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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된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명예의 전당 된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 서효정
  • 승인 2015.05.25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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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것들의 가치를 부르다

 

음악은 마음의 위로고, 추억은 오늘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다. 고단한 삶에 치어 지쳐갈 때, 잊고 있던 그때 그 시절의 음악을 듣게 되노라면 왠지 모르게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함을 느끼게 되듯이 말이다. 매주 토요일 저녁,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를 보기 위해 많은 시청자들이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드는 것 역시 그때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늘을 위로받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취재 서효정 | 사진 KBS2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방송 캡처

“세대를 초월하는 감동이 실현되다”

KBS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이 방송을 시작한 지 햇수로 꼭 5년이 됐다. 매년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방송계에서 보기 드문 장수 프로그램으로 조용히 그러나 굳건히 자신만의 영역을 지켜가고 있는 것이다. 가요계 전설들의 음악,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말 그대로 ‘불후의 명곡’을 후배 가수들이 재해석해서 부르는 서바이벌 형식인 이 프로그램은 평균 약 10%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방송 초창기에는 출연진이 아이돌 가수에 국한됐었지만, 2~3년 전부터는 아이돌을 비롯해서 군데군데 숨어있던 젊은 층의 실력파 가수들이 출연하며 프로그램이 좀 더 진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로소 과거와 현재, 옛 것과 새 것을 아우르는 완전체가 된 <불후의 명곡>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시간여행도 더욱 풍성해졌다.

추억으로 희망을 찾다

조용필, 이선희, 양희은, 윤복희, 조영남 등 이름만 들어도 그 무게감이 느껴지는 굵직굵직한 가요계 거장들을 비롯해 지금은 고인이 된 작곡가 이봉조와 이영훈, 마이클 볼튼 같은 전설의 팝 가수까지 이들의 음악은 모두 <불후의 명곡>을 거쳐 갔다.
윤민수, 다비치, 조성모, 노브레인 등 셀 수 없이 많은 출연진들이 열창한 가요계 대 선배들의 노래는 무대와 관객석을 넘어 전국의 시청자들의 가슴을 두드리기에 충분했다. 사람들은 때론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때론 기립해서 열광하며 무대와 함께 호흡했다. 그렇게 음악에 따라 롤러코스터같이 오르내리는 감정에 흠뻑 젖어있다 보면 어느새 100분이 흘러간다.
남녀노소도 구별이 없다. 방송 중 한 번씩 화면에 잡히는 관객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청소년부터 노년층까지 전 세대가 같은 음악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또한 <불후의 명곡>만의 색다름이다. ‘세대를 초월하는 감동’이라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처럼 모두의 가슴을 훈훈하게 데운다.
관객들뿐만 아니라 출연진들의 연령대도 아이돌 가수부터 중견가수까지 꽤나 다양한 편인데, 여기에도 따뜻한 에피소드가 많다. 서바이벌 형식의 프로그램 특성상 후배 가수가 선배 가수보다 높은 점수를 얻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럴 때도 누구 하나 자존심을 세우는 이 없이 무대 자체를 즐기고 후배를 격려하는 분위기가 배어 있다.
일례로 프로그램을 연출한 권재영 피디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가수 조장혁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언급한 적이 있다. 조장혁은 실력파 가수로 ‘그대 떠나가도’, ‘체인지’, ‘LOVE’ 등 많은 히트곡이 있지만 최근 몇 년간은 활동이 뜸했었는데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며 다시금 화제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당시 권 피디는 불혹이 훌쩍 넘은 조장혁이 20대의 후배 가수들과 경합을 벌인다는 것에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오히려 조장혁이 프로그램에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가수를 그만두려고 하던 무렵 우연히 <불후의 명곡>에 출연하며 다시금 가수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이렇듯 <불후의 명곡>으로 재조명된 가수들이 꽤나 있다. 최근에 떠오르는 수혜자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가수 문명진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전까지 문명진이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마이클 볼튼 편에 출연, 마이클 볼튼 본인에게 직접 극찬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였다.
이후 11월에 방송된 故 유재하 편에서는 마침내 그 절정에 도달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가슴 뭉클한 무대를 선보였다. 그의 목소리로 재해석된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는 나지막했지만 깊게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특히 마지막 절정 부분에서 마이크를 바닥에 내려놓은 채, 오롯이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던 모습은 먹먹한 감동으로 오랜 여운을 남겼다. 결과는 당연히 우승이었다.
알리의 무대도 인상적이었다. 조영남 편에 출연한 그녀는 과감히 신발을 벗고 무대에 올라 마임으로 노래의 시작을 알렸고, 간주 중간에는 수화까지 하며 장애우들을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혼을 담은 듯한 멋진 춤까지, 알리의 열정에 관객들은 숨죽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깊은 전율을 느꼈다. 결국 그녀는 그날 447점을 획득해서 최고점수 경신의 역사에 또 한 페이지를 장식했고, 최다승을 8승으로 늘리는 기록도 세웠다.
이밖에도 정동하, 다비치, 손승연, 씨스타 효린 등 많은 실력파 가수들에게 <불후의 명곡>은 가수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확인시키는 계기를 주었다.

MC 5인방의 활약

프로그램이 좀 더 풍성해질 수 있도록 중심을 잘 잡아주는 역할의 MC들도 빼놓을 수 없다. 메인 MC인 신동엽을 필두로 정재형, 문희준, 윤민수, MC딩동은 가수들과 관객들의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한다. 출연진들의 긴장도 풀어주고, 관객들의 적절한 호응도 유도하며 프로그램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이는 단연 신동엽이다. 특유의 노련함과 남다른 센스로 가수들과 관객들을 함께 컨트롤한다. 신동엽의 유쾌한 입담은 더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전 국민이 잘 알고 있고, 오랜 방송생활로 터득한 노련미로 자칫 예민해질 수 있는 가수들을 능숙하게 다루는 그의 능력은 이미 프로그램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가 됐다.
윤민수는 지난 2월 초 무대 위에 직접 올라 故 이영훈 작곡가가 만든 곡인 ‘옛사랑’을 불러 우승을 하기도 했을 만큼 한 프로그램 내에서 가수와 MC를 오가며 팔방미인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밖에 정재형, 문희준, MC딩동도 재치 있는 입담으로 프로그램에 유쾌함을 더하는 감초다.
<불후의 명곡>을 통한 추억여행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 또한 우리들의 가슴 속에 남겨진 여운은 그보다 더욱 오래 이어질 것이다.

- 다시보고 싶은 <불후의 명곡> 베스트 무대 -

가수 이선희 편
윤민수&신용재가 부른 '인연'
윤민수와 신용재 특유의 절절한 창법이 절정으로 치솟은 무대였다. 윤민수는 노래를 부르며 너무도 심취한 나머지 무대 위에서 잠깐 휘청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가수 양희은 편
스윗소로우가 부른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아카펠라의 매력이 극에 달했다. 화려한 악기나 특별한 기교 없이 오로지 음악 자체로 빛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먹먹한 감동이 긴 여운으로 남았던 무대.

가수 마이클볼튼 편
소향이 부른 ‘lean on me’
소향의 매력이 폭발했던 무대가 아닐까. 실제로 마이클 볼튼은 기립박수를 치며 그녀의 실력을 극찬했다.

가수 윤복희 편
에일리가 부른 ‘여러분’
윤복희가 가요제에서 불렀을 때처럼 1절은 한국말로 2절은 영어로 불러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윤복희는 지금까지 ‘여러분’을 부른 후배 가수 중 최고였다는 평가를 했다.

작곡가 유승엽 편
김경호가 부른 ‘겨울장미’
강렬한 록의 진수를 보여준 무대. 특유의 시원한 고음과 록의 상징인 헤드뱅잉으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정이 넘쳤던 무대로 김경호는 이날 1승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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