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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힐링 찾아나서는 혜민 스님
새로운 힐링 찾아나서는 혜민 스님
  • 송혜란
  • 승인 2015.05.25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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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 ‘마음치유학교’ 엽니다”

 

그동안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힐링 메시지를 전달, 수많은 이들의 멘토 역할을 해왔던 혜민스님이 최근 새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3월 한국에 정착, 인사동에 ‘마음치유학교’를 개설을 위해 매진 중이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매거진플러스

얼마 전 혜민스님이 트위터에 올린 한 글귀가 눈길을 끌었다. 지난 1월 4일 혜민스님은 페이스북 등 SNS에 “자기 삶의 내용이 풍요롭지 못하면 정치 이야기나 연예인 이야기밖에 할 이야기가 없게 된다”며 “쉬는 날 집에서 텔레비전만 보지 마시고 한번 서점에 들러서 내 마음이 공감하는 책을 한권 사보세요. 삶에 즐거운 자극을 주면서 내가 확장된다는 것이 느껴집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이어 “내 삶의 내용이 알차면 남 일에 거품 물지 않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글은 수많은 SNS 이용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논란의 소지가 됐다. “정치 이야기나 연예인 이야기밖에 할 이야기가 없게 된다”, “남 일에 거품 물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일부 사람들이 문제 삼은 것.
한 트위터 이용자는 “혜민스님은 정치가 우리 삶의 한 부분이며, 동시에 시작임을 모르는 듯. ‘정치나 연예인 이야기’라는 표현은 정치가 삶과 직접적 연관성이 없다는 것인데. 삶에 능동적이라면 더욱 정치에 무관심할 수 없지요. 우리 힘을 ‘말’과 ‘행동’ 말고 뭘로 보여줄 수 있나요”라고 비판했다.
웹툰 작가인 강도하씨도 트위터에 혜민스님이 올린 글을 캡처해 첨부하며 “혜민씨 하나만 합시다. 보기 민망해”라고 글을 써 논란이 더욱 가중됐다. 강 씨가 첨부한 혜민스님의 글은 기존 세월호의 아픔에 공감하는 트윗과 이번에 논란이 된 글 두개다.
물론, 혜민스님 글의 본래 취지에 비해 반응이 너무 격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트위터 내에서 똑똑하고 정의롭다고 자타 공인되신 많은 분들이 어제 혜민스님에게 던지는 돌을 보면서 저 분들 참 똑똑하구나, 정의감이 넘쳐흐르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런 모습만큼은 절대로 닮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좀 소름 돋았거든요”라고 쓰기도 했다.
그러나 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혜민스님은 다음날인 1월 5일 바로 문제의 트윗을 삭제하고 사과글을 게시했다.
혜민스님은 “하루하루 살기도 각박한데 제가 앞전에 쓸 데 없는 글을 올려서 여러분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참회합니다. 두 손 모아”라고 진심어린 사과의 뜻을 전달했다.

미국 교수직 사임, 개교 준비에 전력

이와 함께 혜민스님은 미국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한국에 정착해 오는 3월 인사동에 마음치유학교를 준비한다는 뜻을 알렸다.
당시 혜민스님은 “세월호의 아픔을 보면서 제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종교인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인가?’ 하고요. 수행만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수행을 하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힘들어하는 이웃들을 돕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요.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이나 가족들, 왕따를 당해서 힘든 청소년들, 큰 병을 얻어 우울하신 분들, 혼자 외롭게 사시는 분들 등을 모아서 함께 그룹 상담 치유를 한번 해보자는 마음을 내었습니다”며 “이 일이 종교인으로서 사회를 밝히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부디 오랜 고민 끝에 제가 찾은 이 길을 잘 걸어갈 수 있도록 응원해 주시고 지켜봐 주시면 정말로 고맙겠습니다”고 말했다.
실제 혜민스님 측은 본지와의 이메일을 통해 “알려진 대로 3월에 혜민스님이 인사동에 ‘마음치유 학교’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며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해 만들어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혜민스님은 미국 햄프셔대학 교수직 사임은 물론 그곳에서의 삶을 모두 정리하고 한국에 정착해 개교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마음치유학교는 200㎡ 내외의 자그마한 공간에 조성될 예정이며, 분야별 전문가들의 상담을 기반으로 운영될 계획이다. 여기에 가족의 죽음 혹은 어려운 경제적 상황 등으로 인해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각자 자신의 아픔을 털어놓음으로써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집단치유 방식이 적용될 예정이다.
상담치유뿐 아니라 명상도 할 수 있어서 도심 속 힐링 및 휴식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이들이 많다.

< 혜민스님의 힐링 레터 >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나요?”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 이 사랑을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우리 안에는 우리가 어렸을 때 어른들이나 사회로부터 세뇌당한 ‘이렇게 살아야 옳다’하는 기준들이 심어져 있습니다. 그 기준이 강하면 강할수록 그 기준에 맞지 못하게 사는 스스로가 불완전하게 느껴지거나 심지어는 죄책감까지 들어, 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나는 좀 문제가 있다, 라고 느끼게 됩니다.
만약 자신에게 혹독하게 하는 사람이라면, 우선 자기 스스로에게 가하는 채찍질을 알아채고 멈춰야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속삭여보세요. “사람이니까 실수하는 거야. 완벽한 기준에 맞춰 사는 삶이 꼭 행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 기준은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정해 놓은 거잖아. 나는 그 기준들보다 지금의 내 삶이 더 소중해.”

내 삶을 변화시켜 줄 그 한 사람을 오랫동안 기다렸는데도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그 뜻은 더 이상 기다리지만 말고 내가 나 자신에게 그런 사람이 되라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싶을 때는 기억하세요. 내 안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하고 지혜로운 존재가 살고 있습니다.

우리는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나와 가족, 친척, 친구, 동료, 이웃. 이 관계들이 행복해야 삶이 행복한 것입니다. 혼자 행복한 것은 그리 오래 가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좋은 점 가운데 하나는 다른 사람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점점 덜 상관한다는 점입니다. 나의 가치를 남을 통해서 확인하려는 불안이 줄어들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드릴 줄 아는 것이 나이가 주는 축복입니다.

남의 잘못을 내가 지적해준다고 그 사람의 행동이 변화할 것이라 기대하지 마세요. 상대는 상처만 받고 변화가 오기 힘들 수 있어요. 정말로 변화하게 만들고 싶으면 잘하는 부분을 칭찬해주세요. 잘하는 것을 발달시켜 잘못하는 것들이 점점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더 빠를 수도 있습니다.

내 마음의 틀에 딱 맞으면 그는 착한 사람이고 내 마음에 맞지 않으면 착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그러고 보면 내 마음이 있고 나서 착한 사람 나쁜 사람이 생겼지 착하고 나쁜 것이 따로 본래부터 존재한 것이 아닙니다.

열등한 부분 때문에 매력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 아니라, 열등하다고 생각하고 본인이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매력이 없어 보여요. 내가 당당하고 편하면 열등한 부분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아요. 당당함이 매력입니다.

기대가 크면 클수록 인간관계는 어긋날 수 있어요. 인간관계가 힘들다고 느낄 때 자세히 보세요. 내가, 혹은 상대가 너무 많이 기대를 해서 그런 건 아닌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아껴주세요.

-혜민스님의 따뜻한 응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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