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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은이 만난 퀸-육아방송 조애진 이사장
김다은이 만난 퀸-육아방송 조애진 이사장
  • 송혜란
  • 승인 2015.07.24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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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가정주부였던 여성이 50대 후반에 다시 일을 시작한다면 무슨 일이 가능할까? 세 아이의 육아 경험과 30년간의 사회봉사 경험의 노하우를 살려서 50대 후반에 비로소 꿈을 실현해나간 여성이 있다. 2005년 ‘육아방송’을 인수해 10년 이상 우리나라의 육아교육을 위해 묵묵히 그리고 용기 있게 일해 온 조애진 이사장이다. 국내 유일한 임신출산육아 전문 채널인 육아방송은 출산율을 높인 그간의 공적을 인정받아 2014년에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가정의 달인 5월! 잡지 ‘퀸’은 5월의 퀸으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저출산대책위원회 위원장이자 육아방송의 이사장인 조애진 씨를 선정했다. 김다은 교수가 여의도 극동 VIP 빌딩에 있는 ‘육아방송’에서 그녀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글 김다은 교수(추계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사진 양우영 기자

육아방송에 발을 들여놓은 계기가 무엇인가?
결혼 전에 2년 정도 에어라인에서 근무한 것이 직장 경력으로는 전부였다. 그 후 30년간 육아와 가사 노동에만 전념했고 사회생활이라면 적십자에서 봉사를 해온 평범하다면 평범한 삶이었다. 그렇지만 육아방송과의 인연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잠재되어 있던 내 꿈, 어쩌면 어릴 때 아버지로부터 영향을 받았을 내 꿈을 조금 늦게 펼친 것뿐이다. 국회 보사위원회 전문위원이었던 친정아버지께서는 정부에서 산아제한을 할 당시에 엄청 반대하셨다. 나라가 흥하려면 인구가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고, 산아제한이 국가 장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셨다. 지금은 작고하셨지만, 아버지의 생각이 내 뇌리에 깊게 박혀 있다가 나의 소명이 된 셈이다.

50대 후반에 일을 시작한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나?
직업을 갖는 것이나 봉사를 하는 영역에 ‘늦다’라는 단어가 있을 수 없다. 30년 만에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사회와 연결된 끈을 놓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꾸준히 읽었고 봉사를 계속하는 가운데 나름의 통찰력이 생겼던 것 같다. 평생 아이를 키운 모성성과 30년간 적십자에 봉사하며 얻은 인간애를 합치면 잘 꾸려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 상업적인 목적이었다면 50대 후반에 그런 용기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육아방송이 어떤 방송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소개를 해 달라.
방송에는 지상파와 케이블 그리고 IP TV가 있다. 초기에 우후죽순 생겨난 케이블 방송들이 몇 년 지나지 않아 경제적인 이유로 상당수가 포기하거나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몰려 있었다. 그때 나는 케이블 방송을 공익적인 목적으로 활용할 생각에 2005년에 육아방송을 인수했다. 육아방송의 첫 번째 목적이 출산 증가이기에 통계청과의 협약으로 매일 인구통계를 스크린의 오른쪽 상단에 고지하고 있다. 아이들은 이 순간에도 태어나고 있고 숫자가 달라지고 있다. 두 번째는 부모들에게 임신출산육아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미아 찾기나 안전교육 등 육아에 대한 전 방위적인 교육을 24시간 방영하고 있다. 

육아방송은 2014년 대통령상을 수상했는데, 자랑을 해 달라.
정부에서 임신출산육아에 소홀한 이유가 ‘아이에게는 선거권이 없기 때문이다’고 농담들을 한다. 하하. 그만큼 소외되어 온 분야이다. 케이블 TV PP(프로그램 제공사)가 150여 개 있는데, 이 가운데 방송통신위원에서 ‘공익방송’ 인증을 받은 곳만 SO기지국을 통해 전국 방영이 가능하다. 육아방송은 10년 중에 8년간 공익방송에 선정되었고, 정부에서 해야 할 육아교육을 개인 방송차원에서 해왔다는 평가를 주변으로부터 받아왔다. 인구보건복지협회의 추천을 받아 제3회 인구의 날에 감사하게도 대통령상을 수상했는데, 앞으로 더 잘해 달라는 의미의 상일 것이다.       

육아방송의 대표 프로그램들을 소개해 달라.
국내의 약 43,000개의 어린이집 가운데 상당수가 부모 교육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어린이집 길라잡이’가 있다.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이 육아를 담당할 � 있도록 새로운 의식을 심어 주기 위한 ‘도전 슈퍼대디’도 있다. 특히 매년 8월 1일부터 1주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모유 수유 기간’에 방영하는 특별 프로그램이 있는데, ‘모유의 신비’이다. 2002년에 방송위원회 방송대상을 수상한 것으로, 모유수유넷 한국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내 입장에서는 육아 프로그램의 백미라고 여기고 있다.

모유 수유를 육아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고 계시는 것 같다. 모유 수유 등 아이들의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는가?
모유 수유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모유는 아이의 면역력과 자신감을 키울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안정되게 만든다. 모유 수유는 엄마의 유방암도 예방할 수 있다. 건강증진 프로그램으로는 유치와 관련한 소아치과, 소아과, 틱 장애나 정신장애와 관련된 소아정신과 전문가 강의가 있다. 그리고 스크린의 자막을 통해 육아의 건강 팁을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는데, 예를 들면 6개월 이전의 아이들에게는 꿀을 먹이지 않는 것이 좋다. 면역력을 완전히 갖추지 못한 아기가 보툴리눔균(Clostridium botulinum) 포자에 의해 영아 보툴리누스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옛날 대가족 제도에서는 어머니와 집안 식구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를 돌보면서 건강 팁을 자연스럽게 전해줄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핵가족화로 엄마 혼자 육아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정보나 교육면에서 한계가 있다. 육아방송은 가능하면 과거 할머니나 어머니 그리고 이모, 고모들이 해온 역할을 해주고 싶다.

부모들은 아이의 두뇌 개발에 관심이 많은데, 어떤 방향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나?
다시 모유 수유를 강조할 수밖에 없다. 모유 수유를 하면 평균 아이큐보다 10포인트 정도 높아진다는 통계가 있다. 육아방송에서는 모유 수유 홍보대사를 뽑아 자연적 두뇌 개발 방법을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몬트리올 대학교 연구진에 따르면, 아이에게 자율적인 선택권을 주면서 긍정적인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하는 어머니의 능력이 높을수록 아이의 인지 능력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두뇌 개발을 위해서는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 주고, 어머니의 집 밥 등을 통해 영양을 잘 섭취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마음껏 뛰놀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끔찍한 이야기 하나 할까, 어느 날 한 아이가 아파트 승강기에서 내리지 않고 구석에 앉아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하기에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수영을 하고 왔는데 주산학원에 가야 하고 그 다음에는 미술학원에 가야 하는데 힘이 없어서 앉아 있다.”고 했다. 아이의 두뇌 개발을 위해 많은 돈과 열정을 쏟아붓지만, 도리어 그런 아이는 주의력 결핍 장애(ADHD)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참, 요즘 방영되고 있는 두뇌 프로그램으로는 ‘김영훈의 두뇌 개발 프로젝트’, ‘손석한의 1mm 육아’, ‘우리 아이 성장프로젝트 내 아이를 디자인하라’가 있다.

최근 타이완에서는 아이가 스크린을 많이 보면 14,000유로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법을 제정했다. TV 등에 아이들이 장시간 노출되었을 때 자라면서 산만해지고 청소년기 심리적 불안 상태를 겪기 때문이라고 한다. 육아방송은 많은 시청을 원하면서도 아이들의 과다한 시청을 막아야 하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0~2세까지는 TV를 보지 않는 것이 좋다. 누워서 TV를 보게 되면, 아이의 사시나 각막 손상이 일어나기 쉽다. 인지 능력이나 언어 발달에 조금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산만해질 가능성도 높아진다. 2세 미만에서 보게 할 경우에는 부모가 관장하고 아이가 혼자 보게 해서는 안 된다. 만화영화라고 해서 모두 어린이를 위한 것이 아니니 잘 검토한 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그런데 육아방송은 육아를 위한 부모 교육 방송이기에 그런 딜레마는 적은 편이다.  
이혼이나 입양이 늘고 있어, 전통적인 가족에 기초한 육아방송만으로 충분치 않을 것 같다.
많은 여성들이 직장 생활을 하고 있고, 가정주부라 할지라도 쉴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남성들이 육아를 분담할 수 있게 유도하고 있는데, 아빠가 아이와 놀아 주면서 끼니를 만들어 줄 수도 있고 집안을 정리정돈하면서 같이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혼 가정, 다문화 가정, 조손 가정 등 다양한 가정의 형태가 있어 방송이 더 조심스럽다. 가령 ‘엄마 곰은 날씬해 아빠 곰은 뚱뚱해’라는 노래 구절은 아빠 없는 집에서는 가슴 아픈 구절이 될 수밖에 없고, 실제로 그 노래에 대해 항의를 받은 적도 있다. ‘육아솔루션’을 통해, 홀로 아이를 기르는 엄마의 우울증이나 엄마의 우울증의 전이로 생겨난 아이의 우울증 그리고 화를 많이 내거나 무조건 떼를 쓰는 아이를 위한 개선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새로운 가족 형태에 필요한 육아법을 매우 신중하게 기획해 가고 있다.

최근 TV 연예 프로그램 등에 아이들의 출연이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 가령 최근의 쌍둥이 혹은 삼둥이 육아 프로그램 등도 인기가 있다. 아이들이 TV 프로그램에 많이 노출되는 것이 육아에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려하는 점은 없는가?
영아나 소아들을 텔레비전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시키는 것이 열병처럼 번지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도 많은데, 가령 남성이 육아를 할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양로원의 노인들은 이런 유의 프로그램을 보고 또 보면서 너무나 좋아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면 좀 다른 문제다. 시간을 오래 끌어서 최대한 효과를 보는 것은 광고일 것이다. 아이를 위해서는 그 시간이나 기간이 지나치게 길지 않았으면 한다. 외국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휴스턴 대학의 한 학술지는 과학 · 기술 · 엔지니어링 ·수학 분야의 능력을 증진시키고 싶으면 예술 분야로 아이들을 먼저 육성해야 한다는 논문을 내놓았다. 어떻게 생각하나?
너무나 중요한 질문이다. 가령 피아노를 치는 아이들의 언어 능력이 더 빨리 발달한다. 예술은 정서를 바탕으로 하고, 정서는 지적 능력의 배경과 다름없다. 그러나 예술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데, 아이들이 집 밖에 나가 노는 것이다. 노을을 바라보면서 자연과 함께 정서적 체험을 하거나, 골목길에서 또래의 아이들과 같이 뛰어놀 수 있어야 한다. 과학이나 기술보다 예술이 앞서야 하고, 노는 즐거움이 앞서야 한다.
  
육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육아방송이 해야 할 혹은 개인적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보다 육아청이 있으면 좋겠다. 서울만 해도 각 구마다 산모에 대한 대접이 다르다. 가령 여유가 있는 구(區)는 몇 백만 원의 축하금을 지급하지만, 다른 어려운 구에서는 미역을 보내주는 정도이다. 만일 정부가 육아청을 만든다면, 임신출산육아의 모든 과정과 비용을 통합해서 관리할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부모들의 공로를 제대로 축하하고, 무엇보다 행복한 산모가 되게 해주고 싶다. 둘째, 어린이집 교사들의 직업 환경을 개선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수의 아이를 돌보아야 하니 교사는 옴짝달싹하기 어려워서 제대로 화장실을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호소한다. 방과 후 부모들이 정확한 시간에 아이들을 픽업하여 교사들의 시간과 노고를 덜어 주어야 하는데, 외국에서는 5분 늦으면 20달러, 10분 늦으면 몇 배의 페널티를 물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적십자와 육아방송이 함께 청소년들의 콘돔 사용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하고 싶다.

요즘도 계속 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왼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알게 해줄 수 있는가?  
지난 30년간 적십자에서 봉사해 왔지만, 봉사 내용을 일일이 나열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최근에는 에이즈 퇴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작년에 에이즈 백신 개발을 위해 류지영 새누리당 의원, 한영실 숙명여대 교수, 김해련 송원그룹 회장, 송경애 SM C&C 사장, 진에어 조현민 전무, 프린세스 주얼리 오분희 사장과 함께 10만 달러의 기부금을 가지고 인도를 방문했다. 이 기부금의 목적은 에이즈에 걸린 엄마로부터 수직 감염을 막아 태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국에서는 에이즈 보균자로 등록된 사람이 1,000명 정도로, 다 드러난 수치는 아니다. 주변의 시선이나 직장 문제 등으로 보균자임을 숨긴 상태에서 성관계를 계속하고 있다. 에이즈가 음성적으로 퍼져나가는 상황이라 미래에 태어날 아이를 생각하면 매우 염려스럽다.

살아오면서 가장 기뻤던 일과 힘들었던 일은 무엇인가?
매일 매일이 내 생일이다. 매일 새로 태어나는 삶에 감사한다. 특히 세 아들을 결혼시키는 결혼식장에서 많이 감사했다. 아들들에게 마음이 따뜻한 여자를 고르라고 조언했는데, 정말 그들은 마음이 따뜻한 신부들을 골랐고, 그래서 그런지 손자 손녀까지 마음이 따뜻하다.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일은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가서 잘 적응하지 못해 휴학을 했던 일이다. 지방 출신이라 그런지 서울말도 잘 되지 않고, 복잡한 교통 체계며 친구들의 대화에 잘 끼어들지 못해 왕따가 된 기분으로 좌절이 심했다. 친구들이 왕따 시켰다기보다 내 스스로 왕따가 됐을 것이다. 그 후 신문방송학과 연극반에서 놀이를 하면서 조금씩 서울 생활과 친구들에게 적응할 수 있었다. 내가 인천 청소년적십자모임(RCY)에서 이 이야기를 곧잘 한다. 그때 경험 때문인지, 나는 어떤 모임에서도 친한 사람을 먼저 찾아서 곁에 앉지 않고 지방 출신이나 혼자 있는 사람을 찾아 그 곁에 앉는 습관이 생겼다. (조애진 이사장은 손수 감잎차를 준비하면서 심신을 안정시키는 데 좋다고 했다. 그녀의 정서와 배려가 감잎차보다 사람을 더 안정시키는 듯 했다.)    

독자들에게 육아를 위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만 조언한다면?
런던 대학의 에드워드 멜허쉬(Edward Melhuish) 박사를 초청해서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강연 제목은 ‘유아교육의 장기적 효과와 영국 정부의 역할’이었는데, 2시간에 걸친 긴 강연에서 수많은 지식과 노하우를 쏟아내고 난 뒤에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 있다. “엄마의 무릎이 최고의 학교다!” 아이는 어머니가 길러야 한다는 뜻 일게다. 어머니의 무릎 위의 교육이 신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나 지능적으로나 최고라는 뜻이다.

육아방송의 채널은 몇 번인가?
육아방송 홈페이지나 http://www.ugatv.net/uga/city.php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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