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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3인의 아름다운 대물림
사진가 3인의 아름다운 대물림
  • 송혜란
  • 승인 2015.06.23 0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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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이명동 대표-2대 김녕만 대표-3대 이기명 대표
 

월간 <사진예술>의 아름다운 대물림이 문화계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남임에도 한국사진역사에 희귀한 매듭을 묶었다는 것이다. 1989년 5월 창간 후 26년 동안 결호 한 번 없이 <사진예술>을 탄탄하게 유지해 온 이야기 속 주인공인 이명동 선생과 김녕만 사진가, 이기명 신임 발행인을 만났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사진예술>

<사진예술>의 1대 발행·편집인인 이명동 선생은 올해 나이 96세로 원로사진가다. 줄곧 사진비평만 해오다 지난해 첫 개인전을 열며 1950년대와 1960~70년대의 리얼리즘 사진을 주도한 바 있다.
기자가 찾은 <사진예술> 사무실엔 몸이 불편한 이명동 선생을 제외한 2대 발행인인 김녕만 사진가, 사진전 기획자인 이기명 신임 발행인이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훈훈한 이야기 속 주인공들답게 그들은 따뜻한 미소와 특유의 정감 있는 목소리로 기자를 맞았다.
떠나는 자는 그동안의 역사를, 시작하는 자는 앞으로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며 인터뷰 내내 서로를 존경하는 마음과 신뢰감을 강하게 내비쳤다. 이들에게서 콧날이 시큰해지는 감동을 받았다는 말을 몸소 실감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먼저 김녕만 사진가가 <사진예술>의 3대 대물림에 대해 잘 알려지지 않은 속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최초 이명동 선생님이 <사진예술>을 창간할 때부터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사진인들을 위한 공적인 의미가 더 컸어요. 당시 주위에 이명동 선생님을 좋아했던 사진인들이 합심해 조금씩 모은 돈을 보태주기도 했고요. 그래서 제가 잡지를 물려받았을 때도 제 것이라는 마음보다는 사진인들이 사진도 예술이라는 긍지를 갖게 하자는 취지로 열심히 일했지요. 사실 많은 사진가들이 중앙대 사진학과 교수이자 동아일보 사진부 기자였던 이명동 선생님의 후배예요. 공을 위한 잡지를 선배가 후배에게 물려주는 것은 어찌 보면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일이지요. 저 같은 경우는 이명동 선생님이 만든 잡지를 잘 계승해오긴 했는데 계승을 넘어 이제는 발전을 시켜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적임자가 지금의 이기명 발행인이라고 본 거고요.”
피붙이가 아닌 후배에게 회사를 넘겨주기는 쉽지 않은 법. 더욱이 이명동 선생과 김녕만 사진가의 자제들도 모두 사진계에 몸담고 있는데 말이다. 그들의 대물림이 아름답다고 찬사 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박수칠 때 떠나라

항간에는 김녕만 사진가가 너무 일찍 자리를 떠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가까운 지인들은 아예 그만두지 말라고 말리기도 했지만 후임이 이기명 현 대표라는 이야기를 듣고는 곧바로 수긍했다고. 이후 역시나 지금 떠나길 잘했다고 안도한 김녕만 사진가는 제 3부 인생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다.
“회사를 넘기기로 마음먹고 난 후 최근 1~2년간 제게 굉장히 좋은 일들만 있었어요. 동아일보에 연재로 사진칼럼도 매주 쓰게 되었고요. 그야말로 박수칠 때 떠나는 모습이 되었지요. 앞으로는 제 인생의 3부작이 시작되었다고 보고 오롯이 사진을 찍는 일에만 몰입할 계획이에요. 사람이 가장 행복할 때가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라는 말이 있지요. 그런 점에서 전 아주 행복한 사람이에요. 경영에 손을 뗄 수 있게 회사를 물려줄 사람이 있다는 것만 봐도 그렇지요. 하마터면 제 대에서 아름다운 대물림이 끝날 뻔했는데 앞으로 이기명 대표가 할 역할이 커요.”

사진의 대중화, 세계화에 힘쓸 것

1대, 2대 발행인의 신임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기명 대표는 사진전 기획자로 유명하다. 한국 사진전시 사상 최초로 10만 관객이 다녀간 <매그넘 코리아展>을 비롯해 <로버트 카파展>,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展> 등을 기획, 다큐멘터리 사진의 대중적 지평을 넓혀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라 갤러리’에서 박노해 시인의 파키스탄, 버마, 티베트, 안데스, 아프리카 사진전을 기획하며 박노해 시인에게 사진가라는 또 다른 이름을 붙여 준 장본인이기도 하다.
사진을 전공한 자제가 있지만 사심 없이 <사진예술>을 물려준 이명동 선생과 김녕만 사진가에게 큰 박수를 보낸 이기명 대표는 두 분의 뜻을 받들어 사진의 대중화와 세계화, 다른 문화와의 교류에 힘쓰겠다는 강한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 <사진예술>을 통해 사진의 다양한 장르에 대한 균형, 사진에서 다른 예술분야로의 확장과 융합, 프로에서 아마추어 그리고 대중까지, 전문성과 정보성, 대중성을 함께 추구할 계획입니다. 서울과 지방을 잇는 전국적인 잡지, 그리고 한국 속의 세계, 세계 속의 한국 사진문화도 알릴 거고요. 젊은 사진작가들과 하이아마추어 사진작가들을 발굴해 지원도 적극적으로 할 예정입니다.”
젊은 대표답게 현 미디어 트렌드를 접목한 홍보 및 마케팅 전략도 놓치지 않았다. 아날로그 잡지에 뿌리를 두되 PC부터 모바일까지 디지털 온라인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이미 카카오톡과 제휴 계약을 맺어 다음 달부터는 페이지를 통해 스마트폰에서도 <사진예술>의 사진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보고 싶은 잡지, 읽을거리가 넘치는 잡지, 의미와 재미를 주는 잡지, 건전한 비판과 치열한 논쟁을 통해 소통과 교류가 끊이지 않는 잡지를 만들겠다는 것이 이기명 대표의 목표다.
인터뷰 내내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며 유쾌하면서 또, 진중한 모습을 잃지 않았던 <사진예술>의 역대 발행인들의 꿈이 이루어지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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