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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 그 이상의 반짝임 ‘새로운’ 김희선
젊음 그 이상의 반짝임 ‘새로운’ 김희선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5.06.0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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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아름다운

▲ 사진=iMBC 제공

교복 입은 자태가 너무나 평범한, <앵그리 맘>의 열혈 엄마 김희선. ‘학생으로 변장’한 콘셉트가 기가 막히게 잘 어울린다. 전설의 일진 출신이었던 엄마가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된 딸을 위해 학생으로 잠입했다. 새로 얻은 별명은 ‘교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30대’란다.

김희선의 새 전성시대를 새삼 거론하는 것은 좀 늦은 감이 있다. 그래도 굳이 김희선이라는 이름을 짚고 넘어가자면 그를 기점으로 ‘배우의 스타성’이라는 개념이 뚜렷해졌으며 독보적 미녀라는 수식을 뺏기지 않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시샘이 들 만큼 예쁜 외모의 김희선은 억지로 겸손을 보이는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진짜 공주이기도 하면서 공주병’인 배우이기도 하다.
캐릭터로서의 청순가련한 모습을 빼고, 부러 순진하고 청아한 얼굴을 꾸미지도 않는다. 오히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크게 웃고 열심히 반응해주는 발랄함이 시선을 끈다. 결혼 이후엔 보다 편안해진 모습일 뿐더러 유머까지 겸비했다. 연기 인생을 차분히 다듬으며 내밀하게 변화를 추구하는 중인, 지나치게 어려 보이는 유부녀 ‘강자’로 살고 있는 김희선.

교복과 앞치마를 넘나들다
학창시절 ‘날라리’로 이름 좀 날리던 젊은 엄마가 딸을 구하기 위해 교복을 입고 학교로 간다는 이야기, 통쾌활극이라는 카테고리를 붙인 <앵그리맘>은 김희선의 드라마다. 교복 자태는 억지스럽지 않았고 여전히 누군가의 첫사랑이 된 모습은 자연스러웠다. 예전에 보여줬던 화려함과 떠들썩한 존재감과는 좀 다른 분위기다. 물론 결혼과 출산 후 선택했던 전작들에서 전환점을 이미 거치기는 했지만 ‘앵그리맘’은 확실히 분주하고 야무지다. 진짜 엄마의 리얼리티를 십분 발휘하고 있기 때문. 그야말로 지나치게 동안인 외모 덕에 데뷔가 벌써 20년차라는 사실은 좀 어색할 정도다.
능숙하게 주방에서 요리를 하던 엄마는 갑자기 액션 포즈를 취하며 무기를 날린다. 17살 난 딸이 학교 폭력으로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현장으로 직접 뛰어든다는 설정의 <앵그리맘>의 이미지 화면 이야기다.
애절한 로맨스의 주연을 맡기에도 충분하지만 김희선은 ‘엄마’를 택했다. 그것도 사방으로 고군분투하며 다양한 화면을 몸소 연출해내야 하는 아주 바쁜 엄마를. ‘강자’는 바로 전작인 <참 좋은 시절>의 해원 캐릭터와도 유사한, 다소 불행했던 지난 날들을 품고 있지만 곁에 있는 사람들을 웃게 하는 다정함과 유머를 아는 참 괜찮은 여자다. 어렵지 않은 캐릭터일 것 같지만 ‘조강자’는 학교 폭력과 비리, 아이들 사이의 ‘갑질’까지 어두운 사회적 단면들을 제대로 이해해야만 공감을 끌어낼 수 있는 만만치 않은 인물이다.
몇 년 만의 작품인 <신의>에 관해, 한 인터뷰에서 김희선은 “지금껏 맡았던 배역 중 저하고 가장 닮은 성격을 가진 캐릭터였고 인간적이었다”고 평했다. 호평이 주를 이뤘던 이 작품은 김희선이 자주 연기했던 ‘신데렐라’나 ‘캔디’를 벗어나면서 확실히 달라진 역량을 확인하게 해 줬다. 이제는 엄마의 마음으로 연기하는 실감나는 엄마, 오랜 친구나 소중한 가족을 대하는 애틋함의 리얼리티를 김희선에게서 기대하게 된다.

제2의 김희선
김희선의 의외의 매력을 느낄만한 작품으로 흥행하지 못한 영화 <와니와 준하>를 꼽고 싶다. 너무도 아이코닉 했던 김희선에겐 으레 그렇듯 애매한 연기력 논란이 따라붙었고, 조금씩 나아지는 표현력에도 반응은 크게 달라지질 않았다.
김희선이 입은 옷, 선택한 브랜드, 화장법이나 머리모양에 여자들은 늘 촉각을 세웠지만 식을 줄 모르는 시샘 어린 동경과 함께 안티도 꾸준히 늘었던 때다. ‘연기는 안 되는 배우’로 각인된 게 아닌가 싶을 때 김희선은 대사보다 표정이 많은, 아주 조용하게 흐르는 사랑 영화 <와니와 준하>를 택했다. 어떤 감정인지 알 수 없는 얼굴로 먼 곳을 보는 와니, 눈을 감고 누워 빛을 쬐다 문득 누군가를 떠올리며 몸을 조금 뒤척이는 와니는 슬픈 사랑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소녀의 섬세함 없이는 완성되기 힘든 캐릭터다. 김희선에게 기대했던 류가 아닌 연기였기에 인상은 강해진다.
<앵그리맘>의 몸을 사리지 않고 거침없이 질주하는 김희선은 이제야 제대로 물을 만난 것 같다. 연기력보다 스타성으로 부각됐던 그에게 따라붙던 ‘제2의 김희선은 없다’는 지지도 비난도 아닌 묘한 평가는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스스로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것에 반 이상 성공하고 있으니 말이다.
거침없이 욕을 내뱉고 와이어 액션에 코믹 연기까지 두루 소화해내며, 아이 엄마들의 고초를 대변하고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베테랑 연기자로서의 김희선은 비로소 거품 아닌 진국, ‘김희선의 드라마’를 만들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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