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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희향 ★★★★☆
자희향 ★★★★☆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5.06.21 2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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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가양주의 의미 있는 재현
 

우리나라는 집에서 술을 직접 빚는 가양주(家釀酒)의 전통이 깊은 나라다. 신라 술은 중국에까지 명성을 떨쳐 당나라 시인 옥계생(玉溪生)이 신라 술을 극찬하는 시를 짓기도 했으며, 조선의 증류주는 일본, 중국 등지에 빈번히 수출되었다고 한다. 조선의 술이 중국, 일본을 제치고 그 우수성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누구나 집에서 자유로이 술을 빚을 수 있는데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던 것이 일제의 식민지 경제 수탈정책으로 민가에서 술을 빚는 것이 금지되면서 찬란한 우리 술문화는 급격히 위축되었다. 해방 후 제3공화국 시절에는 정부가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한다는 취지 아래 술을 빚는데 쌀을 쓰지 못하게 하고 밀주 단속을 대대적으로 벌여, 그나마 이어져왔던 가양주의 명맥을 거의 끊어버리고 말았다.
다행히 2000년대 들어 우리 전통 가양주를 되살리고자 하는 노력들이 있었다. 그리고 오늘 소개하는 자희향 탁주는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탄생한 의미 있는 술이다. 자희향 탁주는 주류관련 고문헌의 하나인 주찬(주찬)이라는 책에 소개된 석탄향(석탄향: 향이 좋아 차마 삼키기 어렵다는 뜻의 술 이름)을 근거로 복원한 막걸리이다.
막걸리임에도 500ml의 미끈한 병에 곱게 담겨 있어 시음이 조심스럽다. 언제 우리 막걸리가 병에 담겨 팔렸던 적이 있었나에 잠시 생각이 옮겨지기도 한다. 차게 냉장된 자희향 탁주를 잔에 따라 한 모금 마시니 상큼한 누룩향이 입안에 남는다.
같이 시음한 사람들이 '정말 좋다.' '참 좋다.'며 감탄사를 연발한다. '막걸리 같지 않다.'고도 말을 잇는다. 기존 시판 막걸리와 다르다는 뜻이다. 도수는 12도로서 일반 막걸리의 두 배 정도이지만 술이 세다고 느껴지지는 않았다.
'맛 있다.'는 표현도 나왔는데 이는 '달다'는 의미가 컸다. 자희향 탁주는 합성감미료를 첨가하지 않았음에도 풍부한 단맛이 났다. 어떻게 자연 발효로 이런 자연스러운 단맛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신기했다. 여자들이 매우 좋아할 술이라는데 공감했다.
전통 가양주를 복원한 자희향 탁주를 시음하면서 느낀 또다른 점은 전통의 소중함이었다. 전범 즉 기준이 없으니 시음을 하면서 대상이 잘 됐는지, 못 됐는지 뭐라 평가하기가 애매했다. 정보와 지식이 아예 전무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가양주 막걸리를 시판 막걸리와 비교할 수는 없지 않는가. 막걸리가 달아서 우리 조상들이 단맛을 좋아했나,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자희향 탁주의 제조과정은 먼저 죽을 끓여 차갑게 식힌 뒤 누룩을 치대어 항아리에서 4일간 발효시켜 밑술을 만든다. 덧술은 찹쌀로 고두밥을 지어 차게 식힌 후 발효시켜 놓은 놓은 밑술과 섞어 치댄 후 2차 발효시킨다. 100일간 저온에서 전통옹기에 담아 숙성시킨 후 체에 내려 거르면 먹걸리가 완성된다.
자희양 탁주를 전통 가양주 제조방법으로 생산하는 유한회사 자희자양의 노영희 대표는 2003년부터 사단법인인 한국전통주연구소(소장 박록담)에서 교육을 받으며 술을 빚기 시작했다. 지난 2006년 고향인 전남 함평으로 내려와 본격적인 술빚기에 몰두, 서울 연구소와 함평을 수차례 오가며 연구한 끝에 전통주 제조방식을 따르면서도 안정적으로 술을 대량생산 할 수 있는 술을 빚어내게 되었다고 한다.
대표 상품인 자희향 탁주는 박록담류 전통주로 인정된 첫 술이다. 자희양 탁주에 대한 한 줄 평은 “우리 전통막걸리의 세련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별점은 네 개로 정했다.

글 백준상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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