖아요. 공부는 재능이 아니라 노력과 열정, 자신감에서 승부가 결정된다는 점을 많은 부모님들이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이 시대 부모들에게 “지나친 간섭은 통제와 감시 수단으로 이어져 자녀의 독립된 자아 형성과 성장을 방해한다”고 말했다. 부모가 자녀의 통제와 간섭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자녀 역시 부모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40대 중반 공부를 시작하자 중졸 학력과 난독증을 지닌 그를 주변 사람들이 조롱했지만, 아내의 끊임없는 격려는 공부 의지를 더욱 불타오르게 만들었다.
“특히 배우는 과정에 있는 아이가 어떤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부모가 끼어들어 참견하면,  아이들은 자신의 개성을 무시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비생산적 행동과 반발적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제 경험을 비춰보면, 주변 사람들은 내게 공부에 재주가 없으니 공부를 때려치우라면서 끊임없는 간섭을 했었습니다. 게다가 힐난과 조소까지 받았지만, 제가 끝내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노력할 수 있었던 것은 일체의 간섭 없이 저를 신뢰하고 격려하면서 자신감을 심어준 아내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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