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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전양숙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전양숙 교수
  • 송혜란
  • 승인 2015.06.21 0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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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은이 만난 Queen6
 

                                          키 크는 방법이요? 키 크고 싶으면,
                                          먼저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이해하세요!
                                                                   
1991년 서울대 약학대학에서 29살에 박사 학위를 받은 전양숙 씨는 동경 국립 암연구센터, 하버드대 부속병원 MGH(Harward Medical School MGH)와 하버드대 부속병원 BWH(Harward Medical School BWH)에서 박사 후 연수(Post-Doc)를 했다. 10여 년간의 긴 연구원 생활을 거치며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많은 논문들을 발표하여, 2002년 서울대 의과대학 생리학 교수로 발령받았다. 최근 전양숙 교수는 PHF2  단백질이 아이들의 뼈 발달 및 뼈 재생을 유도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발견해서 화제가 되었다. 작가 김다은 교수가 전양숙 씨를 서울의대 의과학관 그녀의 연구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햇살이 비춰드는 연구실에서 커피를 내리고 있는 당신의 모습은 마티스 그림 속의 여인 같은 분위기이다. 안경 낀 책벌레형 교수를 상상했는데 거리가 멀다. 지금 당신의 포지션은 어릴 때부터의 꿈을 이룬 것인가? 아니면 살아오면서 쟁취한 모습인가?           

나는 사춘기를 지독하게 겪었다. 고등학교 3학년에서 이화여대 1학년에 걸친 ‘늦은’ 사춘기였는데,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 깊었다.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선택할 수 있는 진로는 약국을 개업하거나 병원에 취직하는 것이었다. 나쁘지 않은 미래라고들 하겠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내 성격에는 맞지 않았다. 그런데 방학 중에 서울대 천연물연구소에서 인턴을 할 기회가 생겼다. 아직 연구를 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기에, 실험실 기구를 깨끗이 닦는 등 소위 실험실 설거지 담당이었다. 그런데 잠을 잊은 채 열정적으로 연구하는 선배들의 모습에서 새로운 삶의 방향을 본 듯했다. 이렇게 살면 평생 행복하겠구나, 한 줄기 빛이 가슴으로 스며들었다. 이후로 연구하는 삶을 선택하게 되었다.

-포기하지 않고, 오랜 연구기간을 버틸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은 무엇이었나?  

미국 유학을 위해 30통의 편지를 보냈는데, 겨우 3개 대학에서 회신이 왔다. 그때부터 ‘10%의 확률만 있으면, 무엇이든 10번은 도전해야 한다'는 내 나름의 신조가 생겼다. 그러나 미국의 유학 생활이 만만치 않았다. 에어컨이 없는 다락방에서 아이를 재웠고, 자다 일어나 불을 켜면, 디즈니랜드의 미키마우스처럼, 생쥐가 놀라서 발랑 뒤로 넘어지는 날도 있었다. 나는 거의 10년간 연구원 생활을 했는데, 내 월급은 가사 도우미 수고료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논문들을 발표했지만, 교수직을 얻는 것은 쉽지 않았다. 절망감이 깊어졌고 자신감이 점점 없어졌지만, 연구의 고삐를 늦춘 적은 없었다. 신기하게도 내 철학대로, 10년간 10번째 도전 끝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생리학 교수로 자리를 잡았다.

-생리학 교수가 가르치는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호르몬에 관한 강의를 주로 한다. 호르몬은 우리 몸이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잠이 깨기도 전에, 6-7시경이면 몸 안에서는 이미 하루의 스트레스와 싸울 준비를 하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흔히 직장에 나가는 것을 전쟁터에 나가는 것으로 비유하는데,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일종인 코티졸이 전신으로 퍼져 하루의 스트레스를 견뎌낼 수 있게 해준다.

-스트레스 호르몬이 뼈 성장 호르몬과 관련이 있는가? 

그렇다. 코티졸이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스트레스가 지속되어 이 호르몬이 과하게 분비되면 여러 부작용이 일어난다. 염증 반응은 물론이고 당뇨나 암을 악화시키기도 하고, 성장기 아이들의 뼈와 키가 잘 자라지 않게 만든다. 큰 키를 원한다면 아이들을 지나친 스트레스 환경에 놓이지 않게 해야 한다. 한창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는 성장 자체와도 관련이 깊다. 스트레스는 코티졸을 과다 분비시켜 키 성장을 방해하는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스갯소리로 ‘이해찬 세대’의 아이들이 가장 키가 크다고 한다.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고 믿었던 아이들이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호르몬은 어떻게 작용하나?

가령 영화 ‘쥐라기 공원’에서 전기가 끊겼는데 식용 공룡이 바로 앞에 있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도망을 갈 것인지 싸울 것인지 순간 판단을 해야 하기에 지독한 스트레스 상태가 된다. 머리가 삐죽 서고,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터질 듯이 빨리 뛰게 된다. 이는 호르몬이 산소를 더 공급하여 피를 빨리 돌게 하거나 소변 보는 것을 자제케 하여 싸울 태세를 유지하는 자연스런 과정이다. 스트레스가 생겼을 때는 스트레스 극복 호르몬에게만 맡겨 놓지 말고, 운동이나 노래 · 춤 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함께 풀어야 한다.      

-당신은 의대생 위주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강의를 한다면 어떤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성(姓, sex ) 호르몬에 관한 교육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성에 대한 언급 자체가 불편한 사회이기 때문에, 성 호르몬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과 직장 모두에서 이에 관한 교육이 필요하다.

-성 호르몬 교육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이 지면을 빌어 ‘대중에게 성 호르몬 강의를 해야 한다’는 당신의 의지를 실현해보라. 

여성과 남성은 태생적으로 다르다. 여성은 여성 특유의 호르몬을, 남성은 남성 특유의 호르몬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호르몬 역시 구조적으로 코디졸과 유사하기 때문에 스테로이드 호르몬으로 분류된다. 여성 호르몬과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임신과 출산이다. 가임 여성들은 28일을 주기로 여성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에 의해 ‘생리’와 ‘생리전 증후군’을 감당해야 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이 시기에 급격한 심경의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 정도는 개인 차이가 매우 크다. 극단적인 예로 이 시기에 남의 물건을 훔친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아주 흔한 생리전증후군의 증상으로 사랑하던 남편이 갑자기 미워진다. 직장에서도 갑자기 신경질을 내거나 자제력을 상실하고 돌발적으로 분노를 일으켜 변덕스럽고 괴팍한 여자로 오해받기도 한다. 여성은 자신이 사회생활의 부적응 자가 아닌가 하고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여성의 돌발 행동은 호르몬 현상 때문이다. 이런 여성 호르몬의 위력을 남성은 물론이고 여성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사실을 이해해야 서로 부딪힐 상황을 피해갈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배려도 할 수 있게 된다. 가정과 세계의 평화를 위해 한 걸음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성 호르몬 교육은 직장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해야 한다고 했다. 당신의 가정에서 성 호르몬 교육을 어떻게 하는가.

성 호르몬 교육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이것을 좀 보여주고 싶다. (전양숙 교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책꽂이에 걸려 있던 긴 벽걸이 장식을 가지고 왔다. 7개의 종이를 이어붙인 종이 벽걸이였다. 맨 위에는 Happy Birthday라는 글자 아래에 맛있는 음식 사진을 잔뜩 오려 붙여 생일상을 차려 놓았고, 두 번째 종이에는 <우리 엄마는요…>라는 글이 들어 있었다. 세 번째에는 다음에 돈 많이 벌면 엄마에게 사주고 싶은 명품 가방과 신발 사진들, 네 번째에는 유명 탤런트들의 얼굴이 오려져 붙어 있었는데, 한가인보다도 김태희보다도 하지원보다도 고현정보다도 김혜수보다도 “엄마가 더 예뻐”라는 페이지였다. 그리고 다섯 째는…) 이 중에 두 번째 종이의 <우리 엄마는요…>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 엄마는요, 되게 무서워요. 화는 잘 안 내는데 한번 화나면 아무도 못 말려요. 그러니깐 화나게 하면 안 돼요.  장난이구요 ^^;; 우리 엄마는요, 되게 따뜻한 분이세요. 인상은 조금 차가워 보이고 처음엔 카리스마 있게 보이는데 조금만 알고 지내보면 우리 엄마는 되게 여린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어요. 어떨 땐 진짜 어른스러워서 존경하게 만드는데 또 어떨 땐 순진하고 고지식해서 나보다 어리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렇다고 막 대하면 화내요. 평소엔 돈을 아끼지만 쓸 땐 정말 팍팍 잘 쓰는 대인배예요. 연세는 50인데 워낙 젊어보여서 40대로 보여요. 몸매는 나보다 좋으면서 맨날 운동해서 날 허무하게 만들기도 해요. 또 우리 엄마는 패셔니스타예요. 진짜 옷 잘 입는데 가끔은 무리수예요. 그땐 그냥 웃어주세요. 쨋든 우리 엄마는요, 참 좋으신 분이에요....♡

-살가운 딸을 둬서 좋겠다. 이런 딸에게 성 호르몬 교육은 어떻게 하나?

아하, 이 작품만 보면 살가운 딸이다. 하지만 이렇게 멋진 벽걸이 생일 편지가 나오게 된 과정에는 사춘기의 중학생이었던 딸이 연예인을 따라 다니면서 수많은 팬레터를 보내며 단련된 솜씨가 이 한 장에 발휘되었다고 봐야 한다. 나도 사춘기를 지독하게 겪었지만 딸의 사춘기도 질풍노도였다. 사춘기 딸을 둔 여성들이 기억해야 할 것은 ‘어머니와 딸의 호르몬 주기가 자주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엄마와 딸이 같은 시기에 생리전 증후군을 겪고 같은 시기에 생리를 하게 된다. 호르몬 주기가 같기 때문에 신경전을 피할 수 없다. 딸은 ‘엄마와 통하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엄마는 ‘내 딸과는 통하지 않는다.’라고 절망한다. 이런 현상이 생리전 증후군 때문이라고 인지하면 상황이 많이 쉬워진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신호를 주고받는다. “나 지금 피엠스(PMS)야!” 즉 생리전 증후군 때문에 호르몬의 지배를 받고 있으니 이해받고 싶다는 뜻이다. 엄마와 딸이 서로 이 신호를 주고받으면 동병상린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되면, 딸이 연예인 뒤만 따라 다니면서 시간만 낭비한 것이 아니라, 그런 사춘기 행동들을 통해 EQ를 키워나간 덕분에 이렇게 감동적인 편지도 받을 수 있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남편에게도 “나 지금 피엠스야!”라고 말한다. 남편도 신경질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배려하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게 된다.

-최근에 발견한 뼈성장에 도움을 주는 단백질 PHF2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자. 이전에도 아이들의 키 성장과 관련된 연구에 관심이 많았나?  

이 단백질을 발견하기 전에도 아이들의 키를 키우는 방법에 고심을 많이 했다. 요즘 들어 성조숙증 때문에 아이들의 키가 더 크지 않는 증상이 심화되고 있다. 성장 호르몬은 밤 10시경에 분비된다. 키가 크고 싶다면 일찍 잠드는 것이 좋다. 밤 공부보다 새벽 공부가 더 좋은 이유이다. 둘째,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아이들이 지나친 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아야 키가 자라게 된다. 세 번째는 운동이다.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서는 뼈가 약화된다고 한다. 뼈가 튼튼해지려면 어느 정도의 압력이 뼈에 가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압력을 가하는 방법으로, 나는 매일 딸과 함께 나가 줄넘기를 하곤 했다. 딸의 키를 1cm라도 더 키워보려는 엄마의 마음이 자연스레 이 단백질 연구로 이어졌을 것이다.

-뼈 성장에 도움을 주는 단백질인 후성유전체조설인자(PHF2)라는 것에 대해 설명해 달라.

빅 데이트에는 유전자 조작과정에서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는 다양한 실험들이 있다. 유전자조작의 우연한 결과로 난쟁이 쥐가 나왔는데, 유전자 분석을 통해서 PHF2  유전자가 제거된 결과라는 자료를 보게 되었다. 그전부터 PHF2를 연구하던 나는 이 자료로부터 PHF2가 키 성장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갖게 되었고, 서울의대 약리학 전공 박종완 교수(내 남편!)와 지도학생인 김혜진 씨와 연구를 진행하여 좋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

-우리 실생활에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조금 쉽게 설명해 달라.      

아이뿐만 아니라 성인의 뼈 성장에도 매우 중요한 단백질이다. 뼈는 한번 만들어지면 영구적이라고 믿기 때문에, 흔히들 성인의 뼈 성장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성인의 뼈는 끊임없이 파괴되고 10년에 걸쳐 새 뼈세포들로 교체된다. 그러나 아이에 비해 성인은 나이가 들수록 뼈의 손실이 더 많고 그 결과 골다공증도 생긴다. 새로운 뼈가 생성될 때 이 PHF2의 작용이 중요해진다. 요즘 같은 겨울에 골절 사고가 많은데 뼈가 붙어야 하니까 이 단백질이 뼈의 생성을 촉진시킨다. 임플란트 할 때도 잇몸 뼈가 붙어야 하니까 이 단백질이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아이의 뼈와 키 성장, 그리고 어른들의 골절과 임플란트 시술 등에 유용하게 사용될 새로운 치료법 개발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럼 앞으로의 연구 방향은?

PHF2는 단백질 효소이기 때문에, 이 효소를 활성화시킬 약물을 개발하거나 유전자 치료를 통해 골절시 뼈 재생을 촉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퀸으로서 인터뷰했는데, 퀸이 되는 조건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먼저 한 발자국을 내딛는 사람이다.

김다은 교수는...
현재 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 이화여대 불어교육과와 동 대학원 불어불문과를 졸업하고, 파리 8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6년 1억 고료 제3회 국민 문학상에 장편소설 ‘당신을 닮은 나라’가 당선되어 소설가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및 창작집 ‘금지된 정원’ ‘쥐식인 블루스’ ‘모반의 연애편지’ ‘훈민정음의 비밀’ ‘이상한 연애편지’ ‘러브버그’ ‘위험한 상상’과 문화 수필집 ‘너는 무엇을 하면 행복하니?’, 그리고 문화 칼럼집 ‘발칙한 신조어와 문화현상’이 있다. 서간집 ‘작가들의 연애편지’ ‘작가들의 우정편지’ ‘작가들의 여행편지’를 엮어냈다. 프랑스어 소설 ‘Imagination dangereuse' 'Madame'을 발표했으며, 번역서 ‘다른 곶’ ‘에쁘롱’ ‘모데르니테 모데르니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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