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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의 양파 농사꾼, 이종태 연구사
경남 창녕의 양파 농사꾼, 이종태 연구사
  • 권지혜
  • 승인 2015.09.24 15: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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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업의 마을을 꿈꾸다
▲ 사진=이종태 연구사 제공

경상남도 창녕은 국내에서 양파 농사가 가장 처음으로 시작된 곳이다. 그리고 지금도 대부분의 농가들이 양파 농사를 짓고 있다. 도시에서 경남 창녕으로 가족과 함께 귀농한 이종태 연구사 역시 양파 농사를 짓고 있다. 무경운·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그의 농촌 생활은 어떨까.

2000년부터 경상남도 농업기술원 양파연구소에서 유기농업과 관련된 연구를 하고 있는 이종태 연구사. 되도록 화학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생태적으로 양파 농사를 짓고 있다. 그리고 그런 농사를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출간한 것이 바로 <양파>다. ‘양파’로 책까지 출간한 그의 귀농 스토리.

농촌의 매력을 잊을 수 없어 귀농하다
이종태 연구사는 산골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도시로 올라왔다. 그러다 다시 농촌으로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농촌의 매력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시 농촌으로 되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농촌으로 돌아가는 사람은 흔치 않은데,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농업과 관련된 일을 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일찍 다시 농촌으로 되돌아갈 수 있었다. 가족 역시 귀농에 대해 흔쾌히 응해 주었고, 시골에서의 삶을 만족스러워했다.
현재 경남 창녕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2000년도에 처음 창녕으로 내려올 때, 시골 주택을 얻고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어렵게 창녕 영산에 있는 마당이 넓은 주택을 전세로 얻었다. 3년 정도 살면서 마당에 텃밭을 일구고 살았다. 그런데 집안이 너무 춥고 마을 주변에 공장이 많아 정착해서 살기에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 생각 끝에 그는 조금 더 산골로 이사를 가기로 결정한다. 주택을 바랐지만 아이들이 아직 어렸기에 난방이 잘되는 집이어야 했다. 산골의 빌라에서 2년 정도 살다가 주택으로 다시 이사했고, 그곳에 정착하면서 논과 밭을 얻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현재는 집이 스무 채 정도 있는 작은 마을에서 집을 짓고 살고 있다.

양파의 고장 창녕에서 시작된 양파 농사
그렇게 정착하게 된 곳에서 그는 양파 농사를 시작했다. 처음부터 유기농업에 바탕을 두어 땅을 갈지 않는 농사 방식을 택했다. 그는 이러한 방식이 좀 더 생태적이고, 기계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연의 힘을 이용하는 소농에 적합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양파 농사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바로 그 지역에 있었다. 창녕은 우리나라에서 양파 농사를 처음 시작했던 곳이고, 지금도 대부분의 농가에서 양파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귀농하시는 분들이 작목을 선택할 때,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작목을 택하기보다는 귀농하는 지역에서 많이 재배하는 작목을 선택하기를 권합니다. 그래야 주변 분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돈이 된다는 작목은 누구나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얼마 안 가서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며 생각을 밝혔다.

농사는 경험이 만들어 내는 창작물
처음부터 유기농업을 택했다는 그. 사실 유기농업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 중에는 도중에 포기한 사람들, 실패한 사람들이 있기도 하다. 이런 결과에 대해서 그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한두 해 동안 유기농업을 실천하면서 겪는 경험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밑거름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농사를 도중에 포기하거나 실패한다는 말은 있을 수 없습니다. 농사가 잘 안 되었든, 수확물을 거의 얻었을 수 없게 되었든 간에 그것들은 과정일 뿐이라 생각합니다. 그 경험을 밑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절대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유기농업이라고 해서 농사를 실패하거나 포기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농사가 잘 못되어 수확물이 없더라도 그것 또한 농사를 지어가는 과정이라는 것. 그 과정이 켜켜이 쌓이고 쌓이면, 그것이 바로 자신만의 노하우가 되는 것이다.
이 연구사는 유기농을 시작하려는 초보 농부들에게 “농사는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서 심고, 땅을 통해서 작물을 키우는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책을 많이 읽었더라도, 밭에서 겪는 것은 전혀 다를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시골에 사는 할머니들이 고추, 콩, 참깨, 양파, 마늘 같은 작물을 가꾸는 밭을 지켜보고 있으면, 농사가 아니라 예술이라는 감탄을 한다. 수십 년 동안의 ‘경험’이 만들어 낸 창작물인 것이다. 시골 할머니들은 각 작물들마다 언제, 어떻게 심고 가꾸어야 하는지 몸으로 익힌 것이다. 그는 “유기농업은 농사를 짓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라고 했다. 한 해 두 해 농사를 지어 가면서, 작물을 잘 관찰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보통 유기농업을 하는 농민들 중에는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고 수확물이 적게 나오면, 그 이유가 유기농업으로 농사를 짓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서 언제, 무엇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잘 모르거나, 알면서도 무시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는 “유기농업은 농사에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될 것을 가장 철저히 지키는 것”이라고 전했다. 책으로 공부하고, 주변의 경험이 많은 농민들을 통해 농사의 기본을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안정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된다고.

아이들과 함께하는 자연적인 삶에 대한 꿈
그의 가족이 창녕에 내려올 때 세 살, 한 살이었던 두 아이가 이제는 고등학생과 중학생이 되었다. 전교생이 30명 안팎인 작은 학교에서 유치원과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현재는 창녕읍에 있는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어릴 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아이들과 함께 밭에 나간다고 한다. 밭에서 작물 이름을 알려주기도 하고, 양파모를 심고, 풀을 뽑는다. 수확을 할 때도 아이들을 데리고 간다. 아이들에게 풀이름이나 풀을 뽑는 방법, 양파모를 심고 수확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준다. 아이들은 가끔씩 유기농업에 대한 것이나 양파에 대해서 묻기도 한다. 그는 물음에 대한 답을 해 주긴 하지만, 먼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는 편은 아니라고 한다. 그의 지론인 ‘경험’으로 알아가길 바라기 때문이다. 실제로 받아들이는 것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푸른 자연 속에서 그의 아이들은 자유로운 영혼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가 잊을 수 없어 다시 찾은 농촌에서 아이들 역시 그 매력을 알아가고 있지 않을까.
아이들의 순탄한 성장과 더불어 그는 단순하고 여유 있는 생활을 원한다.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더 단순해지고 싶다고. 현재 그는 작은 밭에서 갖가지 작물들을 키우고 있는데, 좀 더 넓은 밭에서 다양한 과일나무, 채소류 그리고 닭이 자연적으로 살아가는 농장을 갖는 것이 앞으로의 계획이자 꿈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마을 전체가 유기농으로 바뀔 수 있도록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라는 소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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