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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담은 보석, 칠보
행운을 담은 보석, 칠보
  • 김이연 기자
  • 승인 2015.02.21 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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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얼리 토크

 

‘일곱 가지 보배’라는 의미를 지닌 행운의 보석 ‘칠보’. 아름답고 귀한 색상의 물건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공예기법으로, 보석처럼 다채로운 빛깔을 지녀 예부터 보석의 일종으로 여겨졌다. 행운을 품은 보석 칠보를 떠올리며 새해 희망을 그려 보자.

진행 김이연 기자|사진 양우영 기자|글 이영미(주얼리 디자이너)

2015 을미(乙未)년 새해는 그 어느 때보다 희망과 용기가 필요한 때다. 지쳐 있는 마음을 회복시키고 밝은 변화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를 줄 수 있는 칠보 는 행운을 품은 보석으로, 정초의 새 희망을 이야기한다.
칠보는 금·은·구리 금속 위에 유약(釉藥)으로 그림을 그려 바르고, 700~900도의 고온의 가마에서 녹여 접합시키는 공예기법으로 보석처럼 빛의 굴절이 뛰어나 빛깔이 곱고 광택이 뛰어나며, 색이 변하지 않아 오래 전부터 보석의 일종으로 불려왔다.?
칠보 유약은 유리질인 규석(硅石)이 주성분이며, 잘 용해될 수 있도록 소다·붕사·가성칼리  등을 혼합하여 만들고, 각종 금속산화물을 첨가하면서 색을 낸다.
부식을 방지하고 강도를 더해주어 마치 일곱 가지 보물과 같은 색상이 난다 하여 이름 붙여진 ‘칠보’는 재료의 배합과 유약을 바르는 두께의 정도, 구워 내는 온도의 변화만으로 발색(發色)도 상당히 자유롭고 아름다운 광택을 얻을 수 있다.
유약의 재료와 근본적인 기술에서 칠보와 같은 유럽의 에마유(?mail), 영어 표현으로 에나멜(enamel)은 유럽 특유의 다양한 색깔과 독특한 기법을 개발하여 화려한 색채 예술로 발전하면서 장신구, 담뱃갑, 향수병, 칠보화(七寶畵), 성물, 도자 테이블 용품과 벽화 제작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표현되었다. 또한 유럽의 유리공예와 더불어 여러 세기에 걸쳐 광범위하게 발달하고, 중국·일본 등에도 전해져 화려하고 창의적인 세공 기법이 개발되었다.
칠보는 옛날 우리나라에서는 ‘파란’이라고도 불렸는데, 우리나라의 ‘파란’은 삼국 시대의 금으로 만든 장신구에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가루를 빻아 올려 약 500℃ 이하에서 구운 불투명한 파란색에서 기인했다.
조선 시대에 이르러 황색(짙은 노랑), 검정과 남색의 중간색인 감색(紺色), 파란색과 초록색의 중간색인 벽색(碧色), 보라색 계열의 가지색(紫色) 네 가지 색깔로 발전하였고 주로 보석의 대용품으로 장신구를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
칠보의 바탕 금속으로는 고온에 잘 견딜 수 있는 적동(赤銅)을 쓰는 것이 보통이나 금, 은, 단동(丹銅), 순동(純銅), 철, 알루미늄, 스테인레스, 점토, 도기, 유리 등 다양하게 사용되며 유약과 바탕 금속의 열팽창이 잘 맞는 것을 선택하고 유약을 입히는 두께, 입자 크기, 금속 두께에 따라 온도 조절 등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한다.
금속의 표면에 유약을 부착하는 칠보의 제작기법은 매우 다양하며 기법에 따라 각기 다른 효과를 나타낸다. 칠보는 평면 또는 입체물 등 어디에나 표현할 수 있다. 작은 주걱이나 붓으로 유약을 바르는 기법과 고운 망으로 된 체로 가루를 뿌리는 기법 외에 다양한 도구와 재질을 활용하여 효과적인 기법을 하나의 작품 위에 여러 가지로 연출해낼 수 있고, 바탕 재료의 성질과 유약의 특성을 활용하여 얼마든지 새로운 방법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는 금속선을 붙여 문양의 칸을 만들고 서로 다른 색을 채워 넣어 굽는 유선칠보는 금 장신구에 많이 쓰이며, 유약으로 그림을 그리듯 제작하는 무선칠보는 색의 경계가 서로 합쳐지며 추상적인 회화가 가능하며, 판금을 찍어서 제작하는 등 매우 다양하다. 유약 과립(顆粒)의 크기에 따라 미세한 것과 거친 것으로 나뉘며, 투명도에 따라 불투명 ·반투명 ·투명으로 나뉜다.
칠보 예술의 완성은 굽는 기술에 달렸다. 한번에서 많게는 수회에 걸쳐 구우면서 원하는 무늬와 색을 얻으며 유약의 열팽창률, 수축률, 융점 등의 특성을 잘 활용하여 색채를 다채롭고 오묘하게 표현하여 조화롭고 아름다운 광채를 만들어내는 창작 예술이다.
요즘에는 용융과정을 볼 수 있도록 투명 창이 달리고, 온도 조절기가 부착된 작은 전기로(電氣爐)가 개발되어 공방에서 누구나 쉽게 체험할 수 있다.
다만 유약이 인체에 유해한 점을 감안하여 보관 및 관리에 유의하고, 금속 표면의 세척 및 작업 준비를 잘하여 아름다운 색을 표현하고 균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한다면 오래 두어도 변하지 않는 의미 있는 작품을 스스로 제작할 수 있다.
금, 은, 백금 등의 귀금속 위에 길상 문양(吉祥文樣)을 얹고 투명유약을 넣은 전통 장신구는 매우 격조 높고 아름다워서 예부터 우리 선조들의 사랑을 끊임없이 받아 왔다.

(사진설명)
한 쌍의 황금 원앙이 좋은 의미를 담은 전통문양에 활력 넘치는 청·홍의 기운을 가득 날개에 품어 가족 간의 화목과 안정, 사랑의 기운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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