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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냉장고와 집밥, 삼시세끼 좀 나아졌습니까?
당신의 냉장고와 집밥, 삼시세끼 좀 나아졌습니까?
  • 이윤지
  • 승인 2015.07.29 1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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쿡 채널
▲ 사진=tvN

바쁜 일상이든 따분한 나날이든 누구나 끼니를 챙겨먹는다. 글쎄, 하루 한 번 혹은 두 번? 좀처럼 세 끼니를 든든하게 먹는 날을 손에 꼽을 수 없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정성스러운 한 끼 챙기기가 참 어려운 요즘, 이 프로그램들 어쩜 이리 유용할 수가 있나.

고단한 저녁, 집에 들어오면 녹초가 됐던 몸은 정점을 찍고 더 너덜너덜해 진다. 소파에 누워 따분한 얼굴로 채널을 돌리던 엄마가 “밥은?” 한다. 밥을 어떻게 할까. 에이, 이따 출출하면 대충 때우지. “됐어~” 각자 따로 알아서 먹게 된 지 오래다. 대충 씻고 나와 요샌 뭐가 유행인가 TV나 볼까 앉아본다. 제목하야 <삼시세끼>. 종일 밭을 일구고 구시렁대다 어설프게 손질한 재료들을 툭툭 끓이고 무쳐 한 상을 차려낸다. 우와, 거 무지 맛있게 보이네.

때로 반갑고, 때로 허한 말 ‘끼니’  

<삼시세끼>의 가장 빛나는 요소는 제목이 아닐까? 보는 순간 뱃속이 참 간절하게도 쑤욱 비어버리는 것 같다. 이서진과 옥택연이 땀 뻘뻘 흘리며 뭘 심고 베는데, 그 드넓은 밭에 놓인 두 남자의 난감한 상황을 한참 따라가 보는 것이 희한하게 시간이 잘 간다. 그리고 무심코 기다리게 되는 것, 밥 시간.

투박하게 짓고 끓인 평상 위의 한 상에 군침 돌았던 적 여러 번 이었을 거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일한 뒤 몇 가지 찬과 밥과 국, 언제부터 그리 귀한 존재가 됐을까. 천천히 이것저것 찾아내 모으고 함께 만들어 먹는 ‘삼시세끼’의 슴슴한 재미는 죽 끓이듯 뭉근하게 하루 세 번의 시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삼시세끼>, <집밥 백선생>의 뜨끈한 밥은 중독성이 있다. 다른 일들에 치여 밥 먹는 일에 소홀했던 여러분을 문득 ‘아, 밥’ 하는 깨달음으로 인도하기도 한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이란 말은 몇 번을 들어도 옳다. 요즘 ‘쿡방’ 레시피는 점점 더 쉬워지고, 바로 지금의 허기를 채우고 싶게끔 유혹의 강도가 세졌다. 먹는 것의 즐거움, 그리고 그 본질을 아주 쉽게 다시 말하고 있는 거다.

들판에선 땀을 흘리고 나서 모여서 끼니를 만들고 주방에선 익숙하면서도 그리운 찬들을 어렵지 않게 해 볼 수 있도록 가르쳐 준다. 화려하고 복잡한 접시 대신 후딱 만들어 담아낸 뜨겁고 정겨운 맛들이 침을 꼴깍 삼키게 한다.

‘끼니’. 함께할 사람이 있다면 반갑게 어서 마주앉아보고 싶게 하는 말인 동시에, 오늘도 내일도 제대로 챙길 여유가 없는 누군가에겐 때로 속이 슬쩍 아릴 만큼 허해지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제이미 올리버의 레시피는 정말 쉽고 빠르지만 서양식 재료를 구하는 데 시간을 들이고 발품을 팔아야 하다 보니 도전할 엄두가 나지 않았고, <최고의 요리비결>의 친절한 요리선생님들이 가르쳐준 요령은 두고두고 쓸 수 있는 진귀한 정보였지만 어렵지 않다는 푸근한 말씀들은 가끔 야속할 때도 있었다. 스타 셰프를 비롯해 요리 좀 한다는 스타들의 레시피들을 꼽아보자면 참신하고 궁금해지는 것들도 많았지만 허한 몸을 한결같이 챙겨줄 끼니로 대신하기에는 어딘가 좀 안 어울렸을 것이다.

사 먹고 말지, 하는 핑계였을까? 그 억울한 마음을 정확히도 잡아낸 것이 바로 이들, <삼시세끼>나 <집밥 백선생>, <냉장고를 부탁해> 같은 ‘끼니 집중형’ 프로그램이라는 말이다.

풍성한 레시피를 부탁해

백종원 셰프의 ‘만능간장’이 화제다. 돼지고기를 갈아 간장과 설탕에 넣고 끓여 두고두고 쓰는 이 간장은 볶음과 조림에 골고루 쓸 수 있는, 순식간에 반찬 한 접시가 뚝딱 만들어지는 마법의 소스다. 집밥 백선생은 일찍이 냉장고에서 꺼내고 복잡하지 않게 해내는 요리의 중요성을 잘 알고 계셨었으니까. 만능간장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방송된 날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을 지나 며칠이 지나도록 만능간장으로 성공한 두부조림, 꽈리고추, 마늘종, 어묵볶음 인증 샷이 여기저기 올라왔고 생활정보 포스트로 운영되는 SNS 계정들은 순서를 나누기도 민망할 만큼 너무 간단한 만능간장 레시피를 정성스레 재가공해 포스팅했다. 그래,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레시피란 이런 것이었나 보다. 번개처럼 빠른, 그렇지만 놀랍게도 맛깔스러운!

정선에서 고생 끝에 그들이 먹는 ‘삼시세끼’는 눈대중과 손맛이 8할이나, 야식을 겨우 참게 한 복스러운 비주얼 덕에 앱 서비스 ‘이밥차’를 통해 정확하게 정리한 레시피가 단독 공개된다. 스타의 냉장고를 그대로 들고 와 재료를 점검한 셰프들의 손을 거친 주제 요리를 펼치는, 재료 처리형 또는 부탁형 쿡방이 또 인기다. 중식, 양식 부문의 내로라 하는 셰프들이 캔, 레토르트 제품 등을 적극 활용하며 누구든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수준으로 요리하고 가르쳐준다.

끼니를 되돌아본다는 건 심신을 어루만지는 시간과도 일맥상통한다.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거나 당장 내 냉장고에 없는 것들을 주재료로 하고 있는 일품요리보단 지금 당장 뜨끈하게 맛볼 수 있는 소박한 한 끼니를 권장한다. 갑자기 엄마 손맛을 장착한 듯 신기한 맛을 냈다는 뿌듯함이 덤으로 따라오는, 당신 냉장고에서 꺼내 지금 만들어 먹는 집밥으로 삼시세끼 든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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