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9:10 (토)
 실시간뉴스
헬리콥터 부모와 캥거루 자녀
헬리콥터 부모와 캥거루 자녀
  • 권지혜
  • 승인 2015.06.25 16: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퇴설계

 

얼마 전 신문에서 어느 대학 강의실에 아픈 자녀를 대신해 대리 출석한 중년 부인에 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자녀 주위를 맴돌며 지나치게 간섭하고 과잉보호하는 일명 ‘헬리콥터 부모’에 대한 얘기다. 그런가 하면 어미의 배 주머니에서 자라는 캥거루처럼, 성인인데도 독립하지 못하고 경제적, 정서적으로 부모에게 의존하며 살아가는 ‘캥거루족’도 있다. 둘 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적 문제 현상이다.
요즘 노후 생활의 가장 큰 적은 자식이라는 말이 있다. 실제 우리나라 50~60대 가구의 노후 준비 실태는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헬리콥터 부모와 캥거루 자녀가 서로에게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살펴보고, 앞으로 부모와 자녀의 건강한 경제적 독립을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알아보자.

자녀의 경제적 독립을 방해하는 헬리콥터 부모
미국 남가주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헬리콥터 부모는 자녀와 집안의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 거의 대화하지 않으며, 자녀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문제까지 대신 해결해 주려는 경향이 있다. 자녀들이 경제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가 늘 해결사로 나서면 자녀는 배울 기회가 없다.
부모가 대학생 자녀의 신용카드 대금을 대신 내 준다고 가정해 보자. 자녀는 자신이 한 달에 얼마를 쓰고 계좌에 잔고가 얼마나 있는지, 신용카드 대금을 연체하면 어떠한 불이익이 있는지 굳이 알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자녀가 금융 지식과 경제관념을 배우고 올바른 경제적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키울 기회를 부모가 박탈하는 셈이다.

부모의 노후를 위협하는 캥거루 자녀
2014년 실시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조사에 의하면, 현재 은퇴 가구가 은퇴 준비를 시작한 때는 ‘자녀 교육이 끝난 후’ 또는 ‘자녀 결혼 이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자녀도 취업을 위해 사교육을 받을 만큼 취업이 어렵다 보니 결혼 또한 늦어지면서 부모의 은퇴 준비도 계속 뒤로 밀리는 상황이다.

▲ 사진=서울신문

그렇다면 부모와 자녀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1. 자녀가 어릴 때부터 금융 교육을 시키자
흔히 부모는 자녀가 학교에서 금융 교육을 받거나 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체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녀의 경제 습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부모의 경제 습관’이라는 미국 재무교육재단의 조사 결과가 있다. 부모의 저축·소비 습관, 신용카드 사용 방법 등을 보면서 자녀가 자연스럽게 보고 배운다는 것이다.
또한 집안의 경제 문제에 대해 자녀와 상의하고 함께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 자체가 자녀에게는 귀중한 금융 교육이 된다. 자녀가 경제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까 봐 혹은 자녀와 돈 이야기를 하는 게 껄끄럽다고 해서 피하려고만 하면 안 된다. 실제로 서울대 소비자학과의 연구에서는 부모의 소득 수준과 같은 집안의 경제적 상황을 알고 있는 대학생이 그렇지 못한 학생에 비해 금융 이해력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자녀가 독립적인 경제 주체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가정에서부터 다양한 경제적 문제에 노출시키고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2. 부부가 함께 장기적인 재무 목표를 세우자
장기적인 재무 목표가 없으면 사람들은 지금 당장의 급한 일에 지출하며 살게 된다. 하지만 은퇴 후 30~40년을 더 살아야 하는 100세 시대에는 당장의 자녀 교육 및 결혼 자금 지원에 자신의 소득을 ‘올인’하면 안 된다. 자녀 교육 지원 및 결혼 이후 노후 준비를 시작한다면 단기간에 목돈을 만들어야 하는데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또한 단기간에 마련하려면 그만큼의 투자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행여나 투자에 실패할 경우 회복할 기간이 너무 짧다. 따라서 노후 준비는 내 집 마련, 자녀 교육 및 결혼 등과 같은 재무 목표를 달성한 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일찍이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시작해야 한다.

3. 재무 목표에 따라 지출의 명확한 한계를 정하자
일찍부터 노후 준비를 시작할 경우, 여러 재무 목표들 가운데 우선순위를 정하게 된다. 즉, 지금 자신에게 무엇이 더 중요한지 자연스럽게 비교하고 이에 따라 명확한 지출의 한계를 설정한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노후 생활이 길어지는 점을 고려해 자녀 교육비는 소득의 20~30% 수준으로 지출하고 자녀의 결혼 비용 지원을 최소화하라고 한다. 대신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으로 노후를 대비하라고 강조한다. 충분한 노후 자금 없이 은퇴기에 접어든 부모는 결국 자녀에게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존재가 된다. 따라서 평소에 자녀와 집안의 재무 상태를 공유하고, 자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헬리콥터 부모도, 캥거루 자녀도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서로 도움 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부모-자녀 관계가 어느 한쪽의 희생에 의해 유지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00세 시대를 맞이해 부모와 자녀 세대 모두 상생하기 위해 양자의 관계를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한 때다.

글 임한나 박사(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