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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전에 챙기지 못해 후회되는 것
은퇴 전에 챙기지 못해 후회되는 것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5.01.28 14: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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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이상 중년 분들께 지금 고민하는 것이 뭐냐고 물어보면 경제적인 어려움에 대한 고민도 많지만, “나를 찾고 싶다” 는 고백을 자주 듣게 된다. 박노해의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인생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나는 너무 서둘러 여기까지 왔다
여행자가 아닌 심부름꾼처럼
…(중간생략)
나는 너무 빨리 서둘러 왔다
나는 삶을 지나쳐 왔다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 박노해, ‘나는 나를 지나쳐 왔다’,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中

중년에 접어들어 은퇴하고 나면 지나간 세월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고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나 곱씹게 된다. 지금 나는 무엇에 의미를 느끼며 살고 있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새삼 묻게 된다. 막상 은퇴하고 보니 미리 챙기지 못해 아쉬운 것들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은퇴 전 미리 못 챙겨서 후회되는 것’을 물었더니...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서는 최근 50세 이상 은퇴자 93명을 대상으로 은퇴 전에 미리 챙기지 못해 지금 가장 후회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건강과 관련해서는 운동으로 체력을 다지지 못한 것을 가장 후회했고,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익히지 못한 것도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치아 관리에 소홀한 것도 후회하는 경향이 있는데 치아는 음식을 씹으면서 뇌신경 활동을 돕기 때문에 장수(長壽)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돈과 생활 관련해서는 노후에 쓸 여유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는 답이 가장 많았고, 일과 인간관계에 대해서는 평생 즐길 취미를 만들어 놓지 않은 것,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답이 비교적 많았다.
남성 은퇴자들은 여자들에 비해 자주 웃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는 답이 많았고, 여성 은퇴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피부 관리에 소홀했던 것을 후회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인생 100세 시대의 젊은 중년들이 웃는 인상과 피부를 잘 가꿔 젊게 살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것을 반영하는 결과다.
여성 은퇴자들은 치매예방을 위해 두뇌활동을 많이 하지 않은 것, 간식을 절제하지 않은 것, 영양식품을 고루 섭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 후회하는 것이 많은 편인데 남자들은 특히 자녀, 배우자, 부모, 형제자매 등 가족과 대화가 부족했던 것에 대해 더 많이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외 있을 만한 곳을 만들어 두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도 큰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남자들이 회사형 인간으로 살면서 직장과 일 이외의 것들에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은퇴 후 생활에 적응하는 데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재 삶에서 가장 의미있는 것은 ‘건강’

한편, 20세 이상 성인 1천726명에게 현재 삶에서 가장 의미 있게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물어봤는데 은퇴 여부에 상관없이 ‘건강’이라는 답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여자들은 자녀들에게서 삶의 의미를 느끼는 경향이 강한 반면, 남자들은 배우자(또는 연인)에 대한 애착이 높은 편이었다.
연령이 높을수록 건강을 의미 있게 생각하는 편이고, 40대는 자녀, 30대는 배우자, 20대는 부모님에 대한 애착이 강했다. 자녀에게서 삶의 의미를 느낀다는 응답은 40대에서 가장 높다가 50대 이상이 되면 절반 이상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20대 자녀들은 학업, 취업준비 등으로 인해 부모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기 전이므로 부모에게 많이 의지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50대 이상 부모들이 자녀보다는 건강, 배우자에게서 삶의 의미를 많이 느끼면서도 자녀들에게 쓰이는 지출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이번 조사에서 은퇴자들에게 은퇴 후 뜻밖에 큰 지출을 경험한 것이 무엇이었냐고 물었는데, 자녀를 위한 양육비용 또는 결혼비용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일본의 한 경제전문지에서도 2012년에 유사한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일본 은퇴자들은 뜻밖의 큰 지출로 집 리모델링 비용을 1순위로 꼽았고 이어 의료비 순이었다. 가까운 일본에 비해서도 우리나라 은퇴자들이 자녀에게 과도한 지출을 하고 있고 이로 인해 자신의 노후가 불안하다고 느끼고 있다.
은퇴 후 삶은 인생의 황금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에 비로소 인생의 참 맛을 느끼고 어떻게 사는 것이 의미 있는 삶인가 깨닫게 된다. 은퇴 후에는 배우자 혹은 친구들과 함께 건강하게 적당히 일하며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 미리 노후를 위한 준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한데 경제적인 여력만 갖춘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돈이 많아도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은퇴 후 시간을 어떻게 가치 있게 보낼 것인지, 나답게 살 것인지 스스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현재 삶의 우선 순위들을 잘 점검해서 후회 없는 노년기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하자.발문)
“여성 은퇴자들은 치매예방을 위해 두뇌활동을 많이 하지 않은 것, 간식을 절제하지 않은 것, 영양식품을 고루 섭취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로 남자들이 여자들에 비해 후회하는 것이 많은 편인데 남자들은 특히 자녀, 배우자, 부모, 형제자매 등 가족과 대화가 부족했던 것에 대해 더 많이 후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 외 있을 만한 곳을 만들어 두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도 큰 것으로 조사되었다.”

 
글 박지숭(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사회복지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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