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40 (화)
 실시간뉴스
‘국민 악녀’로 등극한 이유리 속마음 인터뷰
‘국민 악녀’로 등극한 이유리 속마음 인터뷰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12.24 22: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0월 3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인기리에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최대 수혜자를 꼽으라면 단연 이유리다. 극 중 누구보다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강하고,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희대의 악녀’ 연민정 역을 맡았다. 이유리는 이 드라마를 통해서 ‘국민 악녀’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연민정과 실제의 이유리와의 간극은 얼마나 될까. 이유리를 직접 만났다.

취재_ 이시종 기자 사진_ 맹석호(유니크하우스)

“인기 욕심? 연기만 할 수 있다면 마냥 행복하다”

 
바야흐로 ‘이유리 전성시대’다. 과거 선해 보이는 얼굴로 착한 며느리상의 대표 주자로 손꼽혔던 배우 이유리는 착한 것이 지겹다는 듯, 전의 착한 며느리상을 벗어던지고 독하고 독한 악녀로 변신했다.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 속 악녀 연민정으로 살았던 이유리의 지난 6개월의 시간은 그간의 이미지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선한 얼굴로 자신을 낳아준 엄마도, 그리고 자신이 낳은 아이도 버릴 정도로 독하고 독한 연민정을 완벽하게 소화한 이유리는 “진짜인지 연기인지 헷갈릴 정도로 연기를 잘해 더 밉다”라는 평가를 들으며 주인공보다 더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연민정으로 살았던 지난 6개월 그리고 현재

“이렇게까지 많은 분이 저를 좋게 봐주실 거라곤 생각도 못했어요. 딱히 화제성을 노리고 연기를 한 것도 아닌데 과분하게 큰 사랑을 주시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놀랍기도 했죠. 시장 같은 데 가면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저를 다 민정이라고 부르시더라고요. ‘나쁜 년, 독한 년’이라고 욕하는 분들도 계셨고요(웃음). 온라인 백과사전에 ‘연민정’이라는 이름이 등록돼 있는 게 가장 재밌고 신기했어요. 연민정의 ‘악행 일대기’가 정리돼 있더라고요. 기사나 댓글도 꼼꼼하게 챙겨 읽었어요. 댓글을 정말 재밌게 쓰시는 분들이 많아서 즐거웠어요. 힘도 많이 얻었고요.”
실제로 만난 이유리는 드라마 속 악녀 연민정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예전의 참했던 이미지가 오히려 실제의 그녀와 맞는다는 느낌이다. 6개월 동안 연민정으로 살아왔던 것은 어쩌면 그녀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었을 테다. 감정선을 지키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체력적인 소모가 많은 역할이었다.
“사실 연민정으로 사는 거 무척 피곤해요. 극중이니까 과도한 설정도 있어요. 특히 문지상과 싸운 것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현실에서 그렇게 남자에게 대들면 큰일 나죠(웃음).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몰라요. 절대 따라하시면 안 돼요. 연기하면서 지치지는 않았냐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솔직히 긴장된 장면을 워낙 많이 촬영해서 지칠 수가 없었어요. 남한테 져서도 안 되고, 기에 밀려서도 안 되고 이겨야 되는 싸움이니까요. 그런 장면들이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지칠 수 없었어요. 부끄러운 점이 남들 연기하듯이 똑같이 한 건데 거창하게 되더라고요. 전 거창하게 연기한 것이 아니고 주어진 캐릭터를 그냥 연기했어요.”
많은 이들이 드라마를 보며 ‘연민정’을 욕했지만, 그 배역을 연기하는 그녀는 연민정에게 남다른 연민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 6개월간 이유리는 완벽하게 연민정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연민정을 유일하게 옹호하는 사람일 거예요. 유일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해야 하는 사람이잖아요. 극중 캐릭터는 짠하고, 불쌍하고, 가슴 아프고 그랬어요. 다른 동료배우들한테 그런 얘기하면 말도 안 된다고 그러더라고요. 다른 캐릭터들이 이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민정이에게 빠져 있었어요. 그런데 인터뷰 할 때 좀 조심스러웠어요. 민정이가 너무 많이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라 편을 들어서 말할 수도 없는 입장이었죠.”

연기대상 후보로도 물망, 최고의 전성기를 맞다

‘왔다 장보리’에서 이유리의 연기는 ‘물이 올랐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탁월했다. 다양한 표정 연기는 물론이고 목이 쉴 정도로 고함을 내지르고 위기 상황에서도 천연덕스럽게 빠져나가는 연민정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분통을 쥐락펴락했다. 처음 단순하게 연민정을 욕했던 시청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이유리에게 호감을 표했고, 지금은 연말에 있을 2014년 MBC 연기대상의 유력한 대상 후보로도 꼽고 있는 추세다.   
“‘연기대상’ 대상 후보로 거론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신기해요. 대상 욕심이요? 그런 생각 전혀 안 하고 있어요. 만약 받게 된다면 그건 100% 시청자들의 덕이고, 제게 오지 않는다고 해도 받을 사람이 받게 돼 있기 때문에 상관없어요. 상을 기대하는 마음보다는 다양한 연기를 할 수 있다는 현실과 상황에 감사해요. 만약 욕심이 있다면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더욱 다양한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는 것이에요.”
수상 여부보다 ‘연기대상’을 통해 ‘왔다 장보리’ 속 장면들을 재회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말한 이유리는 그만큼 매 회 한 신 한 신이 소중했다고 고백했다. 김순옥 작가와 백호민 PD가 만들어준 틀 안에서 하고 싶었던 연기를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다며 행복해 한 이유리는 “14년 만에 애드립도 마음껏 해보고 대본에 없던 상황들을 상상하며 즐겁게 연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리는 ‘연민정’으로 그야말로 ‘빵’ 떴다. ‘왔다 장보리’ 열풍이 한바탕 지나간 방송계에 살아남아서 독보적인 인기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유리를 부르는 곳은 드라마뿐 아니라, 예능, 화보, 모델 등 다양하다. 2001년 KBS2 드라마 ‘학교 4’로 데뷔한 이후 안정된 연기력으로 실력은 인정 받아왔지만, 인기 스타와는 거리가 있었다. 너무나 착하고 순해보였던 이유리가 악하게 변하는 순간 시청자들은 열광했고, 데뷔 13년 만에 ‘전성기’로 불릴 정도로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있다.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잖아요. 인생에서 몇 번의 기회가 온다고. 제게 있어 그 기회가 바로 지금인 것 같아요. 데뷔 후 이렇게 관심받는 것이 처음인데 모든 것이 새로워요. 처음부터 스타가 아니어서 그런지 주목을 받는 것도 놀랍고, 제 이름이 아닌 캐릭터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에요. 유명 스타만 패러디 하는 개그맨들이 제 연기를 흉내내는 것도 즐거워요.”
<왔다! 장보리>와 연민정이 큰 인기를 끌었기에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더 큰 설렘과 기대감이 이유리의 마음속에 가득한 듯했다. 과연 다음 작품에서 정반대의 캐릭터를 보여줄지, 더욱 강력한 악녀의 모습으로 돌아올지 기대되는 것은 대중도 마찬가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