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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적인 사랑에서 경제적 조력자로
무조건적인 사랑에서 경제적 조력자로
  • 권지혜
  • 승인 2015.09.24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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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손주 지원방식
▲ 사진=서울신문

얼마 전 국내의 한 유명 백화점이 새 학기를 맞아 마케팅의 일환으로 ‘손주의 날’을 기획하면서 ‘피딩족(Feeding族)’이라는 신조어를 소개했다. 피딩(Feeding)은 영어로 ‘수유’를 뜻하는데, 경제적(Financial)으로 여유 있고, 육아를 즐기며(Enjoy), 에너지가 넘치면서도(Energetic), 헌신적(Devoted)인 할아버지, 할머니를 가리킨다.

경제력이 높은 신세대 조부모가 늘어나면서 손주를 위해 아낌없이 지출하는 현상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중산층 이상의 조부모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조사대상자 전원이 지난 1년간 손주에게 돈을 쓴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들이 손주에게 지출한 액수는 연 평균 279만원(월 평균 23만원)이다.

<손주를 위해 주로 언제 지출하나>

▲ 출처 : 2014,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실제로 과거에 비해 조손(祖孫)관계의 의미가 더 커지고 있다. 일단 조부모로서 살아가는 기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여성이 처음 할머니가 되는 나이가 대략 55세(2012년 기준)이므로 평균수명을 고려하면 손주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무려 30여년에 이른다. 여기에 성인자녀 세대의 저출산 등으로 인해 가족 규모가 축소되면서 조부모와 손주 사이가 예전보다 가까워졌다. 서로 간의 친밀도가 높아지면서 정서적 가치가 보다 높아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신세대 조부모들은 자신의 손주에게 더욱 애착을 갖고 지원을 아끼지 않으려 한다.

<손주를 위한 경제적 지원은 언제까지?>

▲ 출처 : 2014,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손주 교육 위한 금융상품 가입 비중 커져

손주를 위한 경제적 지원은 이왕이면 ‘무언가 가치 있는 일’, 즉, 윗세대로서 다음 세대의 미래와 교육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조사에서 조부모들이 지난 1년간 손주에게 가장 높은 빈도로 지출한 항목은 선물이나 용돈이었다. 하지만 지출금액 면에서는 손주를 위해 든 보험, 예·적금, 펀드 등의 금융상품 또는 교육비로 쓴 돈이 가장 많았다. 손주 이름으로 가입한 금융상품이 나중에 어떻게 쓰이길 원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미래의 교육비’가 47%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긴급자금(20%)’, ‘어느 때든 필요할 때(19%)’의 순으로 나타났다.

<조부모가 손주에게 지출한 항목의 연평균 금액(지출자 기준)>

▲ 출처 : 2014,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손주의 기억 속에 오래 남고 싶은 조부모들

신세대 조부모들은 노년에 접어들면서 ‘교류를 위한 소비’를 무엇보다 가치 있다고 여긴다. 여행이나 등산, 친구나 가족과 함께 하는 외식에 대한 소비의욕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다. 손자녀를 위한 지출은 조부모의 사랑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조부모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은퇴연구소의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조부모들(86.2%)가 ‘손주에게 오랫동안 기억되고 싶다’고 응답했으며, 이러한 성향이 강한 조부모일수록 손주를 위한 금융상품 가입과 같은 ‘장기성(長期性) 지출’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질적인 경제적 조력을 통해 미래에 손자녀가 성장했을 때 자신의 사랑을 잊지 않고 오래도록 기억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조부모들의 니즈를 반영해 세대를 이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보험 상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보험 상품 하나로 본인의 보장과 노후자금을 준비하면서 손주를 위한 경제적 지원 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은 물론, 효과적인 자산증여도 가능하다. 조부모가 부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손주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세대 생략 증여’는 조부모에서 부모, 다시 손주로 대물림하는 증여보다 세금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손주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해주고 싶은 마음은 돈이 많든 적든 모든 조부모의 공통된 바람이다. 사랑하는 손주가 필요할 때 조부모가 모아둔 돈을 받게 된다면, 그보다 더 오래 기억될 만한 유산이 또 있을까.

글 윤원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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