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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식 前외교관 부부의 반려동물 애찬가
신창식 前외교관 부부의 반려동물 애찬가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5.05.25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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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토토’와 함께한 4대륙 여행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가 천만 명을 넘어선 시대, 반려동물은 이미 많은 이들에게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신창식 前외교관과 그의 아내 김은숙 씨의 반려동물인 강아지 ‘토토’ 역시 이들 부부와 14년째 인생의 동반자로 함께 하고 있다. 외교관이라는 직업상 세계 각국을 옮겨 다녀야 하는 외로운 타향살이에서 부부에게 유일한 위로와 기쁨이 되어준 것은 언제나 ‘토토’였다.

취재 서효정 | 사진 이용관

“서로에게 길들여지며 진짜 가족이 된 우리”

신창식 前외교관과 그의 아내 김은숙 씨를 만난 곳은 이태원에 있는 부부의 자택. 남미의 분위기가 감도는 소품들이 가득한 아담한 사이즈의 복층 집, 부부는 이곳에서 강아지 ‘토토’와 함께 살고 있다. 장성한 두 딸은 진즉에 시집을 갔고, 몇 년 전 30년간의 공직생활에서 은퇴하면서 조금은 적적해진 신창식 씨의 집안 분위기에 유일한 활력소가 되어주는 것은 다름 아닌 토토.
낯선 기자의 방문에 잠시 경계하던 토토는 기자가 주인 부부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확인(?)한 뒤에는 곧 경계모드를 해제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기력이 좀 떨어졌는데, 옛날에는 낯선 사람이 집에 오면 살짝 물기도 하고 그랬다니까요. 자기가 우리 가족을 보호해야 한다는 충성심, 의무감이 굉장히 강해서 그런 것 같아요.” (김은숙)
토토의 나이는 올해로 14살, 사람의 나이로 치면 100살 정도의 고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병치레 한 번 해본 적이 없을 만큼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더군다나 직업이 외교관인 주인을 따라 4대륙을 돌아다니며 살아왔는데도 말이다. 그간 신창식 씨 가족이 토토를 얼마나 정성으로 보살펴 왔을지가 짐작이 되는 터.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토토를 보살핀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은 토토가 우리를 지금껏 지켜준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만큼 토토로 인해 우리가 얻은 것들이 정말 많거든요.” (신창식)

토토와의 첫 만남

토토로 인해 이들 가족이 얻은 것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기위해서는 토토를 처음 만난 날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1년 4월 13일, 수험생이었던 둘째 딸의 생일선물로 시추와 몰티즈의 혼종 개이던 토토와 첫 만남을 가진 가족.
토토가 이 세상에 태어난 지 약 1개월이 됐을 무렵이었다. 보통 강아지를 분양받을 때 생후 2~3개월이 지난 것을 가장 선호하는데, 생후 1개월이 갓 지났을 뿐인 토토는 유난히 기운이 넘쳐 김은숙 씨의 시선을 사로잡았단다. 게다가 어찌나 똘똘하고 영리하던지, ‘똘똘아’, ‘똑똑아’로 부르던 것이 결국 ‘토토’가 됐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애들 아빠가 아프리카 말라위로 발령을 받고 온가족이 그곳에서 몇 년을 살았었어요. 그때 여러 동물들을 자주 접하고, 또 키우기도 했었는데 그 추억으로 토토를 데려오게 됐어요. 그때부터 토토는 우리 네 식구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귀여운 막내가 되었죠.” (김은숙)
오랜 기간 세계 각국과 국내를 오가는 떠도는 삶에 지쳐 있을 무렵이었다. 어딘가에 정이 들 만하면 또 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서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각자의 스트레스로 가족 간의 대화도 조금씩 단절됐다. 그때였다. 가족의 막내, 토토를 만났던 때가 말이다. 토토의 존재만으로 집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당시에는 서울에 머무를 때였는데, 대학생이던 첫째 딸과 수험생이던 둘째 딸은 공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딸들의 표현을 빌자면 토토를 꼭 껴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신창식)
바쁜 남편과 딸들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김은숙 씨 역시 토토가 집에 오고부터 삶의 새로운 활력을 찾았다. 토토와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운동을 하고, 함께 여가를 보내며 외로운 기분을 느낄 일이 사라졌단다.
“무언가와 늘 함께한다는 기분, 그 기분만으로도 상당한 힘을 얻을 수 있잖아요. 제 옆에 딱 붙어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 토토를 볼 때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몰라요(웃음).” (김은숙)
이렇게 토토와 함께한 지 1년여가 지났을 무렵, 신 씨는 짧은 서울생활을 뒤로하고 에콰도르 키토로 발령을 받았다. 토토 역시 함께 그 먼 나라로 떠나야 하는 상황. 딸들은 학교 때문에 이동이 불가능했고, 하는 수 없이 부부와 토토만 비행기에 올랐다. 물론 토토와 함께 동행하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거친 뒤였다.
“각종 예방접종 주사를 맞히고, 반려동물을 비행기에 오르게 하기 위한 여러 서류들을 준비해야 했어요. 그런데 사실 그런 준비보다는, 조그마한 케이지에 갇힌 채 짐칸에서 경유지인 미국LA까지 12시간 이상을 버텨야 하는 토토가 괜찮을지 걱정을 많이 했죠.” (김은숙)
토토가 태어난 지 채 두 돌이 되기도 전이었다. 사람도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가야 할 만큼 먼 곳인데, 토토가 잘 버텨낼 수 있었을까. 에콰도르 키토행의 경유지인 미국LA공항에서 12시간 만에 상봉한 부부와 토토는 함께 울먹거렸다. 낯선 환경으로 인해 겁에 질린 듯 눈물과 콧물이 범벅된 토토의 얼굴을 보며 부부 역시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다행히 미국LA에서 키토까지 가는 비행기에는 격리실이 따로 없어서 토토가 들어 있는 케이지를 객실에 실을 수 있었다.
“우리가 옆에 있으니까 토토도 그제야 마음을 놓았는지 한 번도 짖지 않더라고요. 그러고 보면 토토가 정말 영리하죠? 얼마나 기특하게 비행을 잘 마쳤는지(웃음).” (김은숙)
토토는 비행기 안에서도 인기 만점이었다. 함께 탑승한 아이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아이들과 토토는 자기들끼리 눈빛으로 대화를 하는 듯했단다. 아이와 동물은 순수함으로 통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렇게 무사히, 즐겁게 비행을 마쳤다. 그리고 드디어 새로운 곳에 도착했다.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에콰도르 키토는 해발 2850m의 고지다. 공항 밖으로 발을 내딛는 순간 느껴지는 그 스산함은 아직도 잊을 수 없을 정도다.
“숨이 차는 느낌이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도의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대지의 모습이 정말 아름답게 보였어요. 아, 우리가 정말 잉카에 땅에 왔구나 싶었죠.” (김은숙)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사실 김은숙 씨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우연히 배우게 된 잉카문명을 동경해 왔다고 한다. 스스로 ‘잉카 병’을 앓았다고 표현할 만큼 잉카의 매력에 푹 빠졌다. 만약 어른이 되어 혹시나 가게를 하게 된다면 이름을 ‘잉카’라고 붙이겠다고 미리부터 결심했을 정도랄까. 그로부터 몇 십 년이 지난 후, 정말로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안데스의 고원을 토토와 함께 거닐 때면 마치 우리가 햇빛 속을 걷고 있는 느낌을 받았어요. 적도의 태양빛을 받아 반짝이는 나무, 풀잎, 구름들이 어우러져 내는 그림은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답니다.” (김은숙)
“에콰도르는 장미가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국내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엄청나게 큰 크기에 진빨강, 진노랑 빛을 띠죠. 남자인 제 눈에도 그 아름다움이 어마어마하게 와 닿더라고요. 집사람도 에콰도르의 장미를 참 좋아했어요.” (신창식)
다행히 토토도 적응을 잘했다. 적도의 햇빛이 너무 강렬해서 때론 그 햇빛을 피해 다니던 날도 있었던 부부와 달리 토토는 오히려 햇빛이 잘 드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곤 했다. 햇빛을 즐기고, 그 아름다움을 누리는 듯했다.
“저는 거의 매일 아침 토토와 함께 산책을 했어요. 우리가 걷는 키토의 모든 곳에서 잉카의 흔적을 느끼며 그렇게 우리는 함께 잉카의 아름다움을 두 눈에 담았죠.” (김은숙)
외교관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남편과 달리 토토와 하루 종일 함께하는 김은숙 씨와 토토의 유대감은 더욱 돈독했다. 한 번은 이런 에피소드도 있었단다. 한국에서 공부하던 딸들이 키토를 방문했을 때, 온 가족이 함께 정글에 간 적이 있었는데 김은숙 씨가 그 아름다움에 심취, 정글 옆 호수 건너편까지 혼자 걸어가고 있었을 때였다. 뭔가 느낌이 이상해 옆을 보니 토토가 호수에 뛰어들어 헤엄을 쳐서 김은숙 씨를 향해 오고 있었다는 것. 멀리서 김은숙 씨를 발견한 토토가 그 큰 호수를 홀로 건너고 있었던 것이다. 다행히 무사히 끝까지 건너왔다.
“사실 그 전까지만 해도 토토가 수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생전 처음이었는데 그렇게 겁 없이 뛰어들어 저에게 올 줄이야…. 당시에는 정말 놀랐는데, 속으로는 많이 감동했어요. 토토가 나를 이렇게나 많이 생각하는구나 싶어서요.” (김은숙)
그때가 생각난 듯 품안의 토토를 쓰다듬으며 살짝 눈시울을 붉히는 그이다. 이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토토 역시 김은숙 씨 품안으로 깊게 얼굴을 묻는다.

더 행복하자, 우리!

그렇게 키토에서의 꿈같은 시간과도 이별해야 할 때가 왔다. 키토로 간지 정확히 3년이 지났을 때, 신창식 씨는 이탈리아 로마로 발령을 받았다. 이때도 토토는 비행기 객실이 아닌, 격리실에 탑승을 해야 했는데 다행히 3년 전 키토행 때보다는 적응을 곧잘 한 것 같았다. 눈물, 콧물 범벅도 아니었고 오히려 즐거운 표정의 토토와 로마 공항에서 재회했다.
“한 번의 경험을 통해 아마도 그 시간을 잘 견디면 다시 우리와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지 않았나 싶어요. 너무도 성숙해진 토토의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감동했죠.” (신창식)
이번에도 토토와의 산책을 위해 로마 자연휴양림 언덕에서 가까운 곳에 집을 구했다. 토토와 함께 로마의 언덕을 오르는 일은 김은숙 씨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기도 했다. 사건(?)이 일어났던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토토와 함께 자연휴양림 속으로 깊이 들어가 산책을 즐기고 있을 때였는데, 멀리서 어림짐작으로도 100마리 정도는 돼 보이는 양떼무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목동은 사람이 아니라 검은색 양치기 개, 그로넨달이었다.
“순간 얼마나 겁이 났는지 몰라요. 토토를 끌어안고 급하게 옆에 있던 계곡 바위 뒤로 몸을 숨겼죠. 혹여나 토토가 짖을까봐 토토 입을 막고서요(웃음). 그런데 토토도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더 얌전히 있더라고요. 그러던 순간 그로넨달과 눈이 마주쳤는데, 우리를 힐끔 한 번 바라보더니 다시 앞만 보고 걷더라고요. 훈련이 아주 잘 되어 있던 양치기 개였던 거죠.” (김은숙)
이렇듯 생사고락(?)을 함께 한 토토와는 더욱 끈끈한 사이가 됐다. 산책을 갈 때뿐만 아니라 시장을 가는 길에도 토토가 항상 동행했는데, 후일담으로 로마 시장에서 토토는 스타였다. 마주치는 이웃들과 상인들이 토토에게 인사를 건네곤 했다. 토토 역시 먹을 것부터 꽃냄새까지 여러 가지 냄새가 뒤섞인 로마 시장을 참 좋아했다.
그렇게 로마에서의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 이번에는 수단이다. 수단 하르툼에 도착한 부부는 과거 딸들이 어렸을 때 함께 있었던 아프리카 말라위 시절을 떠올렸다(이때는 토토를 만나기 전이다). 대자연 속에서의 5년간의 생활은 그 후에 있었던 호놀룰루(미국 하와이) 같은 현대 도시에서 지냈던 기억보다 훨씬 더 아련하게 남아 있다.
“아프리카의 대자연 속에서 말 그대로 자연과 벗이 되어 살아가는 삶이었죠. 현대적인 시선으로 보자면 불편한 점이 많았겠지만 그저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기고자 마음먹으면 더없이 아름다운 곳이거든요. 지금도 아이들이 말라위에 대한 추억을 종종 이야기하곤 한답니다.” (김은숙)
토토와 함께 지냈던 수단에 대한 기억도 이와 비슷하다. 토토와 나일 강을 거닐다 물을 마시러 온 양들을 봤을 때, 청나일 강 속의 섬인 뚜띠 아일랜드에 갔을 때, 바하리 시장에 갔을 때는 여러 가게의 상인들이 토토에게 이리 와보라고 손짓하며 인사했던 일 등 많은 추억들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학업 때문에 국내에 남아 있는 아이들의 빈자리를 토토가 메워줬죠. 토토가 없었다면 집사람 그리고 저 역시 얼마나 외롭고 적적했을까 싶어요. 사실 집사람이 천식이 있었는데, 토토와 함께 자주 산책을 하면서 상당히 많이 좋아지는 경험을 했어요. 물론 완쾌된 것은 아니지만 과거보다는 훨씬 나아진 상태랍니다.” (신창식)
이후 외교관으로서 마지막 발령지였던 곳, 일본 센다이로 이동한 토토와 부부. 남미, 유럽, 아프리카를 거쳐 마침내 아시아다. 토토 역시 4대륙을 경험한 흔치 않은 반려동물이 되었다. 조국이 바로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을 받고, 더욱 더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센다이의 기억.
“일본은 반려동물의 나라에요. 정말 많은 이들이 동물을 키우죠. 토토와 함께 산책을 하다보면 반려동물을 데리고 산책을 나온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나요. 그러다보니 공감대도 있고, 더 친근함을 느낄 수 있었죠. 서로의 반려동물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기도 하고요.” (김은숙)
토토와의 4대륙 여행은 일본 센다이에서 마침표를 찍었다. 3년여 간의 센다이 생활을 마치고 공직생활에서 은퇴한 신창식 씨를 따라 아내와 토토 역시 마침내 국내에 정착하게 됐다. 요즈음 부부와 토토의 산책 코스는 이태원 집 앞.
적도의 태양빛으로 반짝이는 잉카문명의 남미, 화려한 유럽, 대자연의 아프리카, 고즈넉한 동북아시아의 일본까지 많은 곳을 경험했지만 가장 좋은 곳을 꼽으라면 조국, 대한민국이다. 어쩌면 토토와의 가장 행복한 여행은 지금부터가 시작일지도 모른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은 한 가지는 우리가 언제나 함께 한다는 사실이야.
   (중략) 나이가 들어서도 삶이 무엇인지를, 가족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사랑과 우정이 무     엇인지를 보여주며 누워있는 너를 보며 눈시울을 붉힌다.
   토토야, 항상 함께 있어줘서 고마워.
    - 김은숙 저서 ‘토토, 오늘도 고마워’ 중에서

 

<TIP- 김은숙 씨가 알려주는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하기>

비행기를 탈 때는 성인 1명에 반려동물 한 마리만 동행이 가능한데, 그 중에서도 개와 고양이, 새 종류만 가능하다. 조건에 충족이 되면 여행 전 항공사로부터 운송 승인을 받은 뒤 여행할 국가의 검역 서류를 준비하고, 운반 용기인 케이지를 준비한다. 케이지는 잠금 장치가 있고 바닥이 밀폐된 것으로 무게는 5kg, 길이는 115cm미만이어야 한다. 이렇게 준비를 마친 뒤 최종적으로 공항에서 반려동물의 수속을 별도로 밟고, 미리 준비한 건강진단서 및 광견병 예방접종 증명서를 제출한 뒤 검역증명서를 발급받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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