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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최태원 회장 차녀 최민정, 소위로 임관하던 날
SK 최태원 회장 차녀 최민정, 소위로 임관하던 날
  • 권지혜 기자
  • 승인 2015.01.28 0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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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딸’ 버리고 ‘해군 장교’ 계급장 달다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둘째 딸 민정 씨가 지난 11월 26일 해군 신임 소위로 임관했다. 평균 6.02대 1(남자 5.5대 1, 여자 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지난 9월 22일 해군사관 후보생으로 입교한 민정 씨는 11주 동안 강도 높은 군사훈련을 받았다. 민정 씨는 극한의 훈련에서도 중대장을 지원하면서 동기생들을 잘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웬만큼 집안 배경만 있어도 서로 군대에 가지 않으려는 세대에 민정 씨의 임관은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사진_ YTN 뉴스 캡처

“기왕이면 제일 힘든 곳에서 하겠습니다.”

지난 9월 15일 제 117기 해군사관후보생 입영식을 치룬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차녀인 최민정 씨가 11주에 걸친 체력, 정훈, 전투 수영, 제식, 긴급 상황 조치 등 5개 과목에 대한 강도 높은 훈련을 마치고 지난 11월 26일 임관식을 가졌다. 민정 씨의 나이는 올해 23살이다. 그녀는 옷깃에 머리카락이 닿으면 안 되는 해군사관학교의 규정에 맞추기 위해 과감하게 긴 생머리를 짧게 잘랐다. 그녀가 지원한 병과는 해군에서도 가장 힘들기로 유명한 ‘함선 승선 장교’이다.

특권의식 버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현

‘노블리스 오블리주’란 프랑스어로 ‘고귀한 신분’이라는 노블레스와 ‘책임이 있다’는 오블리주가 더해진 프랑스의 격언으로, ‘고귀한 신분에 따르는 도덕적 의무와 책임’을 뜻한다. 사회 고위층 인사들이 가진 특권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르고 그럴수록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현 세태는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회 고위층의 부동산 투기, 불법증여 및 탈세, 병역면제, 이중국적, 논문표절, 과거 전력 등 여러 의혹들이 난무하다. 가끔 나타나는 그들의 비뚤어진 특권의식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그런 가운데 보통 재벌가 자제들처럼 어린 나이에 고위 임원직에 올라 경영수업을 받고 부모의 가업을 이어 편하게 호의호식할 수 있는 민정 씨가 군 입대를 자원한 사실은 재계는 물론 국민들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대한민국은 병역의 의무를 가진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고위층 자제들이 입대하는 일은 흔치 않다. 병역 기피로 도피유학을 가는 사례는 비단 재벌가뿐만은 아니다. 점점 병역을 거부하고 미루는 풍토가 만연한 가운데 재벌가의 자제, 게다가 여자가 군 입대를 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의 재벌가 딸들의 행보를 보면 사업에 크게 관여를 하거나 자발적으로 무언가를 이루는 것은 보기 어렵다. 대체로 갤러리와 같은 부수적인 사업을 물려받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앞에 나서기보다는 한 발 물러서 있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민정 씨는 어려서부터 적극적이고 자립심이 강했다.
한 매체에 따르면 “대학 진학 후에는 금전적으로도 집에 손을 벌리지 않았다”고 그녀의 어머니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말했다고 한다. 이렇게 패기 넘치는 민정 씨가 해군에 입대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이 마음속 응원을 보냈으리라고 추측되는 일면이다.
민정 씨가 소위로 임관하던 날, 임관식에 참석한 어머니 노소영 관장은 씩씩한 목소리로 경례를 올리는 딸을 자랑스럽고 흐뭇하게 바라보며 안아주었다. 이날 임관식에는 수감 중인 최태원 회장을 대신해 외삼촌인 노재헌 변호사가 누나 노소영 관장과 함께 나와 조카의 소위 임관을 축하해 주어 눈길을 모았다.

영국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의 리더십에 영향 받아

민정 씨의 이러한 행보는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이 아닌 걸로 보인다. 중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민정 씨는 베이징대학 재학 시절 자신의 학비조차도 장학금이나 아르바이트를 해 스스로 해결했다고 알려졌으며, 고등학교 재학시절에는 한·중 문화교류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하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비정부기구(NGO)를 만들어 활동했다.
그녀가 해군에 자원하게 된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평소 영국 탐험가인 어니스트 섀클턴의 리더십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해군 관계자에 따르면, 면접시험 때 “남극을 탐험한 섀클턴의 도전 정신과 좌초 위기를 돌파한 리더십에 감동을 받아 해군에 지원했다”고 밝혔다고 한다.
영국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은 항해사 출신으로 1914년 대원 27명과 함께 인듀어런스 호를 타고 남극횡단에 도전했다. 그러다 배가 떠다니는 빙산에 갇혀 630일이 넘게 고립되어 있었으나 섀클턴의 훌륭한 리더십과 집념으로 27명의 대원 모두 무사히 귀환할 수 있었다.
민정 씨는 이런 섀클턴의 리더십을 본받아 자신 역시 그러한 통솔력과 집념을 갖추고자 해군에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훌륭한 여성 지도자로 거듭나기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한 매체에서 다룬 해군 관계자와 동기들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11주 동안 재벌가의 딸답지 않은 털털한 모습으로 훈련에 임했으며 “몸이 불편한 여군 동기생들을 도와주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며 “최 소위의 희생정신과 훈련에 참여하려는 의지를 높게 평가할 정도로 적극적이고 도전정신이 강한 생도였다”고 전했다. 또, “해병대 전지훈련을 받을 때 소대 대항 이어달리기와 전투수영 경기에서 대표로 출전해 꼴찌였던 순위를 3위까지 끌어올려 동기생의 환호를 받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불미스러웠던 사건으로 인한 이미지를 쇄신시키기 위해 해군 자원입대를 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입소에서 임관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보면 그녀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는 여론이 강하다. 군인은 강인한 정신력과 체력을 요한다. 신체 건장한 남자들도 군 생활을 하면 앓는 소리가 나온다. 신체 조건이 불리한 여자로서 고된 훈련과 군 생활을 한다는 것은 본인의 의지가 뚜렷하지 않고서는 견디기 힘들다.
민정 씨는 12월 1일부터 시작된 함정병과 초등군사반 보수교육은 해군교육사령부에서 14주간 이루어진다. 그 후 병과에 따라 1주에서 6주 간 보직 전 교육을 추가로 받은 뒤 내년 4월 정식으로 함정에 배치 받아 실제 근무를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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