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8:15 (수)
 실시간뉴스
전남 장흥 ‘해산토굴’에서 만난 작가 한승원 ‘차 한잔의 명상'
전남 장흥 ‘해산토굴’에서 만난 작가 한승원 ‘차 한잔의 명상'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7.02.11 2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 한승원. 그가 서울생활을 뒤로하고 고향인 장흥으로 내려간 지도 10여 년이 흘렀다. 스스로 ‘해산토굴’이라 이름 지은 집필실에 자신을 가둔 그는 매년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며 젊은 작가들의 사표가 되고 있다. 지난 12월 그는 해 넘기기가 아쉬웠던지 ‘차 한잔의 깨달음(김영사)’이라는 에세이집을 냈다. 전남 장흥 ‘해산토굴’에서 죽로차 밭 일구며 글쓰기에 전념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글_ 신규섭 기자
사진_ 박민철 기자

“이태백은 흔들리면 술 한잔 했지만 나는 흔들리면 차를 마신다.”
작가는 책머리에 이렇게 밝히고 있다. 그만큼 그는 차를 가까이 했다. 평생을 두고 차를 마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를 마시면서 어지러운 생각을 정리하고, 차를 마시며 사유에 잠긴다.
작가들이 갖고 있는 관심은 곧 작품으로 이어진다. 그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남다른 차 사랑은 소설 ‘초의’를 탄생시켰다. 우리나라 차의 시조라고 칭송받는 초의 선사를 다룬 작품을 쓴 후 많은 차인들이 작가를 찾았다.
그렇게 알게 된 사람이 순천에 사는 차 명인 신광수 씨다. 신광수 명인을 만난 후 작가는 직접 죽로차 밭을 일굴 계획을 세웠고, 3년 전 그 일을 실행에 옮겼다. 차 나무가 제법 자라 볼 만하다는 작가의 말을 듣고 집필실인 ‘해산토굴’을 찾았다.

조갯국에 회 먹으니 건강할 수밖에요
2005년 겨울 이후 1년 만에 작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여전히 멀었다. 아침 일찍 출발했지만 도착하니 오후 해가 벌써 지고 있었다. ‘해산토굴’ 근처에 다다르자 전에 없던 주차장이 있었다. 집필실 입구에는 ‘당신의 방문이 작가의 글쓰기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란 글귀가 보였다. 그것 또한 전에 없던 것이었다. 오후 내내 기다렸다는 작가는 사람들이 무람 없이 드나들어 어쩔 수 없이 주차장을 만들었다고 했다.
소설과 인문서적, 잡지들이 빼곡히 들어찬 거실에 들어선 작가는 단편소설에 치중하는 문단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부지런히 장편소설을 펴내고 있는 작가는 단편소설을 써야 호구를 할 수 있는 우리 문단의 현재 상태가 기현상이라고 말했다.
한승원은 또한 작가들이 조로하는 풍조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세대를 거치면서 작가들의 생명이 연장되기는 했지만 조로의 풍조는 문단에 여전히 남아 있다. 같은 연배의 작가치고 지금까지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가 거의 없다는 현실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헤르만 헤세나 카뮈, 사르트르 같은 작가들을 보세요. 명작이라고 하는 작품들은 모두 장편들이에요. 대부분이 노후에 쓴 작품들이고요. 그들처럼 늙어서까지 작품 활동을 하기 위해 작가는 몸과 마음을 늘 관리해야 합니다.”
작가는 “죽을 때까지 글을 쓰겠다”고 말했다. 작가가 그렇게 생각한 것은 어쩌면 아버지를 이어 소설을 쓰는 두 자녀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승원은 소설을 쓰는 두 자녀에게 전범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나이 들어 계속 글쓰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작가는 글쓰기를 위해 우선 마음 관리를 주문한다. 마음이 흐트러지면 좋은 글이 나올 수 없다. 작가는 마음 관리를 위해 열심히 책을 읽으라고 권한다. 불경을 비롯해 노자, 장자의 저서를 기본으로 서양의 고전과 현대 문예사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독서를 통해 마음을 관리해야 한다. 마음 관리만큼 중요한 것이 몸 관리다. 해를 넘겨 예순아홉에 접어든 작가는 그 나이에 비해 피부도 곱고 혈색도 좋다. “만날 조갯국에 회를 먹으니 건강할 수밖에요. 요즘은 집사람이 직접 따오는 굴이 꿀맛이에요.”

아내가 만든 차를 마시면 눈물이 나려 한다
여기에 차를 빠뜨릴 수 없다. 작가는 차 향기를 통해 순수를 배운다. 순수는 한 생명체가 막 태어났을 때, 어떤 일인가를 처음 시작했을 때, 어떤 사람과 처음 사귀었을 때의 첫 마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