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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에서 온 네 여자 ‘전설의 마녀들’
교도소에서 온 네 여자 ‘전설의 마녀들’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5.02.21 2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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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들의 유쾌한 한 방

<전설의 마녀>. 이 골 때리는 조합을 뭐라 표현하면 좋을까. 어쩌면 한국판 <밴디트>라는 표현이 어울릴 수도 있겠다. 교도소에서 만난, 억울한 여인들의 의기투합 이야기. 울분 터지는 사연들과 통쾌한 복수극을 보는 재미. 마녀들의 유쾌한 한 방이 매회 기대된다.

취재 이윤지 기자 사진 MBC 제공

바야흐로 ‘드라마 열풍’. TV를 켜기만 하면 연속극이다. 인물들도 새롭고 이야깃거리도 제각각, 그 중에서도 <전설의 마녀>는 아주 분명한 구석이 있다. 저마다 억울하고 아픈 사연을 갖고 교도소에 수감된 네 여자의 통쾌한 ‘전설(?雪, 설욕)’을 그린 이 드라마는 어른들을 위한 한 편의 동화를 표방한다.

억울한 네 여자의 요절복통 설욕전 

<백년의 유산>에서 호흡을 맞췄던 구현숙 작가와 주성우 PD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작품으로 하반기 방영에 더욱 기대를 모은 <전설의 마녀>는 살인, 주가조작, 사기, 살인 미수 등 다양한 죄목으로 한국 여자교도소 2층 10번방에 수감된 네 명의 수형자 이야기로, 이들이 교도소에서 배운 제빵 기술로 빵집을 차려 재벌기업과 경쟁하게 되는 사연을 담고 있다.
여주인공인 네 마녀는 한지혜-고두심-오현경-하연수. 첫 만남부터 ‘진짜 교도소’,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이뤄졌다. 제작진들 또한 청주여자교도소에서 소도구, 의상, 세트 등 디테일한 부분들을 자문받고 있다.
교도소 내부 촬영은 다큐멘터리 촬영 이외에는 허가가 좀처럼 나지 않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법무부 교정본부 관계자는 이번 사례에 대해 “교정본부는 수형자에게 교육, 교화활동 및 직업훈련 등을 실시하여 출소 후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각종 사회복귀 프로그램 정책을 수립하는 곳이다. 네 명의 마녀가 교도소 내 직업 훈련원에서 배운 베이커리 기술을 가지고 창업하는 드라마 콘셉트가 교정본부가 지향하는 바라, 특별히 촬영 장소로 제공하게 됐다.”고 전했다.
메인 포스터에서 볼 수 있는 서로에게 기대며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은 최근 영화?드라마의 주요 트렌드로 급부상한 ‘워맨스’(Woman과 Romance의 합성어로, 여성들의 진한 우정과 유대 관계를 의미)를 예고한다. 
연출을 맡은 주성우PD는 “이 드라마는 <백년의 유산> 촬영 중 박원숙 씨가 감옥에 가는 장면을 찍고 난 후 ‘여자가 감옥에 가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과 ‘재벌 세계에서 후계자 다툼으로 치열한 가운데 순진한 한 여자가 놓여 있다면?’ 하는 작가의 두 가지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드라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세상을 향한 당찬 설욕전’은 어떻게, 얼마나 진행됐을까. 첫 방송, 문수인(한지혜 분)가 횡령배임 협의로 한국여자교도소에 수감되는 장면이 그려졌다. 문수인은 재벌가 장남인 남편 마도현(고주원 분)이 죽은 후 집안에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이후 횡령배임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된 문수인은 심복녀(고두심 분), 손풍금(오현경 분), 서미오(하연수 분)와 만난다.  뒤늦게 등장한 수인은 호된 신고식을 치르게 되지만 네 사람은 곧 서로의 처지를 알게 되면서 끈끈한 정으로 묶인다.
공감과 동정 속에서 힘을 합치는 과정은 자주 봐 왔던 순서이지만 네 사람 각각의 뚜렷한 히스토리와 시청자들도 공감할 만한 ‘억울함’의 코드가 버무려지면서 극은 특별한 재미를 선사한다.막 출소한 마녀들의 생활백서
특히 14회부터 그려진 일명 ‘마녀생활백서’는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짠하게 마음에 다가오며 주인공들의 진한 우정을 돋보이게 했다. 교도소를 나오고부터 ‘마녀’ 딱지가 붙은 여자들이 사회에 정착하기 위한 과정은 험난한 여정일 터, 막 출소한 4명의 마녀들은 친 동기간처럼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며 사랑과 일, 성공을 향해 나아간다.
이제 막 와플 트럭으로 창업을 했지만 단속반에 걸려 트럭을 옮기고 이틀 동안 번 돈을 벌금으로 날리게 되는 수인(한지혜 분)의 상황은 고단하고 팍팍한 현실을 드러낸다. 서로의 신분을 속인 채 만남을 이어갔던 풍금(오현경 분)과 월한(이종원 분)은 고시원비 인상 반대 집회 장소에서 딱 마주치고 경악을 금치 못하기도 한다.
반지를 내놓으라는 월한의 말에 풍금은 “13만원짜리 짝퉁 다이아? 하기야 사람이 짝퉁인데...”라며 반지를 내던진다. 포장마차에서 마신 깡소주 역시 1500원씩 더치페이를 하고 서로를 노려본 뒤 헤어진다. 비록 풍금은 사기 전과가 있는 인물이긴 하지만, 본인이 사기를 당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
미오(하연수 분)는 앵란(전인화 분)으로부터 도진(도상우 분)의 약혼 소식과, 그 옆에 얼씬거리지 말라는 경고를 듣는다. 미오는 수인의 트럭을 찾아가 “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다른 여자랑 약혼식을 한다고 하니까... 마음이 왜 이렇게 아픈지 모르겠어요.” 하며 참았던 울음을 흘린다. 시련은 쉬이 끝나지가 않는다.
네 명의 마녀들이 와플 트럭에서 각자의 역할 분담으로 새 출발을 다짐할 즈음, 깡패들과 한바탕 난투를 벌이게 되는데, 이들의 대처법은 보통과는 다르다. 네 사람은 동네 깡패들이 나타나 자릿세를 요구하자, 소중한 일터이자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장렬히 맞서 싸운다.  일반 드라마의 여주인공들이라면 “왜 이러시는 거예요? 이러지 마세요!”라며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흘릴지도 모를 상황. “우리가 누군지 알아?! 한국여자교도소 10번방 동기생들이야!” 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기 센’ 언니들의 저력을 과시하기 시작, 살벌한 육탄전은 물론이고 쟁반?물통?마대걸레 등 일상 생활용품까지 모두 동원해 깡패들에게 제대로 매운 맛을 보여준다.
추억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법한 날들이 한참 지나고, 마침내 네 사람은 문제의 진원지 마씨네 일가를 습격하게 된다. 이제 갓 교도소 문을 나온 마녀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진짜 가족보다 더 진한 가족애를 발휘한다. 특히 ‘마녀들의 마씨일가 습격사건’은 처음으로 주요 출연자들이 한 자리에 모인, 한 치 양보할 수 없는 팽팽한 대결이다.

 

세상의 끝에서 만난 마녀 4인방

<전설의 마녀> 첫 번째 마녀 ‘문수인’은 <금 나와라 뚝딱!>(2013년)에서 극명하게 다른 1인 2역 연기로 야누스적인 매력을 발산, 안방극장을 뒤흔들었던 ‘주말 퀸’ 한지혜가 연기한다. 문수인은 고아 출신이지만 신화그룹의 맏며느리로 운명을 딛고 일어선 전설의 여인. 하지만 수인의 남편이자 신화그룹 첫째아들 마도현이 죽자, 마회장의 계략으로 교도소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호흡을 맞출 남자 주인공 ‘남우석’(하석진 분)은 전 부인과 사별한 뒤 딸 별이와 함께 살아가는 싱글 파파이자 호텔 셰프이다. 장인의 권유로 교도소를 방문해 수형자들에게 제과제빵 기술을 가르치다, 수인과 만나게 되면서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두 번째 마녀 ‘심복녀’역은 드라마와 영화, 연극 등 다양한 분야에서 캐릭터 내면의 굳은 심지를 깊이 있는 연기로 표출하는 배우 고두심이 맡았다. 심복녀는 한국 여자교도소 10번방 방장으로 남편과 아들의 살인 누명을 쓰고 수감된다. 세상에 더할 나위 없이 착하고 여리며 어렵고 힘든 처지에 있는 수형자들을 조용히 도와주는 캐릭터.
세 번째 마녀 ‘손풍금’은 팔색조 연기자 오현경이 맡았다. 오현경은 10번방의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자 한국 여자교도소의 명물로, 사기전과가 화려하다. 과도한 S라인에 색기 넘치는 외모에 애교 섞인 콧소리로 일관하는 풍금은 입만 열었다 하면 육두문자와 음담패설이다. 산전수전 공중전 수중전까지 다 겪은 세상에 무서울 것도 거칠 것도 없는 캐릭터다.  <전설의 마녀>의 막내 마녀 ‘서미오’ 역에는 tvN ‘감자별’(2013), ‘몬스타’(2013) 등에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하연수가 낙점됐다. 하연수는 서미오 역으로 지상파에 처음 도전하며, 기존 연기와는 다른 캐릭터를 선보이고 있다. 서미오는 신화그룹 둘째 아들 마도진의 여자친구. 신인 모델로 활동하다가 살인미수 혐의를 받고 청주 여자 교도소 10번방의 막내로 복역하게 된 캐릭터이다.
이에 더해 히든카드, 김수미 캐릭터를 빼놓을 수 없다. 3회부터 자신의 본명인 ‘김영옥’ 캐릭터를 연기하는 김수미는 5번방 방장. 교도소에서는 ‘제일로 큰 조직의 넘버 원 부인’ ‘엄청나게 돈 많은 사채업자의 부인’이라는 등의 소문만 무성한 캐릭터로, 수감된 죄수들을 상으로 일명 ‘삥 뜯기’와 ‘일수 찍기’ 등을 서슴지 않는다. 법 없이도 살 법한 유순한 10번방 방장인 심복녀와 대립각을 세우는 캐릭터로 큰 웃음을 선사했다.
김수미의 등장은 처음부터 강렬함을 남겼다. 극중 영옥은 예닐곱 명의 수감자들을 벽에 일렬로 세워둔 채, 팔짱 끼고 건들거리며 협박했다. 손에 들고 있는 봉지를 흔들거리며 “야 이 무식한 것들아! 너네들은 ‘일수’라는 뜻이 뭔지도 모르냐? 일!수! 날마다 도장 찍는 거! 니들 머리통이 몇 갠데 달랑 두 봉지냐구우?” 하며 손찌검을 시작하려 한다.
고두심은 극중 대립각을 세워야 함에도 리허설 때부터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진땀을 뺐다는 후문이다. PD가 제작발표회에서 밝혔듯이 김수미의 등장은 ‘신의 한 수’가 되고 있다. ‘영옥’이라는 코믹한 인물은 교도소라는 다소 어둡고 낯선 공간적 배경에서 오는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하고, 네 명의 마녀들이 화해하고 화합하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낼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했다.
더불어, ‘복녀’와 ‘영옥’의 만남은 교도소에서의 우연한 만남이 아니라, 과거 인연까지 거슬러 올라가기에 속사정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드라마를 보는 재미가 배가 됐다.
마녀들의 로맨스는 어떨까. 특히 허세 커플로 만난 ‘탁월한’ 역의 이종원과 ‘손풍금’ 역의 오현경은 오랜 선후배답게 찰떡호흡을 자랑하며,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크고 작은 재미를 선사한다. 기 센 여자들의 때론 수줍은 모습 역시 이 드라마의 묘미다.
30대의 수인과 우석의 사랑은 ‘달달함’이다. 어린 시절 보육원에서 자랐고 일찍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는 공통점이 있는 두 사람은 ‘아픔’을 공유한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두 사람의 방산시장과 빛초롱 축제 청계천 데이트는 많은 시청자들이 기억하는 장면. 40대 중년의 사랑을 대표하는 풍금과 탁월한의 사랑은 ‘코믹함’이다.
세상 물정에 어둡지 않고, 돈을 좋아하는 속물근성을 지닌 두 사람은 서로의 신분을 속인 채 만난다.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슬아슬한 동거를 하며, 동몽을 꿈꾸는 두 사람의 정체가 탄로 나는 순간과 그 후폭풍은 안타까운 마음을 자극하면서도 웃음을 자아냈다.
반면 고두심과 박인환 커플은 조용히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는, 애틋한 노년의 사랑을 그려간다. 잔잔함이 묻어나는 황혼의 사랑이다. 레시피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복녀에게 “복녀씨 장합니다.”라며 최고라고 격려해주는 이문(박인환 분)의 모습은 어떤 고백보다 아름답다. 
방송 8회 만에 전국 시청률 20%(닐슨코리아 기준)를 훌쩍 넘어선 ‘마법 같은 이야기’, <전설의 마녀>. 특별하게 얽힌 인연들이 똘똘 뭉쳐 아픈 과거에서 빠져나오고자 애쓰는 과정과 더불어 쉽지 않은 도전을 함께 이어간다는 설정이 매회 주인공들을 응원하도록 만드는 힘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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