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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의 킨포크식 라이프스타일
이효리의 킨포크식 라이프스타일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5.01.17 0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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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뜨거운 아이콘

 

30대 중반, 무려 먼 곳 제주로 터전을 옮긴 이효리의 이야기가 점점 더 색달라진다. 풋풋한 데뷔 초 그룹으로 활동했음에도 ‘효리처럼 예뻐지자’ 같은 대형 팬카페를 가졌을 만큼 그 영향력은 전무후무했지만 동시대 어떤 엔터테이너가 이보다 ‘여전히 잘나갈’ 수 있을까. 그녀의 취향과 조금 달라진 스타일이 또 화제다. 참 남다른 슈퍼스타 이효리의 ‘킨포크식’ 겨울.

사진 이효리 블로그

제주도로 이사를 하고 조금 덜 바쁘게, 예전과는 약간 다른 삶을 배우자와 함께 지내고 있는 이효리의 근황에 대한 관심은 아직도 끊이질 않는다. 방송을 아예 접지도 않았고 포털 블로그를 통해 소소한 일상들을 자주 올리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서른을 훌쩍 넘긴 이효리의 가치와 생활은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결코 그렇지 않은 아우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낭만적인 말, 킨포크와 이효리

 

참 재미있는 비유다. ‘이효리의 킨포크 라이프’. 모두에게 익숙하지는 않은 ‘킨포크’는 누군가의 이름도 아니고 딱 떨어지는 개념이라고 볼 수도 없다. 킨포크는 ‘간소한 삶’을 테마로 한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매거진의 이름이다.
<KINFOLK>는 ‘단순하고 간소한 삶, 함께 나누는 식사’의 의미를 현대적 관점으로 다시 바라보고 특유의 감성을 가미해 미국, 유럽, 호주와 러시아를 비롯해 우리나라까지 많은 이들에게 조용한 공감을 얻으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 잡지는 작가, 사진작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모인 커뮤니티가 주체가 돼 소규모의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킨포크의 의미를 확장시키고 그 정신을 널리 알려오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이 책은 아주 느린 템포를 지니고 있으며 여백과 개성이 넘친다. 몇 안 되는 사람들이 아주 긴밀하게 무언가를 함께 나누어먹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사진과 글로 담고 있다. 아마 이효리가, 그녀의 블로그가 킨포크로 연결된 것은 서툴지만 소박하고 정감 있는 직접 차린 밥상의 이미지가 <킨포크 테이블>의 한 페이지를 연상케 하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에 터를 잡은 새 이름 ‘소길댁’처럼 그곳에서의 이효리는 물들 듯 자연 친화적인 사람이 돼간다. 마당이 있는 넓은 집엔 강아지와 고양이들도 자유롭게 뛰놀고, 채식을 시작한 것이 꽤 오래된 그들의 식탁은 싱싱하고 푸르다. 빠른 것에서 느린 것으로, 복잡한 것을 벗어나 단순한 쪽으로 이동해가며 따뜻한 감성을 함께 나누는 삶의 가치에 그녀는 푹 젖어든 것 같다.
굳이 ‘킨포크 식’을 표방해 살고 있다기보다 지금 이효리의 모습은 스스로에게 아주 만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더 돋보인다. 함께 지내는 모카, 순심이, 미미, 순이 등을 비롯한 동물들에 대한 애정은 이효리가 오래 전부터 쌓아온 신념에 가까운 것이었다. 먹는 것이 달라지고 생각하는 것, 선택하는 것이 달라질 수 있었던 계기는 적지 않은 하나의 충격으로부터 비롯됐다.
천성적인 채식주의자도 경력이 꽤 있는 동물보호 활동가도 아니었지만 이효리는 자신이 옳다고 여기기 시작한 것들에 마음을 바치는 순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누군가를 초대하고 손으로 하는 일들을 배우며 깊은 휴식을 취하는, 전과는 전혀 달라진 일상들을 꼬박꼬박 기록해내며 제주에서의 두 번째 월동준비를 기꺼이 모두와 공유하고 있었다.

‘모든 것들과 함께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예민하게 다듬거나 각을 계산하지 않은 풍경, 일과를 담은 수수하고 큼지막한 사진들은 소길댁 블로그의 백미다. 찍어뒀던 사진을 보며 가만가만 읊조리듯 써내려간 일기를 읽다보면 크고 작은 농사와 집밥의 과업들이 주는 행복이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진다.
혼자 살기에는 지나치게 큰 평수의 아파트,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지내던 몇 년 전의 ‘이효리 집’은 리얼다큐 형식으로 여러 대의 카메라를 통해 오랫동안 공개됐었다. 늦은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피곤한 몸을 겨우 깨워 들어선 썰렁해 보이는 주방, 냉장고 안을 보며 난감해했던 이효리의 모습은 그 당시에는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었다. 일에 치이고 쫓기듯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해내야 했던 때였으니까.
우리가 지금의 이효리에게서 산뜻한 활력과 변화의 에너지를 느끼는 것은 비단 제주의 청명한 공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 더 이상 거추장스러운 장식을 걸치지 않고 모든 것의 속도를 줄이고 순간을 즐기며, 땅에서 나는 고마운 것들을 바라볼 줄 알게 된 사람만의 비밀스러운 편안함을 누군들 선망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효리가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올해 첫 번 째 월동 준비는 영귤 담그기. 진한 초록의 영귤들을 씻어내고 유리병에 잘라 넣는 사진의 배경에는 아기자기한 토기며 소품들이 빼곡하고 책과 물건들도 그저 있기 편한 곳에 멋 부리지 않은 채 놓여 있다.
가을이 여물 즈음에는 두 사람이 기대하지 않은 콩이 수북이 열려 기쁘게 수확했다는 포스트가 올라왔다. 감격어린 소길댁의 밥상에 오른 콩밥과 채소, 된장국이 함께.

‘모든 것들과 함께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라며’

이효리가 출간한 순심이 이야기, <가까이>의 뒤표지에 적힌 말이다. 그녀는 이미 오래 전부터 긴 슬럼프를 지나던 시간들과, 가까이에서 위로가 돼 줬던 버려진 동물들을 위해 무작정 용기를 내기로 결심한 날들을 끌어안고 가까운 훗날-그러니까 지금의 행복으로 달려올 준비를 쉼 없이 해왔다.
천으로 만든 모자와 가방, 화장하지 않은 말간 얼굴과 낙낙한 옷매무새의 이효리는 어떤 시절보다 아름다워 보인다. 우리들의 관심도 이효리가 무엇을 입고 어떤 컬러를 고르는가에서, 그녀가 무엇을 심고 요리하며 어떤 사람들을 만나는가로 천천히 바뀌고 있다.
변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이효리를 따라해보고 싶다는 열망. 소길댁의 겨울 제주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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