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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짜가 제주도로 간 까닭은?
마짜가 제주도로 간 까닭은?
  • 김은정
  • 승인 2015.09.24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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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소셜 펀딩 자장면집
▲ 사진=마짜가 외경

자장면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달착지근하게 감기는 맛과 주머니가 가벼워도 언제든 부담 없이 사먹을 수 있는 착한 가격 때문일 터. 이렇듯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자장면 한 그릇에 건강까지 담겨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공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고 자연주의 식재료만을 고집하는 자장면. 그런 자장면 집을 바다 건너 제주에서 찾아냈다.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염원으로 네티즌들이 살리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즐겨먹는 자장면. 하지만 솔직히 건강한 먹을거리의 이미지라고는 할 수 없다. 과다한 인공조미료, 깨끗하지 못한 기름이 오히려 내 몸을 해치지 않을까 걱정하며 먹는 사람들도 있다.
제주도 서귀포의 한적한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아담하게 자리 잡은 식당 하나를 만날 수 있다. 마라도에서 온 자장면집, 일명 마짜. 식당 이름보다 더 크게 붙어있는 자연요리곳간이라는 타이틀이 눈에 띈다.  ○○루, ○○반점의 일반적인 중식당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 마치 작은 카페나 갤러리 같은 분위기의 이 식당은 종업원도 없이 원종훈, 류외향 씨 부부가 둘이서 소박하게 운영하고 있다.

중식의 틀을 깨다

사실 중식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이 인공조미료일 것이다. 일부 매스컴에서도 밝혔듯이 대부분의 중식당이 인공조미료를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마짜에서는 인공조미료를 일절 넣지 않는 것은 물론 밀가루, 기름, 설탕 등 중식의 주 재료도 유기농재료를 쓰고 있다. 그래서 이곳의 자장면은 검은색이 아니라 갈색이다. 일반 춘장이 검은 이유는 캐러멜 색소를 넣기 때문. 캐러멜 색소는 인체에 유해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캐러멜 색소가 첨가되어 있지 않은 춘장을 쓰고 여기에 전남 장흥에서 재배한 우리 콩을 넣어 자장소스를 만든다. 
밀가루는 가톨릭농민회에서 구입한 우리밀을 쓰고 거기에 톳가루를 넣어 건강을 더했다. 기름도 유기농으로 재배한 현미로 만든 현미유를 쓰고, 탕수육의 주재료인 돼지고기는 자연 방사로 키운 무항생제 돼지를 쓴다.
인공조미료 맛을 대신 하긴 위해 쓰는 것은 멸치육수. 멸치와 대파, 양파, 다시마, 밴댕이 등을 듬뿍 넣어 끓인 육수를 모든 음식에 천연조미료로 쓰고 있다.
“아내가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부터 몸에 해로운 재료는 쓰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내 가족이 못 먹는 음식은 손님들에게도 먹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죠. 음식은 병을 주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하니까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몸에 해로운 음식은 만들지 말자는 원칙을 가지게 됐어요.”

수차례의 실패, 순탄치 않았던 식당운영

원종훈씨 부부는 그동안 식당을 하며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2008년 마라도에서 중식당을 열면서는 기존 중식당의 견제가 따가웠다고. 그리고 일부 식당에서 골프카트를 이용해 배에서 내리는 손님들을 모조리 식당으로 데려가는 바람에 도저히 버티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그래서 과감히 섬 생활을 접고 선택한 곳이 평택. 하지만 역시 섬에서만 장사를 하다 육지로 나온 부부는 세상물정을 몰랐던 탓에 어려움을 겪었다. 상권이 안 좋은 곳에 턱없이 비싼 월세인지 모르고 계약하는 바람에 월세와 종업원 인건비를 감당하기가 어려워 또다시 장사를 접어야만 한 것이다.
그런데 가게 문을 닫기 직전 모 종편방송사에서 촬영을 와 착한 식당으로 프로그램에 소개됐으나 방송이 나간 시점에는 가게가 문을 닫은 시기라 방송효과를 보지 못했단다. 뿐만 아니라 마짜의 레시피를 그대로 모방한 착한 짬뽕 가게가 연이어 소개됐다.
그런데 알고 보니 원종훈씨 식당에서 일하던 직원이 다른 지역에 중식당을 열며 한마디 상의도 없이 원씨가 개발한 톳 자장면과 짬뽕을 똑같이 만들어 팔고 있었던 것. 심지어 단무지 대신 쓰던 무피클도 똑같았다. 방송이 나간 후에야 자신들의 조리법을 그대로 모방한 것을 알게 된 원씨 부부는 매우 황당했다고 한다. 
“그 식당에 최소한의 요구를 했죠.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어요. 자장소스만이라도 우리에게서 전수받았다는 것을 메뉴판이나 식당 한쪽 귀퉁이에라도 표기해달라고 했어요. 하지만 거절하더군요.”
그렇게 두 식당간의 갈등은 시작되었고, 방송사에서도 중재를 하지 않고 발을 빼는 바람에 원씨 부부는 상처를 많이 받았단다.
이런저런 마음고생을 하다 지쳐 분쟁을 그만두기로 한 부부는 새롭게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제주도. 하지만  역시 좋지 않은 상권, 높은 월세, 대중적인 취향과는 거리가 먼 맛으로 폭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하진 못했다.
“방송 이후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가 찾아오는 손님들도 있었어요. 하지만 기존의 자장면 맛에 길들여진 손님들이 자연 식재료로 만든 자장면의 맛을 못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었죠.
그리고 좋은 재료만 쓰다보니 자장면 한 그릇의 값을 8천원으로 책정했는데 가격에 대한 부부담도 있었나 봐요. 그래서 원가부담은 있지만 6천원으로 다시 내렸답니다.“
야심차게 내려온 제주. 하지만 결국 운영난을 겪으며 또 한번 가게 문을 닫아야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자연주의의 원칙

마음의 상처와 우여곡절을 겪고 집까지 경매로 넘어간 다음에 남은 돈은 딸랑 2백만원. 그렇게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좋은 재료로 좋은 음식을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만은 버릴 수 없었다. 그래서 부부는 페이스 북에 자신들의 사연을 올렸다.
그러자 격려하는 메시지와 함께 백여 명의 사람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보내왔고 덕분에 식당을 다시 열 수 있었다. 자장면집 최초로 소셜 펀딩을 받은 것이다. 넉넉한 돈은 아니기에 주위에 상권도 없는 한적한 시골의 창고를 개조해 문을 열었지만 이마저도  감사하다고 한다.
“너무 감사하죠. 고마운 분들께 자장소스와 막걸리를 보내드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달했습니다. 앞으로 장사가 잘되면 나머지 빚도 갚아드리려 해요.“ 
자장면집 하나를 살리기 위해 소셜 펀딩까지 제공한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들이 이 식당이 존재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물심양면 응원해준 사람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원씨 부부의 꿈은 크다.
“제주도를 선택한 이유가 언젠가는 이곳에서 농사를 지어 식재료를 자급자족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철저히 자연주의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 누구나 믿고 먹을 수 있는 자장면, 짬뽕을 만들고 싶습니다.”    
원씨 부부는 좋은 먹을거리에 대한 자신들의 믿음을 나누고자 식당 운영 외에도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자연요리클래스를 열어 조리법을 공유하고, GMO(유전자변형생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가 하면 자연주의 식당을 열고자 하는 예비창업자들에게는 컨설팅도 해주고 있다. 그리고 자연주의를 표방하는 식당과 연대를 해 제주도에 자연주의 식당 지도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우리 식당 한곳만 자연주의 음식을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먹을거리에 관심을 가지고, 많은 식당들이 자연주의를 실천해줬으면 해요. 그런 식당들이 많이 있어야 좀 더 건강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몇 차례의 실패에도 낙담하지 않고 오히려 실패를 통해 더 단단한 근육을 키웠다는 원종훈씨 부부. 제주도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뿌리고 있는 그들의 꿈의 씨앗이 언젠가는 큰 결실로 맺을 날을 기대해본다. 글 사진 김은정
 
마라도에서 온 자장면집
제주도 서귀포시 화순해안로 109
문의 070-7539-7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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