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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꽃 무궁화 이야기
나라꽃 무궁화 이야기
  • 송혜란
  • 승인 2015.07.23 12: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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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 달아 밝은 달아
내 나라에 비춘 달아
쇠창을 넘어 와서 나의 마음 비춘 달아
계수나무 버혀내고 무궁화를 심으과져

1921년 9월 잡지 개벽에 실린 만해 한용운의 옥중 시다. 달 속의 계수나무를 베고 무궁화를 심겠다는 것은 한반도에서 일제를 몰아내고 자주 독립국가를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는 <님의 침묵> 표지에도 조선지도에 무궁화를 표현하였다. 일제 때 이 땅의 여인들은 지도 위에 8도를 상징하는 여덟 송이의 무궁화를 수놓으며 민족정신을 무궁화 수본에 담았다.

 


한 여름의 연꽃, 백일홍과 함께 여름꽃을 대표하는 꽃이 무궁화이다.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적합하냐는 의견도 많지만 무궁화는 역사 이래로 한 민족을 상징하는 꽃이다. 중국 최고의 지리서 산해경에는 군자의 나라에 훈화초가 있어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진다. 산해경의 기록을 따라 중국에서는 무궁화를 조생모사화-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죽는 꽃-으로 부른다. 신라 때도 우리나라를 근역, 근화향으로 호칭하였다.

박정희 대통령도 두 딸의 이름에 근혜, 근영으로 무궁화 근자를 넣어 불렀다. 중국에서는 여섯 가지 고운 꽃을 6연이라 하였는데 ‘작약, 해당, 부용, 이화, 장춘, 목근’을 꼽는데 목근이 무궁화꽃이다.

무궁화꽃은 여름 백일기도 하듯이 백일간 피어나는 꽃이다. 나팔꽃보다 일찍 피어나는 꽃이 무궁화꽃이다. 해 뜨기 전에 피어나서 해가 질 때 깨끗하게 오므라들어 떨어진다. 천손민족의 상징으로 아침의 나라 조선의 꽃으로 적합한 꽃이다.

무궁화 꽃은 하루에 50송이에서 큰 나무들은 100송이 이상 피어나니 백일간 나무 한그루가 큰 꽃을 일만 송이를 피우는 것이다. 무궁화처럼 탐스런 꽃이 백일 동안 일만 송이 꽃을 피우는 일은 자연의 신비이다. 백그루 무궁화를 가꾼다면 한여름에 백만 송이 무궁화꽃을 보게 될것이다. 백일 동안 백만 송이를 피워내는 무궁화꽃의 신비를 지켜본 이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신성한 목적도 함께 깨닫게 될 것이다.
 

 

하나의 꽃은 하루 만에 시들어 떨어지지만 새로운 꽃이 끝없이 계속되기 때문에 무궁화라고 부른다. 무궁화를 통해서 우리는 불법의 이치를 바로 배운다. 아니짜-‘모든 존재는 찰나간 생멸을 통해서 자기를 존속시킨다’ .

우리들 눈에는 전등불이 켜진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볼 수 있다면 1초에 60번 깜박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는 내 몸이 있고 내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세히 볼 수 있으면 내 몸의 세포들은 너무나 빠른 속도로 나고 죽음을 계속하고 있다. 나의 자아의식, 에고는 끊임없이 자기를 지속시키고자 하는 자기복제를 계속하고 있다.

한여름 백일간 피어나는 무궁화꽃을 보면서 아니짜와 아나타, 무상성과 무아성을 볼 수 있다면 우리는 무궁화꽃을 보면서 열반의 미소를 지을 수 있으리라.

글 사진 석현장(아시아문화재단 이사장, 대원사티벳박물관장, 현장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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