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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음악의 정수, 편종(編鐘)
궁중음악의 정수, 편종(編鐘)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12.29 0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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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의 제사와 연향에 사용됐던 대표적인 궁중악기, 편종은 아악의 팔음 악기 중 금부에 드는 유율 타악기로 쇠붙이로 만들어졌으며, 모두 16음이 난다. 맑은 음색과 긴 여음을 가지고 있어 문묘제례악, 종묘제례악, 당피리 중심의 연향악, `낙양춘`, `보허자` 등의 연주에 쓰이고 있다.

고대 중국에서 만들어진 편종은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예종 11년(1116년)에 처음으로 소개되었는데, 조선시대 세종 때부터는 국내에서 직접 편종을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다. 편종은 7음 음계로 조율되며 십이율 사청성의 16음을 낸다.
편종은 세종 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국내에서 주조되기 시작했다. 주석과 구리의 비율에 따라 종을 주조하는 편종은 경석으로 제작하는 편경에 비해 수량이 많았다. 주석과 구리를 적당한 비율로 화로에 부어 쇳물 형태로 만든 후, 종의 거푸집에 쇳물을 붓고 편종의 기본 형태를 만든다.
하지만 형태가 비록 갖추어졌다고 해도 그 소리가 맑지 못하여 맥놀이(공명)가 좋지 못하면 종의 내경을 깎기 이전에 폐기 처분하고 깨뜨려버려 화로에 다시 붓는다. 각 음률에 맞는 율관의 소리와 제작된 종의 맥놀이가 서로 일치될 때 하나의 편종이 완성된다.

편종은 제작자의 청음 능력과 종의 내경을 깎는 기술에 따라 편종의 질이 달라진다. 16개에 이르는 편종의 평균 무게는 9.5kg에 이르고 음의 높낮이에 따라 약간의 무게 차이가 있다. 편종은 종의 안쪽 면(내경)을 수작업으로 깎아서 조율하기 때문에 종의 내경이 균일하지 않더라도 그 종을 쳤을 때 음의 파장이 균일하게 퍼져 좋은 공명을 이루면 종의 내면이 다소 울퉁불퉁하더라도 내버려 둔다.

두께가 각각 달라 16음의 높낮이를 조율

편종은 두 단의 틀에 약 30cm 미만의 같은 크기의 16개의 종이 위, 아래 각 8개씩 매달려 있다. 아랫단에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황종부터 임종까지의 종 8개를, 윗단에는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이칙부터 청협종까지의 종 8개를 배열한다. 편종의 크기는 겉으로 보기엔 같지만 두께가 각각 달라 16개 음의 높낮이를 조율한다.
각각의 종을 쇠뿔 망치(각퇴)로 종의 일정 부분을 쳐서 음을 연주한다. 편종을 칠 때는 동그랗게 돋을새김한 수(隧)를 친다. 조율된 종이라 하더라도 치는 부위에 따라 음정이 달라지기 때문에 치는 위치가 매우 중요하다. 편종의 표면에 부조된 화려한 장식이 새겨져 있는데, 실제 연주자가 바로 그 장식 부분을 쳐야 하는 것이다. 편경도 긴 기역자(¬) 형태의 아래 부분을 쳐야 본연의 정확한 음을 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2012년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편종·편경) 보유자로 인정된 김현곤 선생은 궁중의례 시 아악의 장엄함을 보이는 편종·편경을 제작할 수 있는 유일한 장인으로, 편종·편경 제작 시 <악학궤범>의 내용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편경과 편종을 비롯해 우리의 악기의 실제 모습은 국립국악원 안에 있는 악기 박물관에 가면 상세히 관찰하고 이해할 수 있다. 1년에 2회, 국립국악원의 종묘제례악 공연 또한 편종의 실제 모습과 음색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편경과 편종까지 갖추고 홍주의(붉은 색의 궁중 연주복)를 입은 장엄한 우리 국악의 연주에도 귀를 기울여 보자.

글 이선용(문화칼럼니스트sunny658@hanmail.net) 사진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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