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20:50 (목)
 실시간뉴스
서울 시간을 품다26-SINCE 1956, ‘학림다방’
서울 시간을 품다26-SINCE 1956, ‘학림다방’
  • 권지혜 기자
  • 승인 2015.05.28 09: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학림다방 입구

대학로가 생기기 훨씬 오래 전인 1956년, 옛 서울대 문리대 건너편엔 다방 하나가 문을 열었다.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대학생들의 토론 장소는 물론 음악, 미술, 연극, 문학 등 예술계 인사들의 단골 다방으로 사랑받았으며, 지금도 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곳 ‘학림다방’이다. 낡은 나무 계단을 따라 태엽을 되감듯 올라 문을 열면 청량한 종소리와 함께 60여 년의 세월이 새겨진 낡은 인테리어 그리고 수많은 사연을 풀어냈을 1,500여 장의 LP판을 운치 있게 마주할 수 있다.
이청준, 전혜린, 천상병을 비롯해 김지하, 황석영, 김민기 등 예술계 인사들의 아지트이자 4.19 혁명, 학림사건 등 서슬 퍼렇던 역사를 공유했던 오래된 다방. 그 시간들은 이제 수많은 인사들과 사람들의 추억으로 남았다.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학림은 안 잊었노라” - 홍세화
“그 이름 오래 이어지소서” - 고은
“오늘 또 좋은 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 노무현

당시엔 이곳에 개천이 흐르고 개천 위로 작은 다리가 있어 학생들은 2층 다방 창가에 앉아 그들만의 센 강과 미라보를 내려다봤다. 학림다방은 서울대 문리대의 옛 축제명 '학림제(學林祭)'에서 이름을 따 왔고, 문리대의 제25강의실로 불리기도 했다.
최근 학림은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꾀하며 대학로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클래식 음악다방으로서의 명맥을 잇기 위한 테마음악 감상회 개최, 학림 홈페이지를 통한 적극적인 교류, ‘브랜드 학림’의 홍보 등이 바로 그것이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세대들의 아지트로 사랑받는 곳, 학림은 100년 전통의 진정한 명소로 대학로를 빛낼 것이다.

학림은 아직도, 여전히 60년대 언저리의 남루한 모더니즘 혹은 위악적인 낭만주의와
지식적 저항의 70년대쯤 어디에선가 서성거리고 있다.
나는 어느 글에선가 학림에 대한 이러한 느낌을
“학림은 지금 매끄럽고 반들반들한 ‘현재의 시간 위에 과거’를
끊임없이 되살려 붙잡아 매두려는 위태로운 게임을 하고 있다“라고 썼다...(중략)
- 황동일

옛 추억의 명소일 뿐 아니라 커피가 맛있는 집. 그래서 머리 희끗한 단골과 커피 마니아 젊은이들의 공존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공간. 다국적 기업의 체인점이 즐비한 대학로의 중심에서 앞으로도 반세기, 여전히 사람들의 소중한 인연과 추억이 되고 싶은 학림이다.

글·사진 백남우(tbs TV 영상콘텐츠부장)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고화질 HD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tbs 홈페이지 tbs.seoul.kr나 네이버 TV캐스트(http://tvcast.naver.com/seoultime)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수상 약력 :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