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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를 찾아줘’를 통해 살펴본 정당방위의 문제
영화 ‘나를 찾아줘’를 통해 살펴본 정당방위의 문제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5.01.25 2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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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를 찾아줘>는 150분이라는 매우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웰 메이드 스릴러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꽤나 흥행에 성공한 모습이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주인공인 닉(벤 애플렉 분)과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 분)는 겉으로 보기에는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완벽한 커플이다. 그러나 그들 부부 사이에는 갈등의 골이 깊어져 가고 있었으며 결정적으로 닉이 나이 어린 여자와 외도를 하면서 사실상 부부관계는 파탄으로 치닫게 된다.
결혼 5주년 기념일 아침, 에이미는 갑자기 흔적도 없이 실종되었는데 닉이 에이미를 살해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 증거들이 속속 발견된다. 그러나, 이는 닉에 대한 복수심으로 인해 에이미가 모두 꾸민 일이었으며 에이미는 은둔생활을 하다가 과거의 연인이자 자신을 변함없이 사랑하는 콜린스(닐 패트릭 해리스 분)에 몸을 의탁한다.
콜린스의 별장에 기거하던 에이미는 TV쇼프로에 출연하여 자신은 여전히 에이미를 사랑하며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하는 닉의 모습을 보고 다시 닉에게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는다.
에이미는 콜린스의 별장 곳곳에 설치되어 있는 CCTV를 이용하여 마치 콜린스가 자신을 납치하여 감금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고 아무 죄 없는 콜린스를 살해하되 콜린스로부터 강간을 당하는 도중에 정당방위로 콜린스를 살해한 것처럼 일을 꾸미고 닉에게 돌아온다.
만약 우리나라였다면 콜린스를 살해한 에이미에게 정당방위가 인정될 수 있었을까.

1. 에이미에게 정당방위가 인정될까?

형법 제21조 제1항에서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따르면 정당방위 인정요건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1)현재의 부당한 침해 (2)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 (3)상당한 이유가 그것이다.
에이미가 계획적으로 살인을 했음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현재의 상황만 놓고 본다면 위 요건들을 모두 충족하여 정당방위가 인정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무에서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사례를 찾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형법상의 정당방위 규정은 법률가들 사이에서는 사문화(死文化) 되었다고 평가받고 있는데 즉, 규정은 존재하되 마치 죽어 있는 것처럼 실제 적용 사례를 찾을 수가 없다는 의미이다.
이는 정당방위의 요건 중 ‘상당한 이유’를 지나치게 엄격하게 해석·적용한 결과로서 자신의 법익에 대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라 할지라도 가해자의 법익을 침해하는 것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2. 그렇다면 에이미는 어떻게 처벌될까

형법 제21조 제2항에서는 “방위 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이를 과잉방위라고 한다. 과잉방위는 정당방위와는 달리 엄연히 본래 성립하는 죄의 유죄를 인정하겠다는 것이며 다만 임의적으로 형을 감면할 수 있을 뿐이다. 에이미는 살인죄로 처벌받을 것이지만 과잉방위 규정이 적용되어 형이 감경될 것(면제는 실무상 적용례가 없음)이므로 중하게 처벌받지는 않을 것이다.

3. 최근 정당방위 논쟁에 대한 의견

최근 ‘도둑 뇌사사건’으로 인해 정당방위 인정범위를 놓고 찬반양론이 뜨겁다. 이로 인해 최근 입법개정 논의가 활발한데 우리나라 형법은 독일의 형법을 계수한 것으로 그 형식과 내용이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차이가 거의 없는 정당방위 관련규정을 가지고 있는 독일에서는 정당방위가 폭넓게 인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정당방위의 적용례가 거의 없는 것은 입법의 문제가 아니라 이를 해석·적용하는 사법부의 의지로 인한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입법을 통하여 해결할 문제가 아니나 ‘사법부의 독립’이라는 이념 때문에 법원에 정당방위 적용례를 넓히기를 강제할 수 없을 뿐이다.`

 
글 강신범 변호사

2004년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 2005년 2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북부지방법원 소속 국선전담변호사 등을 거치면서 1천500건 이상의 소송을 수행하였고, 현재는 법무법인 청람에서 구성원변호사로 재직 중.
문의 02-596-9002  이메일 volkisada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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