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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김영란법’ 최초 법안 발의한 김영란은 누구인가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김영란법’ 최초 법안 발의한 김영란은 누구인가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5.06.22 0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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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분석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부정부패 청산을 목표로 ‘김영란법’이 지난 3월 3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정확한 명칭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지만 최초 제안자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의 이름을 따온 것이다. 핵심은 공무원이 직무 관련성이 없는 사람에게 100만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대가성이 없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파격적인 내용이다. 2012년 8월 입법예고 된 후 2년 7개월 만에 국회를 통과됐고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김영란법은 우리 사회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다. 건국 이후 가장 무서운 부패청산법이라고 불리는 김영란법에 대해 다각적이고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한 이유다.

김영란 그는 누구인가

김영란법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충격과 그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이 법을 최초로 잉태시킨 김영란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에 대해 알아 볼 필요가 있다.
그는 1956년 부산에서 출생해 1975년 경기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고 1978년 제2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어린 시절부터 문학을 좋아했고 대학교 1학년 때 쓴 단편소설이 ‘서울대’라는 교지에 실리기도 했다. 법률가 강금실, 조배숙씨 등이 대학 시절 친구다. 사법연수원생으로서 서울지방검찰청 검사시보로 일하게 되었을 때 서울지방검찰청에서 검사 생활을 하던 강지원 변호사를 만나 결혼하였다. 슬하에 딸이 둘이다.
임용 이후 서울민사지방법원, 서울가정법원, 수원지방법원 등에서 판사 생활을 하였고 1993년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되어서 5년간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다가 1998년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가 되었다. 이후에도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대전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재직 중에 2004년 7월 23일 최종영 대법원장에 의해 대법관에 제청되었다.
2004년 8월 11일에 대법관 임명을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교수는 사형제와 호주제의 폐지에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등 기존 대법관들에 비해 진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또 자녀가 부계 성을 따르는 것이 남녀 평등에 어긋나는지에 대한 질문에 “법 감정의 측면을 고려해야 하지만, 세계적인 추세나 생물학적 연구 결과는 그렇다”고 답했다. 교육 측면에서는 공교육이 사회 발전에 기여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다양성이 부족한 면이 있다며 자신이 두 딸을 대안학교에 보낸 이유를 설명해 눈길을 끌었다.
2004년 8월 23일 김영란 대법관 후보에 대한 임명안이 통과됨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 됐다. 1982년 이후 22년 만에 40대 대법관이 나오는 기록도 수립했다. 사법연수원 11기 출신인 그는 대법관 임명 당시 만 48세의 젊은 여성으로, 사법연수원 2, 3기 출신들이 거론되던 대법관 자리에 60여 명의 선배들을 제치고 임명돼 파격적이란 평을 들었다.
차분하고 온화한 성품과 뛰어난 재판 능력으로 법조계에서 신망이 두텁다는 평을 받았다.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여성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를 신장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2010년 대법관 임기 6년을 모두 채우고 물러난 뒤 같은 해 10월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맡았고, 이명박 정부인 2011년부터 제3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 발탁됐다. 그가 대법관을 마치고 짧은 기간 내에 수십억 원의 돈을 벌 수 있는 로펌행을 거절하고 교수직을 선택한 것도 화제가 됐다.
 
김영란법의 탄생 배경

그가 이 법을 발의하게 된 계기는 2010년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스폰서 검사 사건’과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직무상 관련 그리고 대가성 뇌물이라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아무리 부당한 청탁과 뇌물을 주고받아도 현행법으로 처벌하지 못하는 모순을 보완하고자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나서게 된 것이다.
스폰서 검사 사건은 2010년 4월 사업가 정용재씨가 모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96년~2005년 검사를 상대로 10억원 이상의 접대를 했다는 폭로가 기폭제가 됐다. 일파만파로 논란이 커지자 수수방관했던 검찰은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어 조사에 나섰다. 당시 위원회는 정 씨가 성(性)접대 했다는 수백 건 중 한 건도 인정치 않았고 일반 향응 몇 건만을 인정했다. 여론은 들끓었고 국회의 특검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돈 받은 사실의 입증이 어렵고 향응 수수도 직무와 관련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부분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11년 터진 벤츠 여검사 사건은 더욱 가관이다. 이 사건은 현직 여검사가 변호사로부터 사건청탁을 대가로 벤츠 자동차와 샤넬가방 등을 받았다는 의혹으로 시작됐다. 2007년부터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온 최모 변호사와 이모 검사는 2008년 2월부터 매달 리스 비용이 475만 원인 벤츠 승용차를 비롯해 법인카드, 샤넬 핸드백 등을 주고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변호사와 사적인 연인관계를 맺은 상태에서 부당한 청탁과 아파트와 벤츠 그리고 수천만원의 금품이 오갔지만 이 검사는 “벤츠는 사랑의 정표”라고 반박했고 검찰은 끝내 직무상 관련성을 주장했지만 최근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선고됐다.
 
김영란법의 실체

‘김영란법’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의 명칭은 ‘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안’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시절이었던 2012년 8월 처음으로 발의하였다. 워낙 충격적이고 강력한 법안이라 논란 끝에 정부안은 2013년 8월에 입법예고됐다. 이후 국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유야무야 폐기될 운명에 처했으나 2014년 4월 세월호 사건 이후 부정부패 척결이 화두가 되면서 폐기 직전에 살아났다. 2015년 1월 국회 정무위원회 안이 다시 도출됐고 지난 3월 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일부 수정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것이다. 2012년 8월 국회에 제출된 지 929일 만이다.
여야는 본회의 표결에서 재석 의원 247명 가운데 찬성 226명, 반대 4명, 기권 17명으로 김영란법을 가결시켰다. 하지만 본회의 전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는 전날 합의한 정무위 최종안을 놓고 혼란이 벌어졌다. 정무위는 언론사 직원과 사립학교 교직원까지 법 적용 대상에 포함시켰지만 제5부로 불리는 시민단체 관계자, 사립학교 재단 이사장 등을 제외시켰다. 시민단체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 등이 주도한 정무위가 법안을 심사하면서 시민단체와 정치인의 예외 조항을 넓혔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 내부에서도 졸속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은 “시민단체가 정부와 기업에 압력을 넣거나 부정청탁을 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은 “원칙과 기준이 편의적이고 자의적”이라며 “변호사, 의사, 시민단체는 왜 뺐느냐”고 항병했다.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은 “시민단체 적용이 관철되지 않아 아쉽다. 가장 큰 이권 단체가 시민단체 아니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법사위에서는 사학재단 이사장 및 이사가 빠진 것을 놓고 ‘뒤죽박죽 법안’이라는 지적이 쏟아졌고, 본회의 통과 40분 전 이들을 법 적용 대상으로 추가할 정도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결론적으로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10월부터 시행하기로 했지만 공공성을 명분으로 공직자 외에 언론사와 사학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장 등이 포함되면서 위헌논란에 휩싸였다. 공적 영향력이 큰 시민단체, 19대 국회의원, 변호사·의사 등은 제외됐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은 과도한 법 적용 및 수사기관의 악용 가능성과 함께 형평성 논란을 껴안고 출발하게 됐다. 여론에 떠밀려 법안을 처리하다보니 법의 원칙마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비판이다.

누더기로 변한 김영란법

김영란법은 최초 발의 시점부터 2년 7개월의 기간 동안 여러 부분이 수정과 변화를 거쳤다. 우선 법 적용 대상 범위에 있어서 입법예고안과 정부안은 국가공무원·지방공무원·공직유관단체·공공기관 임직원으로 한정됐지만 정무위 안에서는 언론사·사립학교·유치원 종사자까지 포함됐다. 특히 언론사 임직원이 포함된 데 대해서는 언론의 자유 침해 가능성과 민간 영역 침해, 변호사·시민단체·일반 의사 등과의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됐다. 본회의 통과안에서는 사학재단 이사장과 이사 등이 법 적용 대상에 추가됐다.
부정청탁의 경우 입법예고안에서는 3자를 통한 부정청탁만 금지됐지만 정부안부터는 본인의 부정청탁도 금지 대상에 포함됐다. 부정청탁의 행위 유형은 입법예고안과 정부안에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정무위안과 본회의 통과안에서는 인사·인허가·입찰·수상 등의 분야에서 15가지의 구체적인 금지 행위가 명시됐다.
금품 수수 대목에서도 몇 차례의 변화가 있었다. 우선 입법예고안에서는 공직자가 1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았을 때 3년 이하 징역 또는 금품 가액 5배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100만 원 이하의 금품을 받았을 때는 500만 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 있었다.
반면 정부안에서는 직무관련성이 있을 때는 3년 이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 직무 관련성이 없을 때는 금품 가액의 2∼5배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바뀌었다. 정무위안부터는 다시 금액을 기준으로 1회 100만 원,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할 경우에만 3년 이하 징역·3000만 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100만원 이하의 금품을 받았을 경우는 직무관련성이 있을 때만 과태료를 부과토록 했다. 금품수수 금지 가족의 범위도 정무위안까지는 민법상 가족으로 돼 있었지만 본회의 통과안에서 배우자로 대폭 줄어들었다.
 
김영란이 지적한 문제점들

김영란 교수는 3월 10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졸속으로 국회를 통과한 김영란법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A4 8장 분량의 입장발표 자료를 직접 작성해 2012년 권익위원장 재직 당시 입법예고한 법안을 ‘원안’으로 지칭하며 당초 법안 취지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설명하는데 주력했다. 그는 국회 통과 법안에 대해 여러 부분에서 “당초 원안에서 일부 후퇴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법 제정 자체에 큰 의의를 두고 “일단 시행을 한 뒤에 고쳐나가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국회 통과된 법은 원안 대상 3가지 즉 ‘부정청탁 금지’ ‘금품수수 금지’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 중 가장 비중이 큰 ‘이해충돌 방지’ 조항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빠진 점을 두고 ‘반쪽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공직자가 친족 등과의 이해관계가 있는 일은 아예 맡지 못하도록 한 조항을 국회에서 빼 버린 것이다. 김교수는 “예컨대 장관이 자기 자녀를 특채 고용하거나 공공기관장이 자신의 친척이 운영하는 회사에 특혜공사 발주를 하는 등 사익 추구를 금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히 선출직 공직자들이 제3자의 고충 민원 전달 행위를 부정청탁의 예외로 규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등의 브로커화 현상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제3자의 고충민원이라고 하더라도 내용적으로는 이권청탁, 인사청탁 등 부정청탁이 포함될 수 있다”며 “앞으로 해석상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부정청탁 개념을 15개 유형과 7개 예외사유로 나열한 것에 대해서도 범위가 축소된 점이 아쉬운 대목으로 꼽았다. 이밖에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가족의 범위가 민법상 가족에서 ‘배우자’로 축소된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의 자녀와 형님들이 문제됐던 사례를 돌이켜보면 (원안의 민법상 가족으로) 규정할 필요성을 느낀다”며 “배우자로만 축소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김영란법의 앞날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획기적 이정표라는 평가도 있지만 국회 처리과정에서 여야 정당이 이익집단의 눈치를 보고 다른 한편으로 여론의 압박에 떠밀려 막판에 졸속으로 흐르다 보니 법이 여러 가지 흠결을 갖게 됐다는 지적이 많다. 법적용 대상에 민간 부문의 언론인까지 공적 기능을 한다는 이유로 포함시키면서 역시 공적 기능을 하는 변호사와 사회단체 간부 등을 제외한 것은 논란거리로 남았다. 배우자의 금품수수 사실을 알고서도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 형사처벌 할 수 있게 한 부부 간 불고지죄 적용 조항은 위헌 시비에서 자유롭지 않다.
적용 예외의 일부 요건이 지나치게 포괄적이거나 모호하다는 지적도 있다. 예컨대 ‘통상적인 범위에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금품’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이 그렇다. 사사건건 통상성과 일률성 여부에 관한 논란이 빚어질 것이다. 검찰과 경찰이 정치적 독립성의 측면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법의 정치적 남용이나 자의적 적용에 대한 우려도 무시할 수 없다. 검경의 표적수사에 악용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국회의원의 민원전달 행위를 처벌 대상 청탁에서 빼고 시행 시점을 1년6개월 후로 잡은 것은 이기적 담합의 결과라는 여론이다.
법 통과 직후 대한 변호사협회는 위헌심판 청구를 선언했고 여야 수뇌부들도 졸속 심사와 통과를 인정하면서 “보강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내년 10월 실행까지 국회에서 다시 논의를 거치는 동안에 김영란법의 어떤 조항이 첨삭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이 과정에서 김영란법 자체를 무력화하거나 입법 취지를 희석시키려는 시도도 있을지 모르지만 ‘부패척결’이라는 입법 취지가 실현돼 우리 사회에 새로운 관행과 문화로 정착되기를 기대한다.

글 오일만(서울신문 논설위원) 사진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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