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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보타 시게코 여사 추모식 현장
구보타 시게코 여사 추모식 현장
  • 권지혜
  • 승인 2015.09.24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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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부인이자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

지난 8월 5일 오후 경기도 용인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의 부인 구보타 시게코 여사의 추모행사가 열렸다. 구보타 여사는 오랜 투병생활 끝에 7월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소재의 베스 이스라엘 병원에서 별세했다. 그의 지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추모행사에 함께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백남준의 부인으로 더 유명한 구보타 시게코는 1964년 초 도쿄에서의 첫 개인전 이후 뉴욕 르네 블록 갤러리, 뉴욕현대미술관(MoMA), 휘트니 미술관 등에서 ‘비디오 조각’ 개인전을 열만큼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해왔으며, 40여 년간 백남준의 곁에서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었다.

구보타 시게코 여사는 오랜 암 투병 생활 끝에 상태가 악화되어 지난 7월 23일 남편인 백남준의 곁으로 떠났다. 백남준의 아내로서, 조력자로서, 예술가로서 한 평생을 살아온 그를 기리는 추모식이 지난 8월 5일 백남준 아트센터에서 열렸다.

한 명의 ‘예술가’로서의 구보타 시게코를 기리다

추모식은 백남준과 구보타 여사의 지인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메모라빌리아(Memorabilia)에서 약력 소개, 추모영상 상영, 추모사, 헌화 순서로 진행됐다. 메모라빌리아는 백남준의 뉴욕 브룸 스트리트 스튜디오의 벽면 및 창틀을 비롯한 공간을 재현하고, 스튜디오를 구성하던 실제 사물과 문서들을 그대로 옮겨와 배치한 상설 전시 공간이다.

추모영상은 두 편이 상영되었는데, ‘백남준의 아내’이기보다 ‘예술가’로서의 구보타 여사를 조명하는데 중점을 두었다. 추모식에 참석한 그의 지인들 역시 영상을 보며 ‘예술가’ 구보타 시게코를 떠올렸다.

첫 번째 영상은 미국영화연구소에서 1986년 제정한 독립영화 관계자 및 비디오 아티스트에게 수여하는 미국영화연구소상을 1995년에 수상한 그의 시상식영상을 편집한 것이었다. 마야 데렌상으로도 불리는 이 상이 첫 번째 수상자는 백남준이었다고 한다.

두 번째 영상은 그가 1999년 백남준을 피사체로 제작한 ‘전자 기억(Eletromagnetic Memory)’이라는 비디오다. 총 27분짜리 작품으로, 젊은 시절의 백남준과의 퍼포먼스, 그리고 노년의 백남준을 교차 편집했다. 화면 속 백남준과 그는 사랑스러운 노부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추모식에 참석한 사람들은 짧은 영상임에도 그 속에 깊게 빠져들었고, 영상이 끝난 후에도 모두 진한 여운이 남았는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사회자의 추모사 진행으로 추모식은 재개되었다. 먼저 구보타 여사의 약력 소개를 맡은 남정호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등장했다. 그는 마이크 앞에 서기 전, 구보타 여사의 영정 앞에서 헌화를 하고 짧게 목례를 남겼다. 그리곤 “많은 사람들이 백남준의 부인으로만 여사를 알고 있는데 백남준이 여사에게서 많은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며 “여사의 예술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래경 한국큐레이터협회 명예회장도 “여사는 예술가로서 백남준의 동반자”라며 “여사의 진면목이 늦게나마 알려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많은 지인들의 추모사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이 추모식을 진행한 서진석 아트센터 관장이 마이크 앞에 섰다. 그는 추모사에서 “구보타 여사는 백남준의 아내이자 조력자, 그리고 예술가로서의 삶을 살았는데 우리나라에 덜 알려진 구보타 여사의 예술가로서의 삶을 알리는게 아트센터의 숙제”라고 말했다.

추모사가 끝난 뒤, 추모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모두 퇴장을 하면서 그의 영정 앞에 헌화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두들 경건한 마음으로 그를 기렸다.

백남준 아트센터에서의 추모식 후에는 인근 한국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겨 구보타 여사를 추모하는 전시와 무용가 홍신자의 추모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추모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날부터 5일간 메모라빌리아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추모를 이어갔다.

또한 백남준과 구보타 시게코의 지인들은 두 사람이 거주하던 미국 뉴욕에서 오는 10월 초, 전 세계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공식 추모행사를 기획 중이다.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인 구보타 시게코 여사는 떠났지만 그의 업적과 작품은 우리의 가슴 속에, 그리고 미술사에 오래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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