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8:05 (목)
 실시간뉴스
오직 그대만이, 전지현
오직 그대만이, 전지현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5.05.26 17: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모두를 열광하게 한 스타

 

한동안 뜸하다가 굉장하게 돌아온 이름 전지현. <도둑들>, <베를린>에서의 압도적인 존재감으로 새 기점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한편 2014년 <별에서 온 그대>로 거의 완벽하게 이 나라를 넘어 대륙까지 사로잡았다. 넘보기 어려운 여배우, 전지현을 보다.

취재 이윤지 기자 사진 SBS 제공

14년만의 드라마 복귀였다. 흩날리는 긴 생머리의 아우라, 청초한 마스크의 전지현은 긴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CF 스타’라는 낙인이 한때 따라붙었지만 지금의 전지현은 그저 여전히 아름답고 매력 있는 전지현일 뿐이다.

별, 그대
몇 년 전 동갑내기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발표하고 패션지에서의 화보작업이 대대적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은 증폭됐다. 영화도 드라마도 뜸하던 여배우가 알려온 소식으로, 이보다 갑작스러운 일은 없을 터. 배우자에 대한 세간의 이런저런 이야기들부터 ‘전지현의 웨딩’이 어떨지에 대한 여자들의 궁금증은 전지현의 ‘위력’을 새삼 확인시켜줬다.
과연 전지현의 남자는 외모도 배경도 훌륭한 ‘맞는 짝’이었음이 확인되고 전지현이 쓴 베일과 드레스, 티아라, 액세서리의 브랜드는 금세 이슈로 떠올랐다. 굳이 계획하지 않은 것 같은데도 쭉 신비로웠던 이미지였던 만큼 너무 오랜만의 외출임에도 열광의 온도는 비슷했다.
그렇다면 전지현의 ‘작업들’에 관한 인상은 어땠을까. 직업이 연기자인 아름다운 여자 스타들에 대한 평가는 늘 논란이다. 평균 정도를 뽑아내면 심드렁하고, 조금 못 미친다 싶으면 날카로운 혹평, 더해서 욕설이 날아들기도 한다. 지리멸렬한 이 패턴은 미모의 여배우들에게 참 어려운 숙제일 것.
그러나 전지현이 활동을 재개하면서 그녀에게 ‘신비로움’ 말고도 또 하나의 아우라가 있었단 사실이 자명해졌다. <엽기적인 그녀>로 대변됐던 전지현은 그 캐릭터의 연장선이면서도 어딘가 색이 다른 느낌으로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다.
엽기적인 ‘그녀’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이상의 무엇이 없다는 애매모호한 추억이 돼 있던 게 사실이다. 딱히 연기력이 부족하지도, 지나치게 비주얼만으로 승부하려는 행보를 보인 것도 아니었는데 왜 시선은 혹독했을까.
어찌됐든 요란스럽지 않게 다시 등장한 전지현은 영화 속에서 강렬했다. 김혜수, 김윤석, 이정재와 호흡을 맞췄던 <도둑들>은 엄청나게 흥행했고 전지현이 연기한 ‘예니콜’의 유례없던 묘한 매력은 길게도 찬사를 받았다. 폭소하게 하던 청순한 여자의 튀는 유머, 완벽한 몸매와 앙상블을 이루는 좀 멍청해 보이는 언행까지 ‘예니콜’은 그 자체로 여태 보기 힘들었던 이상한 캐릭터였다.
아니 있었다 한들 이슈의 증폭이 컸던 적은 찾기 힘들다고 하는 편이 좋겠다. 맛깔스러운 욕과 세련된 액션, 백치미를 적절히 조절하던 베이스에는 욕심이나 자신감 같은 들뜬 태도보다 흐름을 헤치지 않는 평정심이 언뜻 보였다. 그야말로 배우의 아우라가 아닌가.
활동이 없었던 기간 동안 스타일은 더 우월해졌으며 여자들의 질투를 살 만큼 나이는 먹지 않은 것 같은 전지현은 모두가 궁금해 했던 ‘근황’ 그 이상의 의외성으로 보는 이들을 강타했다.
‘왜 ‘웃기는’ 캐릭터를 하겠다고 했나.’, ‘김혜수와의 대결구도, 가능할까?’, ‘원래 저런 끼가 있었었나?’, ‘왜 여태 저런 내공을 감추고 있었을까’.

의도 했든 아니든 전지현의 거침없는 한 방에 대한 궁금증은 꼬리를 물었고 마침내 대세는 호평과 환호로 이어졌다. 게다가 이어서 개봉한 <베를린>으로의 각도는 어땠는가. 북한 사투리를 구가하는 처연한 그림자의 ‘련정희’를 전지현은 선택했다.
이국적인 풍경 속, 숨 막히는 비밀요원들의 이야기 가운데 히로인이 된 그녀의 말들은 이번엔 간결하면서도 애처로웠다. 치장하지 않은 얼굴로 표정을 드러내지 않고 읊조리는 련정희를 보면, 롱테이크 씬에서 전작들과 확연히 달라진 전지현의 시간들이 확인된다.

신비로움, 그 이상의 아우라 드러내며 호평 얻어내…‘천송이보다 전지현’

 

전지현, 천 개의 매력
그리고 2014년, 아주 환상적이었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전지현 본인의 말대로 ‘상상 이상의 사랑을 받으며 큰 성과를 거둔’ 작품이었다. 김수현과 전지현의 조합은 <도둑들>에 이어 두 번째. 꽤 나이 차이가 나는데도 이 커플은 환영받았고 드라마는 집중적으로 조명 받았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 속에서 전지현은 최근 보여준 만큼, 혹은 그 이상을 해 내 주리라는 기대 속에서 ‘천송이’ 캐릭터를 입기 시작했다. 중얼대는 천진난만한 개그, 도도하고 차가운 인상을 거침없이 무너뜨리는 엉뚱한 태도를 제대로 구축해낸 전지현은 남녀를 불문하고 전성기였던 때 이상의 인기를 몰았다. 톱스타가 연기하는 톱스타라는 설정 역시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엉뚱하고 발랄한’ 이미지의 천송이는 아마 전지현을 만나 성숙함과 오묘함을 덧입었을 것이다. 그저 우월한 외모에 밝은 이미지가 결합된, 뻔한 수준의 여주인공이었다면 특히 여성 시청자들이, ‘도민준씨’와의 케미스트리를 마음 넓게 인정했을까. 눈알을 희번덕대며 특유의 호기를 부리는 괴성이나 다소 망가지는 모습을 표현할 때의 거침없는 몸짓은 철저한 연출인지 전지현 자신의 흥인지 도통 확실히 구분이 안 된다.
전지현은 너무나 여러 가지의 마스크를 가졌고, 열심히 운동을 해도 만들어지지 않을 것 같은 타고난 몸매를 가졌다. 어쩌면 만들어진 사람 ‘천송이’보다 더 괴팍하고 요상한 인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만큼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비교 대상을 짚어 볼 수 없는 이목구비, 다음을 가늠할 수 없는 여전한 베일 속 스타. 오랫동안 ‘천송이’로 사랑받았던 긴 시간이 지나니 쓸쓸하고 도회적이던 한 소녀의 얼굴이 그리워진다.
전지현의 인물들은 되돌려볼수록 서로 많이 달랐고 잔잔하게 마음을 울렸었다. 천송이와 작별하고, ‘전지현의 해’와 작별하던 순간의 아쉬움만큼이나 기대가 더욱 부푸는 까닭은, 이제야 전지현이라는 배우를 조금 알게 된 것 같은 기분 좋은 ‘감’ 때문일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