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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숨으로 돌아오다. 배우 김정은
편안한 숨으로 돌아오다. 배우 김정은
  • 이윤지
  • 승인 2015.07.29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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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은 열정
▲ 사진=SBS

드라마 퀸 김정은이 <여자를 울려>로 복귀했다. 전직 강력반 여형사 출신의 정덕인은 아들을 잃고 밥집을 운영하며 아이들을 지키는 홍길동 같은 아줌마다. 대부분 발랄하고 코믹했던 전작과는 많이 다르다. 엄마로 돌아온 김정은의 새 호흡.

가냘픈 어깨, 작은 얼굴, 그리고 매끈하게 삭발한 머리. 김정은은 파격적인 인상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배우다. 선이 가는 입술은 어쩐지 차가울 것 같고 웃는 얼굴이 아닐 땐 동그란 눈도 좀 도도해 보인다. 그러나 김정은은 작품을 더해가면서 폭소하게 하는 어리바리한 모습이 사랑스러운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줘 왔다. 3년 만에 브라운관으로 복귀한 김정은.

시간을 머금고, 새로이

TV에서 보는 김정은, 참 오랜만이다. 그간 그는 후학 양성과 학업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부터 성신여대 미디어영상연기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최근 활동이 좀 뜸했던 건 겸임교수로 임명된 덕분. 김정은 자신에게도 물론 그렇겠지만 연기자를 꿈꾸는 여학생들에게는 더욱 기쁘고 설레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파리의 연인>으로 남녀를 불문한 모두의 연인이 됐었던 김정은은 한 해 한 작품 정도는 꾸준히 이어왔었다. 이번 공백이 꽤 길었던 것은 이처럼 특별한 시간을 위해서였나보다. 김정은은, 이미 스타일이 확고한 연기자다. 무엇을 더 연마하거나 다른 방식을 찾을 필요 없이. 그렇지만 이 같은 안정적인 평가와는 별개로 스스로를 재정비하고 색다른 길을 찾는    일이 그에게는 필요했나보다. 요란스럽지 않게, 가르치고 배우며 남다른 성장을 했을 김정은의 새 작품은 그래서 더욱 관심이 간다.

캐릭터와 플롯에 관한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김정은의 새 드라마 제목은 <여자를 울려>. 이번 복귀에 관해 김정은은 ‘감동적이고 반갑다’는 표현을 썼다. 시청자들 역시 같은 마음일 것이다. <여자를 울려>의 김정은은 전직 강력반 여형사 출신이다. 지금은 고등학교 앞에서 밥집을 운영하는 ‘덕인’으로 완벽 변신하기 위해 그는 액션 스쿨을 다니며 준비했다.

아들을 잃고 남은 삶을 꿋꿋이 살아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는 이 드라마는 김정은의 필모그래피 중 단연 독특한 한 역사가 될 것이다. 그는 강력계 여형사들 직접 만나 인터뷰하고 지구대 탐방까지 했다. 그간 김정은 하면 떠오르던 ‘로맨틱 코미디 퀸’의 상큼하고 가벼운 느낌과는 아주 다르다.

덕인에겐 ‘강렬한 카리스마와 진한 모성애를 넘나드는’이라는 설명이 붙는다. 그러나 김정은은 단순히 덕인을 선택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주목할 것은 지금 배우 김정은의 나이, 그 시간의 얼굴만이 가질 수 있는 고민을 스스로 택했다는 사실일 거다. 아들을 잃은 엄마의 마음을 적확하게 읽을 수는 없는 미혼의 배우에게 쉬운 선택이 아니다. 그럼에도 덕인을 소화해야 하는 김정은은 제대로 오열하고, 마음을 다지며 <여자를 울려>를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를테면 아이를 가진 엄마가 공감할 수 있는 절제된 울음과 거칠고 헝클어진 행색 같은 것들을 표현하는 데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따뜻하고 편안한 배우

드라마 <해바라기>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하는 ‘삭발의 아이콘’. 수수하다 못해 너무 대충 인 차림새에 중얼중얼 할 말 다 하는 사랑스러운 ‘재벌의 연인’. 김정은을 만난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다가가 안아주고 싶은 기분이 들게 하는 여자들이다. 역할 자체의 특성인지 김정은의 방식인지는 확실히 가늠하기 어렵지만.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여배우의 이미지는 아마 그에게서 가장 먼저 발견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남자들보다 여자들에게 환호 받은 경우가 많다는 것도 특징적이다. 그건 아마 새초롬하면서 예쁘장한 외모와 달리 호탕한 행동거지와 엉뚱한 말투를 자연스레 구가하는 연기 스타일 때문이었을 것.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은 단순히 웃기는, 밋밋한 유머만으로는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진지한 고백을 하고 침묵을 이어가기도 하며 때로 아주 아름다워야 하니까.

드라마 <파리의 연인>, 영화 <내 남자의 로맨스> 등 그의 대표작들에서 김정은은 그 입체감을 누구보다 우월하게 풀어냈다. <김정은의 초콜릿>은 배우가 진행하는 전무후무한 심야 음악프로그램이었다. 김정은의 본래 모습도 드라마에서처럼 따뜻하고 친근할까, 하는 물음을 채워줬던 이 프로그램에서 그녀는 자신의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눈물도 감추지 않으며 진솔하게 꺼내놓기도 했었다.

<여자를 울려>의 덕인은 영화 <사랑니>에서의 김정은을 떠올리게도 한다. 차분하고 골똘하며, 때로 정열적인 여자의 모습. 김정은에게서 주로 발견할 수 있었던 툭 던지는 유머와 귀여운 표정 같은 것들과는 다른 성숙함과 절제가 느껴지는 여인의 모습이 그것이다. 첫사랑의 기억을 섬세하게 더듬어 가던 서른의 ‘인영’과 나이가 조금 더 들어 삶의 다양한 방향을 꽤나 정확히 직시하게 된 ‘덕인’은 다른 작품들에서와는 확연히 다른 진중함을 가지고 있다. 쓱 올려 묶은 머리에 앞치마 차림, 전 남편을 마주할 때면 어두운 그늘로 더욱 지쳐 보이는, 그럼에도 너무나 아름다운 여인의 이야기인 <여자를 울려>로 김정은은 지금의 나이에 꼭 맞는 한 여자를 온 몸과 마음으로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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