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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언론사옥에서 현대미술의 장으로 ‘일민미술관’
근대 언론사옥에서 현대미술의 장으로 ‘일민미술관’
  • 권지혜
  • 승인 2015.06.25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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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간을 품다 27

 

▲ 일민미술관 전경

광화문의 상징인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의 동상을 우러러보며 세종로를 따라 걷다 보면 우뚝 솟은 빌딩들 사이로 낡은 건축물 하나를 만나볼 수 있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세종로 139에 위치한 일민미술관이 그것이다.
1920년 봄, 민족지를 표방하며 인촌 김성수를 주축으로 옛 중앙학교 교사에 창간 터를 마련한 동아일보가 당시의 경성부 광화문통에 건물을 신축해 옮겨온 것은 1926년 12월. 조선총독부의 두 번째 정간 조치가 취해진 뒤였지만 굴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했다. 시작은 지하1층, 지상 3층의 철근 콘크리트와 벽돌조가 섞인 근대건축물로 출발했다. 근대 르네상스 양식을 채택하였지만 모든 부분은 단순하게 처리하여 단아한 인상을 준다.
새 사옥은 유명했던 요리집 명월관 부지를 매입해 세워졌는데 1920년대의 고층 업무시설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건물의 주체는 철근 콩크리트 벽돌제로서 주요 축부와 
각 층계를 철근 콩크리트로 하고 벽체를 벽돌로 한 
완전한 내진내화 구조로 되었으며 그 양식은 참신한 
근세식으로 본사 사업의 실질을 표현하도록 유의하였다
              낙성식 기념 기사 / 동아일보 1927. 4.30

강제 폐간을 거쳐 해방 후 복간된 동아일보는 1950년대 후반, 사옥 증축을 시작했다. 공간을 확장하여 1958년에는 오른쪽으로 두 칸, 1962년에는 위로 두 개 층을 추가하여 지상 5층 규모로 커지게 되었다.
1968년에는 신문사 최초로 방송국을 개국하면서 규모는 더욱 확장됐는데 지하 1층, 지상 6층 규모로 건물 규모가 완성되었다. 
준공 후 60여 년의 세월이 흐른 1992년, 신문사는 또 한 번 새로운 사옥으로 이전해 갔고 옛 건물은 일민미술관으로 재단장해 대중에게 개방됐다. 현재는 광화문 거리와 일민미술관 내부를 투명하게 연결하는 유리와 스틸 재질의 아트리움, 노출된 기둥과 불규칙한 천장의 보들은 기존 건축물에 대한 보존과 동시에 미술관으로서 지향점을 보여준다. 새로 만들어진 입구를 통해 들어온 사용자가 전 층을 파악하여 목적 공간에 쉽게 도달할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31호로 지정된 일민미술관은 2010년에 현대적인 기능이 높이 평가되어 서울의 10대 근대건축 문화재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일민미술관 안으론 미술 애호가들을 위한 공간이 됐지만 지난 90여 년간 일제강점기와 군사정권 시절 우리 언론이 겪어야 했던 굴곡진 역사는 빛바랜 건물에 그대로 남아 있다.

 

글·사진 백남우(tbs TV 영상콘텐츠부장)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고화질 HD영상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tbs 홈페이지 tbs.seoul.kr나 네이버 TV캐스트(http://tvcast.naver.com/seoultime)에서 다시 볼 수 있다. 수상 약력 :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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