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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유 속에 중금속 화학물질이?
모유 속에 중금속 화학물질이?
  • 송혜란
  • 승인 2015.06.01 1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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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요즘 엄마들의 육아 공부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 서점에 배치된 육아 관련 서적을 섭렵하는 것도 모자라 밤을 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인터넷 검색에 열중한다. 모유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수유 세미나 참석도 놓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EBS의 <하나뿐인 지구-모유 잔혹사>에서 모유 속에 화학물질이 들어 있어 아이에게 유해하다고 방송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모유 수유를 위해 빵 한 조각을 먹어도 늘 조심스러워했던 모유 수유 엄마들은 그야말로 패닉 상태에 빠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서울신문

이제 막 아이를 출산한 엄마 서모씨는 모유 수유를 위해 식이요법을 진행하고 있다. 처녀 때부터 즐겨 먹던 치킨과 맥주를 멀리하는 것은 물론 매일 저염식의 식단 위주로 섭취한다. 그토록 좋아하던 커피도 카페인이 아이에게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독하게 끊었다. 그래도 부족한 것 같아 매번 외식 때마다 먹는 음식의 성분들을 확인하느라 식사는 뒷전이다.

첫아이를 갖고 설렌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노모씨 또한 모유 수유 준비에 분주하다. 출산 준비로 잠시 일을 쉬고 있는 노 씨가 매일 눈을 뜨면 찾아가는 곳은 서점의 육아 관련 책이 모여 있는 코너다. 집에 쌓여 있는 책만 해도 서너 권. 책마다 중요한 부분에는 포스트잇을 붙여 놓았다. 모두 아이에게 건강한 모유를 선물하기 위해서다.

노 씨는 “아이를 가지고 난 후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워졌다”며 “내 아이에게 최고의 모유를 먹이기 위해 그동안 즐겨 먹었지만 몸에 안 좋다는 음식은 모두 버렸다. 남편도 함께 금연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유 속에 수은, 농약, 납이라니…

그러나 이러한 엄마들의 극성한 노력에도 모유 속에서 예상 밖의 화학물질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3월 EBS <하나뿐인 지구-모유 잔혹사>에서는 똑 부러지는 신세대 엄마들의 모유를 분석했다. 모두 위 사례와 같이 행여 카페인이나 니코틴, 알코올이 모유에 들어갈까 봐 커피, 치킨과 맥주를 멀리하고 저염식을 고집해 온 엄마들이었다. 그런데도 결과는 뜻밖이었다. 분석 결과 모유에서 환경호르몬이 나왔기 때문이다. 뇌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진 비스페놀A와 살충제 성분, 카드뮴, 수은 등 중금속이 검출된 것이다.

제작진은 방송에 ‘모유 수유가 체내에서 화학물질을 제거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것에 인류의 비극이 있다’라는 자막을 더해 애써 침착함을 유지했던 엄마들의 눈물을 자극했다.

방송을 본 여타 엄마들 또한 모두 “카페인이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있었지만 수은, 농약, 납이라니 눈물이 난다”며 충격적인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방송 이후 이 같은 결과는 인터넷에 빠르게 유포되며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한 네티즌은 “엄마들이 우는 것을 보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며 “모유는 엄마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인데, 그것도 먹일 수 없다면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 엄마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며 위로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모유는 오히려 독” VS “그래도 먹이는 게 낫다”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자 결국 전문가들이 가세해 엄마들을 진정시키는 데 나섰다. 그들의 의견은 다소 방송 내용과는 차이가 있었다.

먼저 경북의대 이덕희 교수가 EBS 시청자 게시판에 ‘이 시대, 모유를 먹이는 방법’이라는 글을 올려 엄마들을 다독였다. 이 교수는 “모유가 오염되었다고 해서 모유가 아닌 분유가 대안이 될 수는 없다”고 주장하며, “모유에는 소젖이 실험실에서 수십 번, 수백 번 둔갑을 해도 절대로 따라오지 못할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 꼭 필요한 중요한 성분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뒷받침했다.

단 엄마들이 조심해야 할 부분에 대해 “현미와 야채, 과일을 껍질째 먹는 것이 중요하다”며 “화학물질의 오염만으로 판단하면 현미의 농약과 중금속 함유량은 백미보다 더 높고 과일 껍질에 농약이 더 많이 축적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식품 안에 포함된 식이섬유와 파이토케미칼들 때문에 현미나 과일 껍질에 농약이 있다 해도 이들을 그대로 먹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모유와 분유의 문제도 이와 동일한 관점에서 판단하면 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유니세프 역시 이 교수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 유니세프는 “비록 모유에 유해 물질이 미량 검출되었을지라도 모유는 생후 6개월 동안 아이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함유한 완전 영양 식품”이라며 “모유 수유는 아이의 면역력을 현저히 강화시키고 엄마와의 애착 형성에도 큰 도움이 된다. 모유 수유를 하는 엄마는 아이에게 최상의 식품을 주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와 유니세프의 반박 글이 큰 이슈가 되자 제작진은 EBS 시청자 게시판에 공식적으로 사과문을 게재했다.

“다만, 모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환경오염의 현실을 강조하기 위한 과정에서 프로그램을 시청하신 다수의 어머니들께 불안과 죄책감, 프로그램에 대한 실망을 안겨 드리게 되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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