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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ARS 연결, 속이 터진다
은행 ARS 연결, 속이 터진다
  • 송혜란
  • 승인 2015.07.28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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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한 통화당 평균 3분 29초 걸려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ARS 연결을 시도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속 터지는 경험을 해보았을 것이다. 전화 한 통화 하는데 왜 이리 눌러야 할 번호도 많고 연결되는 데 수분이 소요되는지. 그런데 그 대기 통화료까지 소비자가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달에는 은행 ARS 연결 실태에 대해 다뤄 본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소비자 A씨는 최근 먹통이 된 은행용 공인인증서로 인해 문의할 일이 생겨 모 은행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해당 사항에 대해 문의하는 데 눌러야 할 버튼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중요 상담 외에는 모든 메뉴가 다 기타로 분류돼 있어 상담사 연결을 시도했는데, 통화가 가능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에 A씨는 “직장에 다니느라 은행에 들릴 시간이 없어 ARS를 자주 이용하는데, 늘 이러한 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상담자 연결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 전화를 끊고 다시 걸기를 반복하게 된다. 이탈자를 노리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문의 전화가 많아 상담 메뉴를 세분화한 것은 알겠지만, 이는 철저히 상담 업무를 보는 은행 직원들의 편의만을 생각한 것이지 전혀 소비자 지향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소비자 B씨도 불만이 많기는 마찬가지. 특히 최근에서야 은행 ARS 연결 통화료가 소비자부담인 것을 알고 더욱 화가 났다고 한다.

“통신사 등 여타 고객센터 전화가 수신자 부담으로 돼 있어 당연히 은행 문의 전화도 무료로 제공되는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올라오는 정보들을 보아하니 사실은 전혀 다른 것 같더라. 그렇다면 은행에서 미리 공지를 해줘야 하지 않았을까? 이는 소비자를 우롱하고 기만하는 행위다.”

소비자가 은행 ARS 통화로 지출하는 비용
연간 306억 원 ‘충격’

소비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자 결국 금융소비자연맹이 컨슈머 인사이트와 함께 은행 ARS 실태 서비스 평가를 실시했다. 은행의 ARS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불편과 불이익을 확인해 그 원인을 찾고 개선하며, 은행과 상담원 그리고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금소연에 따르면, 이번 조사는 시중 은행 10개와 지방 은행 2개 총 12개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지난 4월 6일부터 17일까지 은행별로 60회씩 총 720통화를 진행해 소요 시간과 절차를 측정, 분석했다. 10~12시, 13시~15시, 16~18시 주 5일간(월~금) 각 시간에 걸쳐 전문 평가원이 은행별로 네 번씩 전화하는 방식이었다. 평가는 ‘소요 시간 측정’과 ‘상담원 평가’, ‘종합 평가’ 3개 영역으로 나누었다.

그 결과, 금소연은 정기적금과 예치식 적금 등 간단한 상품 상담에 필요한 시간이 평균 3분 29초였으며, 소비자가 부담하는 한 통화당 평균 요금은 휴대폰 기준으로 376원이었다고 밝혔다. 소비자가 은행 ARS 통화로 지출하는 비용은 연간 306억 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총 소요 시간 중 상담원 연결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72초였으며, 이는 수신 안내 시간 12초, 메뉴 제시 시간 37초, 상담원 연결 요청 후 대기 시간 21초로 구성돼 있다.

소비자의 용무를 확인하기 위해 제시되는 메뉴 수는 평균 9.7개였다. 상담원의 연결을 위해 “0번을 누르세요”는 모든 은행이 맨 마지막에 위치해 두고 있었다. 이에 용건 확인에 걸리는 시간이 연결 대기 전체 시간의 2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은행, 은행 ARS 실태 소비자 평가 최악

상담원 연결까지 대기 시간 부분에서 신한은행은 49초, 한국시티은행은 58초, 우체국이 60초로 각 1, 2, 3위를 차지하면서 가장 짧았다. 최하위인 우리은행은 109초로 신한은행의 2배를 넘었다고 금소연은 설명했다.

또한 상담원 연결 요청 후 90초 이상을 기다리다 포기한 사례는 전체의 4.4%였다. ‘Abandon call’이 없는 은행은 3분의 1에 불과했으며, 발생 건수는 국민은행이 9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구은행, 우리은행, 부산은행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소비자들은 은행 ARS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상담원 연결 지연 등 이용상 불편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이용에 따르는 비용 모두도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이는 소비자 친화적인 미국과 일본에 비하면 크게 미흡한 상태라고 금소연은 평가했다.

이에 대해 금소연 관계자는 “금융소비자의 편익 증대를 위해서는 ARS 이용에 따른 비용 부담을 은행이 전담하고, 상담원 연결 소요 시간 단축, ARS 이용 가이드 제시 등 혁신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080 번호 구축과 음성 인식 ARS, 보이는 ARS 등이 그 구체적인 제시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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